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 베이스볼 벤치스토리] 김다원 “2년만에 1군 첫무대…만만찮네”

입력 2010-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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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다원. 스포츠동아DB

강철체력 한화 김다원, 신화를 꿈꾸며
2008년. 한화 이경재 사장과 윤종화 단장 앞에 새로 입단한 신인들이 나란히 섰다. 김정무 운영팀장이 한 사람씩 소개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발이 빠릅니다.” “이 친구는 장타력이 있어요.” 외야수 김다원(25) 차례가 왔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신고선수. 김 팀장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이렇게 말했다. “이 친구는 24시간 동안 티배팅을 시켜도 쓰러지지 않을 만큼 체력이 강합니다.” 순간 주변에서 폭소가 터졌다.

김다원도 그 때를 회상하며 멋쩍게 웃었다. “지금도 체력 하나는 자신 있어요.”


○또다른 신고선수 신화를 꿈꾸며

많을 다(多), 으뜸 원(元). 아버지는 아들이 많은 사람 중에 으뜸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성균관대를 졸업하던 2008년, 그는 이름과 같은 인생을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4년 전에 이어 두 번째 실패였다. 절친한 친구인 모창민(SK)과 이희근(한화)이 나란히 프로 선수가 되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봤다.

“지명 받으려고 열심히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좋아했던 한화에 신고선수로라도 입단하게 돼 다행이었어요.”

이후 2년에 걸쳐 기나긴 2군 생활이 이어졌다. 길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 체력 하나는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은 티배팅 때 공 2∼3박스만 치면 나가떨어졌지만 저는 힘이 남아 돌았거든요.”

지난해 2군을 지휘했던 우경하 감독과 강석천 타격 코치도 “열심히만 한다면 꼭 너에게 좋은 날이 올 거다”라고 다독였다.

그리고 ‘좋은 날’이 왔다. 2010년 6월 1일. 한화의 정식 선수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첫 무대는 인천 문학구장.

친구 이희근은 “네가 꽃을 피울 때가 왔다”며 반겼다. 1군 선후배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두 번째 경기였던 2일, 1-2로 뒤진 9회 2사 후 대타 지시가 떨어졌다. 그런데 막 타석에 들어서려는 순간, SK 투수가 좌완 이승호에서 사이드암 정대현으로 바뀌었다. 오른손 대타 김다원은 곧바로 철수. 허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3일 문학 SK전 7회 대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풀스윙을 하겠다”는 각오대로 크게 휘두르고 1루로 뛰었다. 결과는 두 타석 연속 땅볼.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금세 툭툭 털고 일어섰다. 김다원이 써내려갈 또다른 ‘신화’는 아직 첫 페이지도 넘기지 않았으니까.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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