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로펌의 현직 변호사인 가수 이은민. 그녀는 남부러울 것 없는 ‘엄친딸’로 유명하지만 가수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 못지않다.
대학 보컬 등 음악열정 남달라
직장·집에도 숨기며 음반 발표
가수-변호사 따로 봐주셨으면
“가수는 취미가 아닌 저의 또 다른 직업입니다.”
그녀를 보자마자 대뜸 물었다. “왜 가수를 하냐?”고.
가수 입장에서는 가장 황당하고 불쾌한 질문 일수도 있다. 가수 이은민(본명 이승민)의 프로필을 보면 이런 질문이 먼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녀는 가수 외에도 가진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서울대 졸업,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국내 대형 로펌의 국제분쟁 담당 변호사. 어린 시절 해외에서 근무하던 아버지(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를 따라 국제 학교에 다녀 영어실력도 뛰어나다. 화려한 이력으로 ‘엄친딸’ ‘슈퍼우먼’이라고 불리는 그녀가 가수까지 욕심을 내다니….
하지만 이은민의 대답은 간단하지만 단호했다. “노래가 너무 하고 싶었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그리고 가수는 취미가 아니라 저의 또 다른 직업입니다.”
2007년 ‘지겹죠’로 데뷔한 이은민은 최근 세 번째 디지털 싱글 음반 ‘기어이’를 발표했다. 데뷔 당시 변호사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았지만 두 번째 싱글인 ‘리하트(Re:Heart)’로 활동하던 도중 본명과 직업이 알려졌다.
“직장과 집에도 숨기고 음반을 낸 거였어요. 변호사란 직업과 음악 하는 나를 분리시키고 싶어서 가명도 만들어 냈죠. ‘단발성이나 화제성으로 지나지 않을까’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이 있을까 봐요.”
그래도 그녀는 “갑자기 충동적으로 음반을 낸 것이 아니다”라며 대학 시절부터 온갖 오디션 등 음악에 대한 것이라면 ‘무조건’ 닥치는 대로 일했다.
“대학교 연합동아리인 ‘상투스’에서 보컬로 활동했어요. 제가 설 수 있는 무대는 동아리나 라이브 카페 밖에 없잖아요.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기획사에 찾아가 오디션도 많이 보고 떨어지기도 수 차례 했고요. 나훈아 조관우 등의 공연에서 코러스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이은민은 이날 인터뷰에 나서기까지 회사에서 내내 서류를 정리하다 왔다. 변호사와 가수 일을 동시에 두 가지 하다보니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음반을 준비할 때는 점심시간은 꿈도 꾸지 못했죠. 그 시간에 녹음을 하고, 새벽에 퇴근해서 또 나머지 작업을 했고요. 지금도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곁에 음악이 없었더라면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 정신노동이 2배로 필요한 직업이라 음악은 꼭 필요해요.”
이은민은 4년차 변호사이고, 가수는 2년차이다. ‘욕심 많은’ 그녀기에 어느 것 하나에 무게를 두지 않을 예정이다.
“회사에서는 ‘허리’위치에서 일을 맡지만, 하지만 가수로는 아직 갈 길이 멀었죠. 음악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행복해요. 올해는 정규 음반을 내는 것을 목표로 두 배로 달려보려고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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