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 호응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영화제의 열기가 뜨거운 부산 해운대에서 만난 한 관객은 유명 감독 12명이 아이폰4로 촬영한 단편영화들을 본 뒤 “당장 영화를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반겼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맞춰 해운대 올레 라운지에서는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해운대 일대에 마련된 다양한 행사장 가운데서도 이 곳은 스마트폰과 영화에 관심이 높은 ‘얼리어답터’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폰 영화’ 팬들의 높은 관심
9일 오후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에서 단편영화를 공개한 봉만대, 임필성, 정윤철, 홍원기, 홍경표 감독 등이 올레 라운지에서 관객과의 대화에 나섰다. 관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촬영과 편집 방법.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100% 아이폰으로 촬영해서 편집, 음향효과까지 넣을 수 있다”며 “영화 창작이 한결 손쉬워졌다”고 말했다.
각 단편의 분량은 5분∼10분 정도. 감독들은 김재욱, 김무열, 이선호, 심은경 등의 연기자들과 손잡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아이폰4는 스마트폰 가운데서도 영화 촬영에 최적화한 휴대폰으로 꼽힌다. 고화질 영상과 내장 LED 조명 덕분이다. 여기에 전용 어플리케이션인 ‘아이무비 옙’은 다양한 영상 기술은 물론 타이틀 제작과 화면 전환 효과 등 여러 편집 기능을 갖추고 있다.
갤럭시S 등 다른 스마트폰으로도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로는 고화질 촬영이 가능한 아이폰4가 현재까지는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다.
“촬영 도중 전화 오면 낭패”
새로운 기기를 이용한 도전이 가능했던 까닭에 12명의 감독들은 이색적인 작품을 내놓았다. 영화 ‘작전’의 이호재 감독이 발표한 ‘세로 본능’은 일반 영화가 택하는 가로 촬영이 아니라 일상 풍경을 휴대전화 규격에 맞춰 세로로 촬영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봉만대 감독은 “아이폰4는 뛰어난 접사촬영 능력이 장점”이라며 음식의 색에 주목한 단편 ‘맛있는 상상’을 선보였다. 줌 기능이 약하다는 단점을 오히려 근접 촬영이란 발상의 전환으로 접근한, 봉만대 감독에게 한 관객은 “접사촬영이 강점이라면 베드신을 찍을 때 더 민망하지 않겠느냐”고 물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물론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데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홍경표 감독은 “촬영하고 있는데 전화가 오면 낭패”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2시간이면 끝나는 배터리 수명이나 손 떨림 등은 현실적인 한계로 꼽힌다. 때문에 감독들은 전용 지미짚(크레인에 달아놓은 이동형 카메라)부터 휴대전화 규격에 맞춘 렌즈 등을 따로 제작했다.
해운대(부산)|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