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카 고모 왔어”
삼성 장원삼의 쾌활한 성격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장원삼의 어머니 김귀남(왼쪽)씨는 힘겨운 시절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아들이 밝게 성장하도록 이끌었고, 고모 장정자 씨는 경제적 후원을 책임지며 조카에게 큰 힘을 줬다. 8일 대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두 사람이 우비를 입고 활짝 웃으며 응원을 하고 있다.
■ 삼성 장원삼의 어머니와 고모
“제가 입술이 터져서 예쁘게 안 나올 텐데…. 꼭 포토샵 좀 해주이소.” 만나는 순간부터 화려한 입담이 시작됐다. 꼭 시원시원한 성격의 아들을 보는 것 같았다. “장한 아들 두어서 좋으시겠다”고 하자, “당연하죠. ‘장’씨니까”라고 응수. “그 정도 끼면, 연예인을 하시지 그랬냐?”는 물음에 손가락으로 ‘동그랑땡’ 모양을 그리며, “이게(돈) 없어서…”라고 또 한번 허를 찔렀다.
장원삼의 어머니 김귀남(53) 씨 주변에는 항상 웃음꽃이 핀다. 옆에 앉아 있던 장원삼의 고모 장정자(67) 씨는 “워낙 싹싹하고 말을 재밌게 잘 해서 사람들을 잘 휘어잡는다. 집안에서도 인기가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장원삼의 성격 역시 어머니를 빼닮았다. 마치 아무 구김살 없이 자란 것처럼….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게 아니다. 어려운 시절이 있었지만, 잘 견뎌준 아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좀 전과는 다른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장원삼이 고등학교로 진학하던 무렵이었다.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 속에 아버지 장복수(57) 씨는 일자리를 잃었다. 그 때부터 어머니는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식당일, 파출부, 또….”
또래보다 작고 왜소한 아들의 체격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마음은 더 아팠다. “‘잘 못먹여서 그런가, 좋은 약 한 번 못 지어서줘서 그런가.’ 그 때는 별생각을 다 했지요.” 야구부 회비조차 버거운 날들이 이어졌다. 만약 그 때 고모의 도움이 없었다면, ‘야구선수’ 장원삼은 없었을지 모른다. 고모는 회비를 대신 내주며, 물심양면으로 조카를 도왔다. 어머니가 “(장)원삼이는 고모가 키운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다.
마침내 프로의 문을 두드린 장원삼은 이제 억대 연봉을 받는 투수로 성장했다. 아버지에게 “그간 고생 많이 하셨으니, 이제 일 그만 두시라”고 할 정도로 능력 있는 아들이다. 고모는 “(장)원삼이가 용돈을 주면 너무 대견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쁜 것은 원삼이의 승리다. 원삼이가 한 번 이기고 나면 한 5일은 걱정 없이 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온 가족의 엔도르핀. 어머니는 “원삼이가 대학 다니던 시절부터 내가 경기장을 찾으면 승률이 90%는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장원삼에게 어머니는 ‘승리의 여신.’ 그래서 어머니는 오늘도 경기장 먼발치에서 아들을 지킨다.
대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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