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은 24일 회복훈련에서 이운재에게 골문을 맡기고 10분가량 승부차기 연습을 실시했다. 루스텐버그(남아공)|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scoopjyh@donga.com
허감독 연습 지시…끝장승부땐 투입 유력
② “승부차기 싫어” 박지성은 안 찬다?
키커 연습에 빠져…“피곤해서 쉬었을 뿐”
24일(한국시간) 루스텐버그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 더반에서 나이지리아와 격전을 치른 선수들은 가볍게 회복훈련을 실시했고, 나머지는 피지컬 트레이너 베르하이옌의 주도 하에 체력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이청용(왼쪽 옆구리 타박)과 김남일(오른 허벅지 타박)은 가벼운 부상으로 휴식을 취했다. 훈련 말미 허정무 감독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약 10여 분 간 승부차기 연습이 실시됐다.
남아공 입성 후 대표팀이 승부차기 연습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운재 투입?
16강 토너먼트부터는 전·후반과 연장 등 120분에서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곧바로 승부차기에 돌입한다. 허 감독이 이날 승부차기 연습을 지시한 건 당연한 수순. 눈에 띄는 건 주전 수문장 정성룡(성남)이 아닌 이운재(수원)가 골문을 지켰다는 사실이다. 이운재는 자타공인 승부차기의 달인이다.
월드컵 역사상 한국의 첫 승부차기였던 8년 전 2002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상대 네 번째 키커 호아킨의 킥을 막아내며 4강 신화의 밑거름을 놨다. K리그나 각종 국내·국제대회에서도 늘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날도 이운재는 박주영, 염기훈, 기성용의 슛을 한 차례씩 막아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만일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끝장 승부가 연출된다면 이운재가 교체 투입돼 골키퍼 장갑을 낄 가능성이 크다. 허 감독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월드컵 최다출전 기록
승부차기에서 이운재를 중용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월드컵 본선 최다출전 기록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선수 월드컵 최다출전 기록(4회)은 홍명보(90, 94, 98, 02)와 황선홍 (90, 94 ,98, 02) 등 2명이 갖고 있다. 그러나 황선홍은 98프랑스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됐지만 부상으로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실질적으로는 4차례 대회에 모두 뛴 사람은 홍명보 1명뿐이다. 이운재는 1994미국월드컵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교체 투입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후 2002년과 2006년에는 월드컵 본선 전 경기를 뛰었다. 이번에 출전하면 홍명보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박지성, 승부차기 키커 나설까
또 하나 관심사는 과연 승부차기 키커로 누가 나설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날은 박주영, 염기훈, 기성용 외에 차두리, 이영표, 김정우, 이정수 등이 킥을 했다. ‘캡틴’ 박지성이 빠졌다. 박지성은 2002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 두 번째 키커로 나서 슛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평소 자서전 등을 통해 “승부차기에 나서기 싫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렇다면 허 감독이 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날은 회복훈련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선수들이 가볍게 킥 감각을 점검하는 차원이었다. 허 감독 역시 “(박지성이) 피로가 좀 많이 쌓여서 쉬게 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앞으로 경기 전까지 매일 승부차기 연습을 한다. 박지성이 포함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루스텐버그(남아공)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scoopjy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