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대표팀 캡틴 박지성(맨유)을 떠올릴 때 흔히 언급되는 말이 있다. 바로 ‘언성 히어로(Unsung Hero)’다. 이는 주목받지 못한 숨은 주역을 가리키는 용어로, 동료들에 대한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박지성을 향해 영국 언론들이 흔히 사용하곤 한다.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어느 누구도 이뤄보지 못했던 꿈★을 향해 당찬 도전을 하고 있는 U-17 태극소녀들. 득점왕 등극과 골든볼 수상, 조국의 우승까지 세 마리 토끼몰이에 나선 여민지는 물론이고 모두가 아름다운 주인공들이다.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 공을 캐치하다 상대 공격수와 부딪혀 뇌진탕 증세를 보였던 골키퍼 김민아(포항여전고)는 음지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숨은 주연이다. 주전 자리는 심단비(광양여고)의 몫이었지만 그의 부상을 틈 타 2인자에서 1인자로 부상, 한국의 골문을 든든히 지켜냈다. 김민아는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는 한 마디로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왼쪽 날개로 뛰며 1골-2도움을 올린 김나리(현대정과고), 중앙 미드필더로서 1골-3도움의 활약을 펼친 캡틴 김아름(포항여전고), 왼쪽 풀백 장슬기(충남인터넷고)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공신들이다.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한국이 치른 5경기 모두 풀타임 소화한 선수는 김민아와 장슬기가 유이하다.
여자 축구인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던 오른쪽 날개 이금민(현대정보과학고)도 1골-1도움을 기록하며 녹록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U-20 여자월드컵 3위를 달성한 여자대표팀 최인철 감독은 “(여)민지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이)금민이의 과감한 돌파와 움직임도 날카로웠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