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 스페셜] 김성근감독 “류현진은 선동열급”

입력 2010-06-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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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스포츠동아DB

 류현진. 스포츠동아DB

그가 괴물로 불리는 이유…야구인들이 말하다
“이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은 선동열 삼성 감독 이후 처음이다.”

한화 류현진(23). 적장인 SK 김성근 감독조차 이렇게 인정해 버렸다. 13탈삼진 완봉패를 당한 1일 경기에서 그 위력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지금 천하무적이다.

선발 등판한 11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해냈고, 성적은 8승·방어율 1.66·탈삼진 86개다. 던질수록 더 강해지는 그의 괴력은 어디서 나올까.


“이런 압도감은 처음…선발 20승 충분”
정민철 코치 “명품 체인지업 언터처블”
이효봉 위원 “주자따라 완급조절 능숙”



○‘위대한’ 서클체인지업

스트라이크존까지 직구처럼 날아오다 눈앞에서 뚝 떨어지는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은 몰라서 못 치고, 알아도 못 친다.

한 때 이글스 에이스였던 한화 정민철 투수 코치는 “딱 하나만 꼽으라면 무조건 서클체인지업”이라면서 “직구와 똑같은 팔동작으로 던진다. 그립 자체가 팔 스윙을 빨리 하기가 무척 어려운데, 현진이는 해낸다”고 했다.



스피드도 다르다. 전날 상대했던 SK 나주환은 “체인지업을 140km로 던지는데 어떻게 치냐”고 반문했고, SK 박경완과 정근우도 “체인지업이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하나도 아닌 두 종류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같은 서클체인지업이라도 볼카운트를 잡으려고 던질 때와 삼진을 잡으려고 던질 때 그립부터 다르다”고 했다. 정근우 역시 “이 정도면 칠 수 있겠다 하고 기다리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또 다른 게 들어온다”며 혀를 내둘렀다.

류현진이 직접 털어놓은 비법은 바로 ‘검지’. 이 위원은 “류현진은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슬라이더를 던지듯 검지에 살짝 힘을 줘서 공을 놓는다. 이게 바로 대각선으로 뚝 떨어지는 공”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위력적인 직구가 변화구를 뒷받침한다. 지난해보다 팔을 앞으로 더 끌고 나오면서 직구 구속이 늘고 볼끝은 더 묵직해졌다. 컨트롤은 말할 것도 없다. 김 감독은 “코너워크를 활용해 직구 스트라이크까지 마음대로 던지니 타자들은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생각대로’ 완급조절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류현진은 눈빛부터 다르다.

김 감독은 “1회부터 9회까지 같은 템포로 던지는 이닝이 하나도 없다. 우리가 안타 9개를 쳤어도 류현진이 전력투구할 때 친 건 하나도 없다. 핀치 때는 ‘쾅’하고 전혀 다른 공을 던진다”면서 “전날 삼진 13개 중 볼에 속은 게 7∼8개는 된다. 풀카운트에서도 커브를 던지는 게 류현진”이라고 했다.

이 위원 역시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적절히 조절하기 때문에 128개를 던지고도 힘이 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스로 경기를 만들어가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한화 성준 코치는 “마운드에서는 백전노장 같다. 포커페이스라 심리적인 면에서도 타자들을 압박한다”고 평가했고, 정 코치는 “국제대회 출전 없이 시즌 준비를 빨리 시작한 덕분에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고 시즌을 시작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쯤 되면 생애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도 무리는 아니다. 김 감독은 “20승과 1점대 방어율까지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류현진에게는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지만, 타자들은 점점 더 류현진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문학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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