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의 프로그램에서 예전 연예인과의 만남과 교제 사실을 잇따라 높은 수위로 공개해 온라인에서화제가 된 방송인 이파니(왼쪽). 세 사람이 같이 연관된 과거사를 방송에 함께 출연해서 공개해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일으켰던 채리나, 황혜영, 유리(오른쪽 위에서 부터 차례대로).
옛연인·스폰서·우울증·성형…고백 유형 4가지
‘과거를 공개하면 뜬다?’
지금 연예계는 ‘과거고백’의 전성기다. 너도 나도 기회만 되면 예전에는 숨겼을 자신의 과거를 공개하는데 적극적이다. 단순히 ‘사실 과거에 연예인 000에게 관심 있었다’는 정도는 이제 더 이상 ‘핫’하지 않다. 좀 더 강하고 자극적인 과거일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과거에 만났던 상대의 이름을 나타내는 숱한 이니셜, 그리고 과거 고백의 극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뜨거운 눈물은 이런 류의 프로그램에서는 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이 됐다. 아예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를 겨냥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방송에서 과거 연애사를 공개한 후 “내일 검색어 기대되는 데요”라고 말하는 연예인도 있다.
‘과거 마케팅’을 애용(?)하는 연예인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대중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신인, 혹은 오랜 공백 후 컴백해 주목을 끌 무언가가 필요한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꾸준히 고백 거리를 만들어 내는 ‘자가 발전형’도 있다. 독하거나 강하지 않으면 환영 받지 못하는 연예인들의 과거 고백은 어떤 유형이 있을까.
● 옛 연인 폭로형|“연예인 000와 교제했다”
황혜영-채리나-유리, 한 남자스타와 얽힌 연애사
이파니 “옛 남친 부모가 협박했다” 케이블서 밝혀
열애와 결별, 결혼과 이혼 등 사생활에 대한 가십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연예인이다. 이제는 과거 연애사까지 자신들이 직접 이슈 거리로 만든다. 최근 황혜영, 채리나, 유리는 케이블 채널 QTV ‘순위 정하는 여자’에서 한 남자 연예인과 얽힌 사연을 공개했다. 사연인즉 채리나가 사귄 연예인 남자 친구가 당시 유리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고, 그 전 여자친구는 황혜영이었다는 것.
방송인 이파니의 경우는 코미디TV ‘현영의 하이힐’에서 연예인인 전 남자친구와 커플 문신을 했다는 사실과 연하남 연예인으로부터 구애를 받았지만 아버지의 협박과 반대에 시달렸다는 것을 공개했다. 그녀는 여러 차례 자극적인 과거 공개 덕분에 온라인의 검색어에 단골로 오른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복잡다단한 연애사가 전체적인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소중한 추억의 일부분을 가십거리로 전락시켜 이슈화를 시키려는 태도와 그것을 악용하는 방송 콘셉트가 문제다”고 지적했다.
● 스폰서 언급형|“스폰서 제의 받았지만 거절”
정가은·이파니·이채은 등 고백…득 보다 실 많아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과거사 고백도 이어지고 있다. ‘롤코걸’로 사랑 받은 정가은은 한 케이블 방송에서 무명 시절 스폰서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는 사실을, 이파니와 이채은은 PD를 사칭한 남성에게 스폰서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또 그룹 샵 출신의 이지혜는 ‘순위 정하는 여자’에서 “과거 기업인들과 친하게 지냈다”는 모호한 발언으로 궁금증을 사기도 했다.
고 장자연의 자살사건 이후 연예인들의 성접대 논란과 이른바 스폰서에 대한 다양한 루머들이 등장하고 있다.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는 식의 모호하고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발언은 오히려 본인에게 득이 아닌 실로 작용하고 있다.
● 우울증 고백형|“그 시절 정말 죽고싶었습니다”
‘미달이’ 김성은·이하얀 등 자살충동 등 고민 털어놔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로 사랑 받은 아역 배우 출신 김성은은 방송에서 대중들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워 우울증에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밝혔다. 그녀는 “나를 미달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칼로 찌르고 싶었다”는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 순간에 화제의 인물로 등극했다. 하지만 공백 후 뜨거운 관심이 또 부담스러웠던지 정작 계획 중이었던 프로그램의 오디션에 불참해 연예계 컴백에 차질을 빚었다.
최근 다이어트에 성공해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하얀도 이혼 후 충격과 생계의 어려움으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밝혔다. 한 방송 관계자는 “우울증이 전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연예인의 아찔했던 과거의 순간을 가볍게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단 이슈가 되면 성공이다’라는 식의 단순하고 안이한 제작진의 생각은 연예인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 성형 공개형|“사실 얼굴에 칼 댄 경험있죠”
너도나도 공개…성형이슈를 인지도 향상에 적극 이용
과거 모습이담긴 사진이 공개되면 성형을 고백하는 것은 이제 신인들의 연예계 입문 코스가 됐다. 현영, 솔비, 이시영, 김나영 등 여자 연예인부터 개그맨 김기수, 아이돌 그룹인 제국의 아이들의 광휘까지 수를 세기 힘들 정도로 과거 성형 고백은 붐을 이룬다. 이러다 보니 성형이 한 달에 한번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펌을 하는 것 같은 미용처럼 다뤄진다.
한 연예 기획사 홍보 담당자는 “인지도가 낮은 신인의 경우 가장 주목을 받기 쉬운 이슈가 성형 고백이다”며 “최근에는 성형이 너무 일반화되어서 그 마저도 이슈화가 어려운 상황이라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더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스포츠동아DB·QTV·아이엠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