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LG맨이 된 ‘쿨가이’
LG 박용택이 ‘영원한 LG맨’을 선언했다. 3일, 4년간 최대 34억원에 망설임없이 LG를 선택했다. 박용택은 “계속 LG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영원히 LG선수로 남고 싶다고 했다. 박용택은 내년 목표를 일찌감치 25홈런과 90타점으로 잡았다. 롯데 홍성흔처럼 안타보다는 홈런과 타점기록을 높이기 위해 장타자로 변신하겠다는 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항상 LG팬들에게 미안했다. 신인때 한국시리즈에 나간 이후 한번도 가을야구를 못했다”며 내년에는 꼭 4강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용택은 10일, 마무리캠프가 진행되는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그는 “LG팬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LG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
FA선언을 하고 난 후 일주일만에 박용택은 4년계약을 했다. 계약금 8억원에 연봉 3억5000만원. 최대 34억원이지만 절반이 넘는 금액이 옵션이다. 올해 성적을 기준으로 하면 3억원의 플러스 옵션 가운데 한 푼도 건질 수 없을 정도다. 최고 성적을 냈던 지난해 성적으로도 3억원 옵션을 다 차지할수 없다. “골든글러브는 무난히 받을 성적을 내야 옵션을 다 따낼 수 있어요.” 구단이 내세운 조건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히 해야할 성적이라는 판단에 빠르게 계약을 했다.“무조건 LG에서 야구를 한다는 생각 뿐이었죠. 제 스스로 계약의 마지노선을 정해 놓았는데 그보다는 조건이 좋았어요.” 박용택의 내년 시즌 가장 큰 목표는 4강 진출이다. 그는 계약을 오래 끌 생각도 없었고 계약조건에도 초연했다. 빨리 플로리다로 가서 동료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다시 LG에서 뛴다는 것입니다. 팬들을 위해 내년에는 꼭 가을잔치에 나갈 겁니다.”
○장타자로 변신하겠다
박용택은 올해 롯데 홍성흔을 보고 많은 교훈을 얻었다. 34세의 나이에 홍성흔은 장타자로의 변신에 성공했고 생애 최다홈런과 타점기록을 갈아치웠다. “제가 LG에 입단해서 9년을 뛰었습니다. 뭔가 저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기인 것 같네요.”지명타자로 출전이 많아지면서 안타보다는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홈런과 타점에 주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종훈 감독, 서용빈 타격코치와 상의한 뒤에 마무리 캠프부터 강도높게 훈련할 작정이다. 일찌감치 내년 목표도 25홈런과 90타점으로 잡았다. 지난해 세운 18홈런과 74타점이 자신의 최고기록이지만 홍성흔과 팀선배 조인성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홍성흔이 올해 26홈런,116타점을 올렸고 조인성은 28홈런,107타점을 기록했다. “성흔이 형의 도전하는 자세와 36세에 생애 최고의 성적을 낸 인성이 형을 보고 많은 걸 느꼈습니다. 저도 100타점을 기록하는 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박용택이 장타자로 변신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타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홍성흔처럼 성공적인 시즌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제 타격에만 집중한다
박용택은 올해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긴 슬럼프를 겪었다. 6월까지 그는 164타수 36안타 타율 0.220밖에 치지 못했다. 지난해 0.372로 수위타자가 됐던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매일 수백번의 타격을 하고 경기가 끝난뒤 캄캄한 운동장을 한시간씩 뛰어보기도 했지만 잃어버린 타이밍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슬럼프는 보통 1주, 길어도 2주가 일반적인데 박용택은 무려 3개월을 방황했다. 데뷔후 줄곧 88kg을 유지했던 몸무게가 81kg까지 줄 정도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 7월 이후 급피치를 올리며 2년연속 3할은 기록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시즌이 됐다. “또 한번 배웠죠. 타격은 항상 집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지난 시즌을 마치고 박용택은 타격보다는 송구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어깨강화 훈련에 매일 2시간을 투자했고 스프링캠프때는 하루 200개가 넘는 송구훈련을 했다. 아쉽게도 훈련은 부상으로 중단됐다. 담당의사는 “투수라면 수술을 해야할 상태”라고 했다. 수비에 쏟았던 시간을 타격에 전념했다면 올해같은 슬럼프는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용택에게는 최선을 다했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영원한 LG맨’을 선언하고, 팬들에게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박용택. 그에게 2011시즌이 남다른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 황금장갑을 수상한 박용택. [스포츠동아 DB]
○잊지 못할 고마운 팬들
박용택은 프로에 와서 올시즌 가장 많은 선물을 팬들에게서 받았다. 수위타자를 했던 지난해보다 훨씬 많았고 그 많은 선물들은 특히 슬럼프 기간에 그에게 전달됐다. “롯데팬이라는 시인 한 분이 긍정을 주제로 한 책을 선물로 주시며 꼭 슬럼프를 이겨낼 것이라고 하셨어요. 다른 팀 선수에게는 처음 선물한다고 하셨는데 정말 고마웠습니다.” 힘들 때 보내준 격려편지와 선물을 잊을 수 없다. 박용택이 야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답하고픈 고마운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통산 2000안타와 300홈런-300도루
박용택이 선수로서 가장 이루고 싶어하는 기록은 300홈런과 300도루다. 올해까지 9년 동안 박용택은 110홈런과 198도루를 기록했다. 그는“300홈런-300도루는 2000안타와 함께 프로에 처음 입단할 때 가졌던 꿈이다. 도루는 자신있다. 내년에 계획대로 홈런 25개를 쳐낸다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내년에는 반드시 4강
초등학교 때부터 박용택은 우승을 몰고 다녔다. 고명초∼휘문중∼휘문고∼고려대를 거치며 그는 항상 최강팀의 일원이었다. 프로에서도 LG에 입단한 2002년 첫해 한국시리즈에 나갔다. 우승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03년부터 LG는 8년째 가을잔치에도 나가지 못했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강조합니다. 지난 8년의 아픔을 모든 선수가 잊지 않고 있습니다.” LG는 11월1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에서 50여일간에 걸친 사상 최대의 마무리훈련에 돌입했다. 목표는 오직 하나! 2011년 4강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2번은 하고 싶다
8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박용택은 팬들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솔직히 젊었을 때는 팬들의 고마움을 잘 몰랐어요. 순위가 결정된 뒤에도 야구장을 찾아서 응원해 주시는 팬들을 보면 요즘은 너무 죄송합니다.” 박용택은 팀도 팬들도 최고가 될 수 있는 시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용택은 LG에서만 9년을 뛰었다. 그는 선수로서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며 은퇴할 때까지 적어도 두 번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그라운드에서 팬들과 부둥켜 안고 맘껏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을 위해 총력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LG 팬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는 것.’ 영원한 LG맨이 되겠다는 ‘쿨가이’ 박용택의 가장 큰 꿈이다.
▶Who 박용택? ○생년월일=1979년 4월 21일 ○출신교=고명초∼휘문중∼휘문고∼고려대 ○키·몸무게=185cm/90kg(우투좌타) ○프로 데뷔=2002년 LG 2차 우선지명 ○주요 경력=2009년 타격 1위·외야수 골든글러브 ○2010년 성적=107경기 타율 0.300, 9홈런 19도루 45타점 62득점 ○2010년 연봉=3억10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