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역도대표팀의 고광구 코치(가운데)는 누나 소영 씨의 딸들인 차보람(왼쪽)-유람 자매를 유독예뻐했다.
조카-차보람 차유람 여자당구국가대표
AG 동행…당구경기장 찾아 응원 계획
“판박이 우리 조카들 금메달 따줬으면…”
“우리 조카가 태릉선수촌에서 제일 예쁘지요. 하하.”
남들 눈에도 수려한 외모인데, 외삼촌이라면 오죽할까. 남자역도대표팀 고광구(38) 코치는 태릉선수촌에서 조카들과 마주칠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당구국가대표인 차보람(25)-유람(23) 자매는 고 코치의 누나 소영(47)씨의 딸들. 외삼촌과 조카들은 각각 코치와 선수로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선다.
“언뜻 보면 다소 다른 외모 때문인지, 정말 조카가 맞느냐고 농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자세히 보면 닮았는데….” 고 코치는 자신의 승용차 안에 갖고 다니던 15년 전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대학시절 조카들을 안고 있는 외삼촌. 그의 초롱초롱한 눈매는 조카들도 판박이였다.
고 코치는 완도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바벨을 잡고, 불과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 52kg급 4위, 1993멜버른세계선수권 남자 54kg급 동메달 등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였다.
조카들도 외삼촌에게서 운동신경을 물려받았다. 자매는 초등학교 때 테니스 선수였다. 만능스포츠맨인 외삼촌과 테니스를 쳐도 뒤지지 않는 실력. 그 때부터 외삼촌은 될성부른 ‘떡잎’임을 알았다.
자매가 당구를 시작한 뒤에는 한때 광주에 있는 고 코치의 집에 머물며 당구수업과 검정고시 준비를 병행하기도 했다. “당구 실력은 200 정도”라고 밝힌 고 코치는 그 때부터 이미 조카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져도, 또 져도 흐뭇할 뿐. 운동선수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아는 외삼촌은 ‘보이지 않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
외삼촌과 조카의 국제무대 동반 나들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에서도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남자역도가 금메달을 수확한 반면 차유람은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 때는 참 아쉬웠어요. 역도경기장에서도 수시로 (차)유람이 경기를 체크했지요. 이번에는 유람이가 꼭 금메달을 따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소원입니다.” 고 코치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직접 당구경기장을 찾아 조카들에게 힘을 보탤 계획도 구상 중이다. “당구장, 집, 교회밖에 모른다”는 조카들처럼, 외삼촌의 기도도 더 간절해지고 있다.
사진제공|고광구 코치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