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 “한국 조직력, 독일처럼 강했다”

입력 2010-07-1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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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이콘’ 베컴, 19개국 취재진-팬들과 90분간 화상 인터뷰

월드컵 한국경기 모두 봐
선수들 하나된 결집력 인상적
개인보다 팀으로 더욱 빛나


감독직은 아직 시기상조
선수로서 더 열정 태우고 싶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결단력’


《지난달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 경기장. 월드컵 16강전에서 잉글랜드가 독일에 1-4로 참패한 이날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카메라에 가장 먼저 비친 얼굴은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아니었다. 벤치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감독이 되기엔 너무 이른 나이. 하지만 잉글랜드 언론과 팬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그의 이름을 첫손가락에 꼽고 있다.
‘꽃미남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35·LA갤럭시) 얘기다. 웹포털 야후의 글로벌 홍보대사인 그가 15일 야후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열린 월드 인터뷰로 전 세계 팬들과 만났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홍콩 인도 등 19개국 언론사 취재진과 팬들이 첨단 영상회의 시스템으로 90분 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동아일보는 한국을 대표해 인터뷰에 참석했다.》○ 한국? 독일처럼 잘 정비된 팀

본보 신진우 기자(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한국 팬들이 첨단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데이비드 베컴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야후스포츠

본보 신진우 기자(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한국 팬들이 첨단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데이비드 베컴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야후스포츠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모두 봤고 팀의 일원으로 함께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월드컵에서 한국 경기를 봤느냐는 질문에 베컴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한국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항상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특별한 팀”이라며 “16강 진출은 대단한 업적이자 영광스러운 승리”라고 극찬했다.

그는 “특히 한국 선수들의 열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한국의 조직력도 높게 평가했다. 독일처럼 하나의 결집된 모습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것. 한국 대표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엔 잠시 고민하더니 “한 선수만을 고르기 힘들다”고 답했다. 조직력이 좋은 한국은 팀으로 빛이 나 팀 전체를 꼽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베컴은 “열광적인 팬들의 환호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나는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젊은 엄마가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아기를 데리고 보러온 게 생각난다”며 웃었다.

○ 보물 1호는 아내와 세 아들



베컴은 가족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성그룹 ‘스파이스걸스’ 멤버였던 아내 빅토리아와 세 아들 얘기를 할 때면 흥에 겨워 목소리가 높아졌고 흐뭇한 듯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온몸에 문신을 한 타투 마니아인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문신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주저 없이 “등에 새겨진 세 아들 이름과 팔에 새겨진 아내 이름 문신”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들이 문신을 하겠다고 하면 허락할 건가’라고 묻자 “아내가 그걸 좋아할지 모르겠다. 아버지도 문신을 좀 했는데 어머니가 썩 좋아하진 않으셨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을 당시 축구장을 찾은 아내와의 첫 만남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너무 부끄러워 처음에 말도 못 붙였던 사연, 첫 키스 장소, 처음 3개월 동안 비밀 만남을 가졌던 추억 등을 회상할 땐 수줍은 듯 얼굴이 붉어졌다. 베컴은 “내 모든 계획의 최우선 순위는 아내와 세 아들”이라며 ‘공인 애처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 2014년 월드컵 결승에서 결승골 넣고 싶어

베컴은 감독직과 관련해선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지만 아직은 선수로서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경기를 꼽아 달라는 질문엔 “잉글랜드 대표팀 일원으로 우승을 결정짓는 골을 성공시킨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베컴은 자신을 한마디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결단력’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 단어를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말이죠.”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동영상 = 베컴, 전세계 팬들과 화상인터뷰

▼65인치 스크린 3개 연결… 숨소리도 들려▼


최첨단 화상회의 시스템

꽃미남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왼쪽)이 15일 야후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가진 ‘월드 인터뷰’에서 손을 들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베컴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한국에 대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항상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특별한 팀”이라고
 극찬했다. 오른쪽은 이날 진행을 맡은 전 BBC 앵커 개비 로건. 사진 제공 야후스포츠

꽃미남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왼쪽)이 15일 야후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가진 ‘월드 인터뷰’에서 손을 들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베컴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한국에 대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항상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특별한 팀”이라고 극찬했다. 오른쪽은 이날 진행을 맡은 전 BBC 앵커 개비 로건. 사진 제공 야후스포츠

지구 반대편에 있었지만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대화를 할 때면 상대방이 손에 닿을 듯 실물 크기로 눈앞에 있었다.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전 세계 팬들의 화상 인터뷰 배경엔 최첨단 과학이 숨어 있었다. 미국 네트워크 통신회사인 시스코가 개발한 텔레프레즌스 시스템 덕분이다.

텔레프레즌스는 영상회의 장비와 회의실이 결합된 최첨단 시스템이다. 핵심은 65인치 스크린 3개가 연결된 초고화질(full HD) 비디오 이미지. 상대방 모습이 화상 인터뷰에서도 실제처럼 그대로 구현됐다. 공간지각형 오디오는 베컴의 숨소리까지 들리도록 정교하게 장치돼 대화에 생동감을 더했다. 회의실 내부 인테리어와 조명 등도 최상의 대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작됐다. 직접 체험한 기자는 마치 베컴과 같은 장소에서 얘기를 나누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시스코코리아 이영미 홍보이사는 “최근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도 텔레프레즌스가 사용됐다. 기업회의는 물론이고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미래형 회의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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