대작 게임은 ''고층빌딩'', 기본이 튼튼해야 높이 올라간다

입력 2010-05-26 16: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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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대작들 화려한 겉모습보다 기본이 되는 요소에 중점
2010년 시작과 동시에 온라인 게임 시장에 대작들의 러쉬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1년에 2~3 작품 정도만이 대작 칭호를 받으며 업계의 시선을 독점했지만, 올해는 매달 하나 이상의 대작이 등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라인업이 쟁쟁하다.

신작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강자들을 능가하는 게임성을 갖춰야 하며, 이는 곧 투자의 증가를 의미하는 만큼, 대작의 증가는 시장의 당연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선두권 게임을 가지고 있는 게임사들은 그 게임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기반으로 전작을 능가하는 퀄리티의 신작을 출시하고 있으니 다른 회사들도 뒤쳐지지 않으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그에 상응하는 투자를 감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투자 금액이 많다고 해서 바로 대작의 칭호를 붙여줄 만큼 시장의 기준이 만만하지 않다. 과거 많은 투자 금액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게임성의 부재로 실망감만을 안겨준 '무늬만 대작'인 게임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등장하는 대작 게임들은 화려한 외면보다 게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고층빌딩을 세울 때 빌딩의 무게를 버티는 지반공사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네오위즈게임즈와 EA가 힘을 합쳐 만든 배틀필드 온라인은 50:50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점령전이 게임의 가장 핵심이다. 기존FPS 게임에 비해 참여 인원이 훨씬 많은 만큼 실제 전쟁에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헬기, 전투기, 장갑차 등 다양한 탈것은 전략의 재미를 더한다.

네오위즈게임즈에서 배틀필드 온라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요소는 이 50:50 전투이지만 실제적으로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게이머들이 거기까지 도달하게 만들어줄 튜토리얼이다. 다양한 탈것, 분대장 시스템 등 타 게임에 비해 굉장히 어려운 게임 시스템 때문에 FPS 게임을 좀 해봤다 하는 게이머들도 이 게임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PC패키지 게임으로 발매됐던 원작을 즐겨본 고수들과 초보자들의 차이가 심하게 벌어져 있어 이것이 초보자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네오위즈게임즈는 게임을 시작할 때 자세한 튜토리얼을 제공하고, 홈페이지에서는 각종 가이드를 계속 노출하고 있으며, 이것도 부족하다고 느껴 각종 모드를 체험할 수 있는 '실전훈련'이라는 싱글 플레이 모드도 삽입했다. 이 모드는 봇(인공지능 캐릭터)과 팀을 이뤄 각종 모드를 체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타 게이머들의 구박을 받지 않으면서 손쉽게 게임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다. 덕분에 배틀필드 온라인은 어렵다는 초반 선입견을 벗고 꾸준히 동시접속자 수가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네오위즈게임즈가 배틀필드 온라인에 이어 선보인 에이지오브코난은 해외의 명성만으로도 국내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지만 네오위즈게임즈는 이 게임의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1년 6개월이 넘는 준비 기간을 가졌다.

그 이유는 국내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는 현지화 작업 때문. 과거 에버퀘스트의 경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현지화의 퀄리티는 외산 게임의 성공을 위한 가장 기초이며,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네오위즈게임즈는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에이지오브코난의 방대한 세계관을 게이머들이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연스러운 번역은 물론, 장승, 솟대, 조선시대 명장 이삼 장군의 언월도를 기본으로 만든 '코난의 검' 등 국내 게이머들을 위한 한국형 콘텐츠를 다수 추가했다.

특히, 콘텐츠 부족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확장팩 '신을 죽이는 자의 등장'을 포함한 상태로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것과 확장팩에 새롭게 추가된 4번째 종족인 키타이 종족이 한국인을 모델로 만들어진 것은 네오위즈게임즈의 노력 덕분이다.



오리엔탈 판타지를 표방한 예당온라인의 패온라인은 동양의 멋과 세계관을 게임으로 만들어 전세계에 알린다는 목표로 개발된 게임이다. 때문에 무형 무협 소설 작가인 야설록 상임고문의 총괄 지휘 아래 따로 책까지 출간될 정도로 세계관 구축에 공을 들였다.

패온라인은 고대 지리서이자 신화집인 '산해경'을 기반으로, 전생과 환생이라는 동양의 사상을 활용, 과거 절대 영웅 '패왕'이었던 주인공이 전생의 수호 영물들을 만나 다양한 능력을 얻어간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족의 군신 치우천왕과 하족의 황제 헌원이 탁록이라는 광활한 평원에서 벌이는 '탁록대전'이 스토리의 중심을 이룬다.

타 MMORPG 게임 역시 세계관 구축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의 세계관으로 소설까지 만들어지는 것은 상당히 드문 경우로 4년이라는 긴 개발 기간과 '패' 소설의 출간은 세계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예당 온라인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은 작은 차이에서 온다는 말이 있듯이 게임 역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의 퀄리티 차이가 게임 전체적인 이미지를 결정한다. 더구나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테스터 집단인 한국 게이머들은 그 점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며 “그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의 퀄리티 상승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대작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말했다.

김남규 게임동아 기자 (rain@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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