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야구로 한국시리즈 MVP 우뚝!
이제 새로운 목표는 亞시리즈 우승
그의 방망이는 또다시 미치고 싶다
3할 30홈런 100타점 내년엔 반드시!한국시리즈 MVP ‘미스터 옥토버’
▶Who 박정권? ▲1981년 7월21일 생 ▲효자초∼전주동중∼전주고∼동국대 ▲좌투좌타 ▲187cm,93kg ▲2004 SK-2005 상무-2007 SK ▲2010년 연봉 1억2500만원 ▲2009년 플레이오프 MVP, 2010년 한국시리즈 MVP
SK 박정권은 올해 태어나서 가장 큰 상을 받았다. 한국시리즈에서 당당히 MVP를 차지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맹타를 휘둘러 팬들은 그를 ‘미스터 옥토버’라고 부른다. 박정권은 올해 데뷔후 처음으로 3할을 쳤다. 목표했던 30홈런과 100타점은 채우지 못했지만 팀의 중심타자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MVP 박정권’의 새로운 목표는 아시아 정상이다. 11월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일챔피언십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다. 시즌초 박정권은 “앞으로 5년 동안 야구에 미쳐보겠다”고 했다. 약속대로 그는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보란 듯이 최우수선수가 됐다. 박정권은 내년에 다시 한번 ‘3할 -30홈런-100타점’에 도전한다. 그에게는 어떤 타이틀보다 더 큰 목표다. 박정권은 아직 그의 능력을 다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내년 시즌이 더 기다려진다.
○가을에 잘하는 이유? “팀을 믿기 때문이죠”
박정권이 붙박이 주전으로 참가한 포스트시즌은 지난해부터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476, 3홈런, 8타점으로 MVP를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0.393에 2홈런,9타점을 기록했다. 올해 한국시리즈까지 그는 포스트시즌 22경기에서 타율 0.409,6홈런,23타점의 맹타를 날렸다. “왜 가을에 그렇게 잘하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박정권은 팀에 대한 믿음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질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아요. 팀에 대한 믿음, 동료에 대한 믿음이 야구를 편하게 하게 만들어 줬어요.” 한국시리즈 1차전 때 그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위기때 내야수끼리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아요. 그런데 삼성 내야는 굳어 있더라구요.”‘미스터 옥토버’라는 별명을 아느냐고 묻자 박정권은 멋쩍게 웃고 만다. “이제 2년 반짝 했는데요. 만약 내년에도 가을에 잘하면 그때 미스터 옥토버라고 불러주세요.”
○기쁨을 누릴 시간은 많지 않다
“올해 우승은 이제 지난 일이잖아요. 한일챔피언십 끝나면 또 내년을 준비해야죠.” 박정권은 SK는 항상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는 팀이라고 표현했다. 투수는 투수대로, 타자는 타자대로, 팀은 팀대로 더 높은 곳을 향해 계속 도전하는 게 SK야구라는 것. 그는 내년 시즌 목표를 팀의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확실하게 말했다. “한국시리즈 5년연속 진출은 아무도 못했던 일이니까 저희가 한다면 팀이나 개인에게 모두 영광이죠.” 지난 일요일부터 SK는 다시 훈련에 돌입했다. 11월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일챔피언십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11시부터 특타로 시작된 훈련은 오후 6시까지 7시간 동안 진행됐다. 가장 나이많은 최동수(40)가 특타 1조였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분위기는 차분했다.
○재도전, 3할- 30홈런-100타점
박정권의 스윙은 홈런타자보다는 정교한 컨택형 타자에 가깝다. 지난해 그는 0.276의 타율을 기록하며 홈런 25개, 76타점을 올렸다. “정확성을 높이고 타율을 끌어올리면 홈런과 타점이 자연스럽게 많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올해 0.306으로 데뷔 7년만에 처음 3할타자가 됐지만 홈런은 18개밖에 못쳤다. “3할은 쳤지만 홈런은 줄었어요. 안타치기에 급급해 스윙이 자꾸 작아지더라구요.”발목 부상도 있었지만 특히 9월에 치른 19경기에서 한 개의 홈런도 때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좋은 경험했죠. 내년에 다시 3할-30홈런-100타점에 도전할 겁니다. 저에게는 어떤 타이틀보다 큰 목표입니다.”
이 영광 다시한번! ‘미스터 옥토버’로 통하는 SK 박정권은 팀을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당당히 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이제 11월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챔피언십에서 승리해 아시아 정상까지 우뚝 서겠다는 목표다. 우승 후 김성근 감독에게 샴페인을 퍼붓고(왼쪽) 우승 메달을 깨물어 보는 박정권의 표정에 기쁨이 가득하다. 스포츠동아DB
○김재현 선배 은퇴, 멋지고 아쉽고…
“가장 멋지게 은퇴하는 것 같아 한편 부럽지만 2∼3년은 충분히 더 할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도 큽니다.” 실력도 뛰어났지만 김재현의 리더십 공백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4년전 감독님이 처음 오셨을 때 이름값 없이 모든 선수를 똑같이 대하겠다고 하셨어요. 저같은 젊은 선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박경완,김재현,박재홍,이호준같은 선배들은 나이도 꽤 있고 이미 스타였잖아요.”엄청난 훈련을 선배들이 불평하지 않고 묵묵하게 따라했기 때문에 후배들이 집중할 수 있었고 지금의 강한 SK가 됐다는 게 박정권의 설명이다. 한국시리즈 4차전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김광현이 포수 박경완에게 인사한 장면이 화제가 됐다. “우승하고 광현이한테‘왜 인사했냐’고 물어봤죠. 자신도 모르게 경완 선배 뛰어 오는데 인사하고 있더래요.”항상 선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박정권처럼 김광현도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5년간 야구에 미치겠다
박정권은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5년 동안 야구에 미치겠다”고 했다. 지난 일요일 만났을 때 그는 “지금부터 다시 5년 동안 야구에 미쳐보겠다”며 1년을 더 보탰다. 야구를 한 이후 지금처럼 야구에 집중하며 세심하게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다. “올해 감독님 방을 지나가다 안쪽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감독님이 방에서 튜빙과 푸시업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집에서 야구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1시간 출퇴근 하시는 것도 대단하구요.” 박정권은 곧 70세가 되는 김성근 감독의 열정을 보면서 30세의 현역선수가 어떻게 해야할 지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SK의 엄청난 훈련량에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박정권은 “이제는 즐겁게 훈련한다”며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우승을 하고 성적과 연봉이 올라가는 것은 모든 프로선수의 꿈이다. 집에 가면 자랑스런 아빠, 자랑스런 남편, 자랑스런 아들이 된다. 선수로서 계속 발전하는 자신을 느끼면서 최강 팀에서 뛰는 자부심도 크다고 했다.
○WBC 국가대표는 또 하나의 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베이징올림픽을 보면서 항상 태극마크를 꿈꿨다. 상무에서 월드컵과 대륙간컵에 출전한 경험은 있지만 메이저대회는 출전하지 못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는 꼭 출전할 수 있도록 내년과 내후년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박정권은 LG 이진영처럼 1루와 우익수로 출장하는 선수다. 1루 수비는 현역최고 수준. 올해 기록한 실책은 단 2개 뿐이다. “아직 외야수비는 어설프죠. 그래도 지난해보다 부담감은 많이 줄었습니다.” 박정권은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는 타자다. 이만수 SK 수석코치는 “내년이나 내후년 박정권이 큰일을 한번 낼 것”이라며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종이 한장 차이지만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김성근 감독이 강조하는 이 말을 박정권은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다. 자신감은 철저한 준비속에서 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