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부활의 비밀] 박태환 I라인 파워…만리장성 물먹였다

입력 2010-1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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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스포츠동아 DB]

박태환. [스포츠동아 DB]

I형 직선 스트로크 에너지 효율 높여
예선·결선 50m 남기고 오른쪽 호흡
中 쑨양·장린 주시 막판 금빛 스퍼트
수영인들은 박태환(21·단국대)을 가리켜, “한국에서 저런 선수가 나온 것은 기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빚어낸 금빛 물살의 비결. 자유형200m에서 아시아신기록(1분44초80)을 세운 마린보이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마린보이의 생체시계, 레인배정에 도움

박태환은 예선에서 1분49초15(3위)로 결선에 올랐다. 150m까지는 결선진출선수 가운데 최고기록이었지만, 본인 표현대로 마지막에 레이스 조절을 했다. 박태환은 예선에서 마지막 조(4조). 앞 조 장린, 쑨양(이상 중국)의 기록을 본 뒤, 경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영대표팀 안병욱 코치는 “박태환이 1분50초 안에만 들어오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미리 기록을 주면, 그 시간 내로 들어오는 능력이 탁월하다. 200m에서 오차는 1초 이내. 뛰어난 생체시계 덕분에 예선에서 힘을 아끼고, 결선에서 전력을 쏟을 수 있었다. 예선 3위는 체력비축 이외에 레인배정을 염두에 둔 작전이기도 했다.

박태환이 만약 예선을 1위로 통과해 결선에서 4번 레인을 받았다면, 쑨양과 장린을 양 옆인 3·5번 레인에 두고 레이스를 펼쳤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왼쪽과 오른쪽을 모두 살피며 헤엄쳐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하지만 박태환은 예선 3위로 결선 3번 레인에 자리를 잡음으로써 쑨양(4레인)과 장린(5레인)을 한 쪽으로 몰아둘 수 있었다. 박태환은 “사이에 끼지 않고, 혼자서 (레이스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마린보이의 양쪽호흡, 결선에서도 빛났다

경쟁자들을 한 쪽으로 몰아두면 좋은 이유는 호흡법과 관련이 있다. 수영선수들은 대개 일정한 방향으로만 고개를 돌려 호흡을 한다. 박태환 역시 왼 호흡을 주로 한다. 하지만 오른 호흡도 가능한 장점이 있다. 볼 코치 역시 예선 직전, “박태환이 양쪽 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호흡법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예선(4번 레인)에서 줄곧 왼 호흡을 하던 박태환은 마지막 50m에서 오른 호흡을 사용했다. 1위를 다투던 오른쪽 5번 레인의 코보리 유키(일본)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박태환은 예선 직후, “(시험 삼아) 한번 해봤다”며 웃었다. 결선에서도 박태환은 줄곧 왼 호흡을 하다가 마지막 50m에서 오른 호흡으로 바꿨다. 최후스퍼트를 하면서 오른쪽 4·5레인의 쑨양과 장린을 주시하기 위해서였다. 예선에서 마지막 50m는 결승을 위한 사전테스트임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박태환의 I자 스트로크, 금빛 영법의 비밀

박태환은 스트로크(팔을 뻗어 물을 긁는 동작)를 할 때 팔이 직선에 가까운 ‘I형’이다. 반면 다른 아시아권 선수 중에는 ‘S자형의 스트로크’를 하는 선수가 많다. 물론 신체적인 특성에 따라 자기 몸에 맞는 영법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클 볼(호주) 코치는 “과도하게 S자 스트로크를 하면, 직선 형태의 레이스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I자형 스트로크는 물을 직선으로 긁기 때문에, S자형 보다 곧게 헤엄치는데 유리하다. 반면, 파워가 요구된다. 박태환은 갈지자 레이스를 배제해 에너지의 효율을 최대로 높인 다음, 막판에 놀라운 스퍼트능력을 발휘한다. 스포츠동아 이동운(대한수영연맹 총무이사) 해설위원은 “이날 경기에서도 완벽한 영법이었다”고 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눈썰미도 금메달

박태환의 집은 비디오테이프로 가득하다. 박태환의 부모가 어릴 적부터 아들의 경기장면을 찍은 것들이다. 박태환은 슬럼프에 빠지면, 주말 내내 집에서 비디오를 본다. 최고조의 감각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박태환은 I자형 영법도 눈썰미로 터득했다. 어릴 적부터 피터 반 호겐반트(네덜란드), 이언 소프, 그랜트 해켓(이상 호주) 등 세계적인 수영스타들의 동영상을 즐겨본 덕이다.


○몸매만 보면 안다? 200m에서 강한 이유

수영에서는 보통 200m까지가 단거리, 400m 이상은 중장거리로 분류된다. 선수들의 체형도 주 종목에 따라 차이가 있다. 단거리 육상선수와 마라토너의 몸을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박태환은 한 눈에 봐도 탄탄한 어깨 근육을 자랑한다. 하지만 장린과 쑨양의 몸매는 박태환 보다 다소 미끈한 느낌이었다.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KISS) 박사는 “박태환은 단거리에 필요한 속근과 중장거리에 필요한 지근의 중간 형태 근육이 발달해 있다”고 말한다. 멀티 플레이어 박태환은 400m에서도 금빛 레이스에 도전한다.

광저우(중국)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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