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해요” 지소연 끝내 눈물

입력 2010-08-04 21: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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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축구의 에이스 지소연이 기자회견 중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월드컵 3위’ U-20 여자 축구대표팀 금의환향

어머니 질문에 말문 못잇고 눈시울
딸 만류불구 마중은 어머니도 글썽
환영인파·취재진으로 입국장 북적


161cm ‘작은 거인’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흘러내렸다.

인천국제공항에 몰린 환영 인파와 취재진을 보고도 담담해 하던 그녀는 어머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셔서”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이어 “앞으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 사랑해요”라고 외쳤다.

지소연(19·한양여대)의 어머니 김애리(43)씨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김 씨는 “몸도 아픈데 절대 공항에 나오지 말라”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착 2시간 전에 공항을 찾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한 비행기가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기상 악화로 늦게 출발해 예정시간보다 2시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김 씨는 공항에서 무려 4시간을 기다렸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정중하게 사양할 정도로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딸 생각뿐이었다.

선수단이 도착한 후에도 환영행사와 인터뷰로 딸 손조차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다. 선수단 버스 앞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 “딸에게 어떤 말을 해 줬느냐”고 묻자 김 씨는 “너무 장하다고 해 줬어요”라고는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한국축구 역사상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첫 3위라는 금자탑을 쌓은 U-20 여자대표팀이 4일 입국했다.

공항은 이들을 마중 나온 가족, 지인, 취재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태극소녀들은 기적을 이룬 전사들 치고는 너무도 작고 앳돼 보였다. 인터뷰 단상에 오를 때 골키퍼 문소리를 빼고는 모두 발 받침대를 이용해야 했을 정도.

그러나 그녀들은 당당했다. 그리고 그 중 최고 스타는 지소연이었다.

지소연의 목에는 두 개의 메달이 걸려있었다. 양 손에는 실버볼과 실버부트를 꼭 쥐었다. 지소연은 “큰일을 해내 너무 기쁘다. 독일로 떠날 때는 아무도 몰랐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오셔서 깜짝 놀랐다. 최선을 다했기에 실버볼과 실버부트에 만족한다”며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 최인철 감독은 “힘든 훈련을 잘 견뎌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이 여자축구에 관심을 가져 10∼20년 후에 그라운드를 누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국제공항|윤태석 기자 sportic@dong.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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