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스포츠동아 DB]
아들아!
98년 월드컵 감독 중도퇴진때 힘들었을텐데
사춘기 그 시절 잘 자라준 네가 고맙구나
차로봇 신드롬? 나도 좀 쑥스럽네
아버지!
나이지리아전 제 실수로 첫 골 먹었을때
해설하시는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어요
남아공월드컵에서 주목받는 태극전사 중 한 명이 바로 차두리(30)다.
지난 달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거칠 것 없는 스피드와 강한 몸싸움으로 상대 선수들을 튕겨내며 생긴 별명 ‘차미네이터’를 시작으로 월드컵 시작 후에도 ‘두리로봇’ ‘차바타’ 등으로 불리며 팬들 사이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이른바 ‘차두리 신드롬’이다. 그렇다면 이곳 남아공 현지에서 차범근 SBS 해설위원이 본 아들 차두리의 매력은 무엇일까? 축구 선배로서 늘 아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렸던 그에게 이번에는 아버지로서 느낀 아들의 매력에 대해 따뜻한 평가를 부탁했다.
○솔직, 긍정이 아들의 매력
차 위원은 “팬들이 왜 이리 관심을 가져주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웃음을 짓더니 “녀석이 너무 말이 많고 늘 웃고 있으니 그런 거 아니에요”라며 쑥스러워 했다. 그러나 재차 묻자 “아무래도 꾸밈없는 솔직한 모습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두리는 말하는 게 거짓이 없고 솔직해요. 또 어렸을 적부터 참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었어요. 안 좋은 상황이 닥쳐도 항상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는 모습이 때론 참 대견했죠. 사람이 참 그게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에요. 주변에 안 좋은 평을 받는 선수들이 있어 제가 어쩌다가 물어봐도 좋은 말만 자꾸 하니 좀 헷갈릴 때도 있어요. 허허”
2006독일월드컵 때는 최종 엔트리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고도 흔쾌히 아버지와 함께 TV 중계석에 앉아 대표팀을 응원하며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소식을 전달했다.
사춘기 시절 힘든 시기를 버텨낸 것 역시 긍정의 힘이다. 1998프랑스월드컵 직후 차 위원이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을 때 가족들은 정말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그 때 차두리는 한창 예민한 시기였던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어린 나이에 충분히 삐뚤어지고 방황할 만했죠. 그런데 그걸 녀석이 또 잘 이겨내고 자기 갈 길을 찾더라고요. 아버지로서 그 때는 참 고마웠죠.”
차두리는 2008년 12월 결혼식장에서 힘들었던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자신을 올 바른 길로 붙들어 준 친척 어른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눈물을 쏟아 많은 이들의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차두리의 이런 솔직한 모습은 이곳 훈련장에서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전 다음날 취재진 앞에 섰을 때다. “어제 경기에 나가지 못해 속상하지 않냐”는 질문이 나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선수들은 이럴 때 십중팔구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대답하기 마련.
그러나 차두리는 달랐다.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는 누구나 속상해요. 벤치에서 지켜보는 마음은 다 똑 같죠.”
이어 “그러나 출전 여부는 어디까지나 감독님의 몫이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은 뒤 “출전 기회가 주어지면 팀을 위해 뛸 준비는 언제나 돼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나이지리아 전 다음 날도 첫 골 실점 상황에 대해 “저승에 갔다 왔다. (오)범석 대신 내가 나와 실수해서 (오범석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해설을 하시는 아버지(차범근 해설위원)도 떠올랐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루스텐버그(남아공) |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