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이 정몽준 FIFA 부회장과 15일 저녁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만찬을 가졌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인터뷰룰 하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15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취재진에게 “국내외 지도자를 새 감독 후보로 두루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축구협회 입장 변화 왜?
국내파 선별중?“기술위서 국내감독 대상으로 작업중
좀 더 폭을 넓혀 찾으라고 요청했다”
명분쌓기 액션?
보름안에 외국인 감독 영입은 어려워
감독 졸속 선임 비판 피하기 시각도
“차기 감독 후보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찾아야 할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이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있었던 ‘월드컵 대표팀 초청 만찬’에서 이같이 밝혔다. 협회 기술위원회가 7일 공식 브리핑에서 “차기 사령탑으로 국내 지도자를 뽑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 발표를 1주일 만에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기술위에 정식 요청
조 회장은 취재진이 모여들자 “딱히 할 말이 없는데요. 아, 차기 감독 때문에 그러시는 구나”라며 말문을 열었다. “기술위가 국내 감독들을 대상으로 선별하는 과정에 있다. 조금 더 기다려 달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시작된 인터뷰는 “좀 더 폭을 넓혀 국내·외를 막론하고 후보자를 찾아야 할 것이다. 2014년 월드컵에서 이번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한다.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는 뜻밖의 말로 마무리됐다.
“기술위가 이미 국내 감독으로 기준을 밝혔는데 외국인이 다시 포함되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폭을 그렇게 좁히면 안 된다. 협회장 입장에서 기술위에 이런 의견을 정식으로 요청했으니 판단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기술위에 의견을 전달한 시기를 묻자 “오늘 말했다”고 답했다. 단순히 개인의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협회장의 비중이나 위치를 고려할 때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기술위가 당초 이번 주 안에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최근 시기를 미룬 것이 조 회장의 이런 의중을 읽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만일 기술위가 정식으로 협회장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돼야 한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은 차기 감독에 대한 질문에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대표팀 초청만찬…16강 감동 새록새록! 정몽준 FIFA 부회장(오른쪽)이 대표팀의 캡틴 박지성의 등을 다독이며 만찬장에 들어서고 있다.
○명분 쌓기일 수도
졸속으로 뽑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외국인까지 폭을 넓혀야 하지 않느냐”면서도 시기에 대해서는 “이번 달 말 안에는 뽑아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15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건 물리적으로 사실상 어렵다. “남은 시간이 촉박한데 (외국인 감독을) 뽑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묻자 조 회장은 “글쎄요. 그렇더라도 열어놔야지 이렇게 닫아놓고 한다는 건 좀…”이라고 답했다.
협회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지도자도 뽑을 수 있냐는 질문에 조 회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술위가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어떤 감독이라도 실력이 있으면 뽑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만찬에는 정몽준 FIFA부회장과 조 회장, 허정무 전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알 힐랄) 등 16강의 주역을 비롯해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 다수 축구인과 정치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