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골 불명예 영원히 남는 축구는 잔인해

입력 2010-06-1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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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아이스하키는자책골 인정 않고상대선수 득점으로 처리
#장면1. 17일 열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전반 17분 우리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리오넬 메시가 찬 프리킥이 박주영의 오른쪽 정강이를 맞고 골로 이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 골을 박주영의 자책골(own goal)로 기록했다.

#장면2. 이어 열린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의 경기. 0-1로 뒤지던 그리스의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가 전반 43분 한 슈팅은 나이지리아 루크먼 하루나의 오른발에 맞고 굴절되며 골네트를 흔들었다. 굴절되지 않았다면 골키퍼가 막을 수도 있었지만 FIFA는 살핑기디스의 득점으로 기록했다.

두 장면 모두 수비를 하던 선수의 몸에 맞고 공이 굴절돼 골로 연결됐지만 FIFA의 판단은 달랐다. 자책골을 넣기 직전 상대 선수가 찬 킥의 방향이 달랐기 때문. 메시의 킥은 패스였고, 골문이 아닌 페널티 지역을 향했다. 박주영의 몸에 맞지 않았다면 골문으로 향할 가능성은 없었던 것. FIFA는 이런 경우 공에 마지막으로 닿은 선수의 자책골로 기록한다. E조 덴마크의 다닐 아게르가 네덜란드전에서 기록한 자책골도 이와 비슷하다.

반면 살핑기디스는 골문을 노리고 슛을 했다. 이런 경우는 공이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됐더라도 슛을 한 선수의 골로 기록된다. 골키퍼가 쉽게 막을 수 있던 슛이더라도 상관없다. 하석주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기록한 프리킥 골도 멕시코 선수의 머리를 맞고 들어갔지만 하석주의 골로 기록됐다.

그렇다면 박주영의 자책골은 월드컵 데뷔 골로 인정될까. 자책골은 개인 득점 기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5골을 넣은 선수가 자책골을 넣었다고 해서 ‘―1골’로 계산돼 4골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자책골을 넣은 선수가 누군지는 영원히 기록에 남는다.

이 때문에 축구를 ‘잔인한 스포츠’라고 부르는 팬들도 있다. 농구, 아이스하키 등 기록상 자책골이 아예 없는 종목도 있기 때문이다. 2006년 11월 19일 프로농구 SK와 오리온스의 경기에서 문경은(SK)이 자책골을 넣었지만 가장 가까이 있던 피트 마이클(오리온스)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아이스하키도 자책골은 상대 팀 주장이나 심판진이 협의해 지정한 상대 선수의 득점으로 기록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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