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 달콤한 매력으로 가요계에 마법을 건 세 소녀의 등장. 레이나, 리지, 나나(왼쪽부터) 등 3명의 애프터스쿨 멤버로 구성된 오렌지 캬라멜은 타이틀곡 ‘마법소녀’로 가요계 정상을 향해 쾌속 행진 중이다.
브랜드 확장에서 세계시장 개척까지 걸그룹의 이유 있는 변신
■ 오늘의 테마진화하는 걸그룹…걸그룹 2.0시대!
한동안 반짝하다 질 줄 알았던 걸그룹 붐은 예상을 깨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오히려 조금의 주춤거림도 없이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이 활성화되면 상품의 가짓수도 늘어나는 법.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다보면 시장이 공멸하는 이른바 ‘피바다’(레드오션)가 되고 만다.
걸그룹 시장이 영리해진 것은 여기부터다. 대중이 이젠 좀 식상함을 느낀다고 생각할 때 발빠르게 신선한 아이템을 내놓은 것이다. 이런 걸 그룹 시장의 변화를 ‘걸 그룹 2.0’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룹 2.0 시대는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과 세계화(Globalization)란 2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의 명품 브랜드가 여러 개의 하위 브랜드를 만들어 규모를 키우듯이, 걸 그룹 또한 유니트란 부속 그룹들을 내놓았다. 이것이 걸 그룹의 확장 전략이다.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새 시장 개척도 걸 그룹 2.0 시대의 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요즘 걸 그룹은 구체적으로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그 거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애초 팀을 구성할 때부터 현지 정서와 문화에 익숙한 ‘차이니즈 걸’을 멤버로 참여하시키는 일이 잦아졌다.
브랜드 확장으로 새길 오렌지 캬라멜
“큐티로 어필…초등생들의 대통령이죠”
인기 높은 패션잡지를 예로 들어 애프터스쿨을 가요계의 보그라고 가정한다면, 흔히 ‘유니트’라고 불리는 부속 그룹 오렌지 캬라멜은 보그 걸이 아닐까.
오렌지 캬라멜은 애프터스쿨의 여덟 멤버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세 명을 모아 구성한 트리오다. 레이나(22), 나나(20)와 리지(19)가 그 주인공으로 요즘 ‘마법소녀’란 노래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섹시함으로 대변되는 애프터스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막내들만의 상큼함을 보여주고 싶어 나왔다”고 입을 모은 이들. 그들이 풍기겠다던 상큼, 달콤함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게 실제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오렌지 캬라멜’이다.
“우리도 먹어본 적은 없다”고 깔깔댄 세 소녀는 오렌지 캬라멜의 느낌을 노래와 복장으로 구체화했다. 가사 어느 부분에 ‘정의의 이름으로…뾰로롱’이 나올 것 같은 애니메이션 주제가풍의 멜로디, 무대 의상도 애니메이션 캐릭터 복장을 옮겨놓은 듯한 ‘코스프레’ 그 자체다.
오렌지 캬라멜의 세 멤버는 인터뷰 때도 핑크색 무대 의상을 그대로 입고 나타났다. 물론 아직은 “이런 차림으로 밖에 다니면 조금 민망한 것은 사실”이란 고백도 했다.
하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공주놀이’를 해보겠냐”며 이들은 씩씩하게 말했다. ‘요술봉’만 들면 영락없는 만화 주인공이겠다고 하자, “대신 마이크를 들고 있지 않은가”라며 당차게 되받아치기도 했다.
느닷없이 만화 주제가풍의 노래를 부르는 그녀들은 10대 소녀부터 삼촌부대에게 가장 ‘핫’한 관심사가 됐다. 특히 초등학생 팬들이 대거 생긴 것은 가장 눈에 띄는 성과다. 어린이들 사이에 큰 호응을 얻으면서 특별한 애칭까지 얻었다.
“초통령이란 별명이요? 요즘 초등학생부터 유치원생까지 ‘사인 민원’이 정말 많이 들어오는 건 사실이에요, 하하.”
노래가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연상시킨다는 점은 다른 면에선 누구나 따라 부르기에 어려움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 여기에 ‘몸치’도 따라할 수 있는 쉬운 안무를 덧붙여 흥을 더했다. 대표적인 안무는 후렴구에 무한반복으로 등장하는 일명 ‘팔 아파 댄스’다.
팔을 90도 각도로 세워 좌우로 흔들기만 하면 되는 게 이 춤의 모든 것. 다리 스텝 또한 좌우로 엉덩이를 씰룩거리기만 하면 된다. 이를 오렌지 캬라멜은 TV 홈쇼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 스텝”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들은 “요즘 정말 팔이 무척 아파 알이 배길 정도”란 말로 각종 무대에 서느라 바쁜 일정을 지내는 즐거운 고충을 슬쩍 토로했다.
오렌지 캬라멜은 그룹 이름을 중국어로 옮긴 ‘등자초당’(橙子焦糖)으로 중국 활동도 예고했다. 중국어로 어떻게 부르냐고 물으니 스마트폰을 열심히 뒤지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천쯔찌아오탕? 중국어는 너무 어렵다”고 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