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 김혜수 20년째 불면증과 전쟁 중

입력 2010-1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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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맡은 연주처럼 까칠하진 않지만 그녀처럼 저도 오랜 기간 불면증을 앓고 있죠.” 영화 ‘이층의 악당’에 출연한 김혜수가 이번 캐릭터는 자신의 실제모습 일부가 반영된 작품이라며 애정을표시했다.

“영화에서 맡은 연주처럼 까칠하진 않지만 그녀처럼 저도 오랜 기간 불면증을 앓고 있죠.” 영화 ‘이층의 악당’에 출연한 김혜수가 이번 캐릭터는 자신의 실제모습 일부가 반영된 작품이라며 애정을표시했다.

■ 우리가 몰랐던 김혜수의 비밀 “20년간 여배우로 산다는 건…”

고3때 뒤처지기 싫어 습관적으로 밤샘
어느새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 나,
코미디 강박증에 오버연기 ‘…악당’ 덕에 벗어났죠
패셔니스타? 하하…대학생 때 산옷 아직 입어요
12년째 영화제 진행? 날 좀 봐달라는 몸부림!
김혜수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옆에 누군가 있는게 좋다. 만약 그와 대화를 나눌 때 누군가의 제지가 없다면 몇 시간이고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화 ‘이층의 악당’ 개봉을 앞두고 16일 만난 김혜수(40)는 평면적인 질문을 받아도 입체적으로 설명할 줄 아는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로 시작된 대화는 데뷔 초로 거슬러 갔다가 이후 겪은 슬럼프를 거쳐 여전히 겪고 있다는 불면증까지 넘나들었다.

스크린과 TV 화면에서 보여줬던 당당함은 여전했지만 20년 넘도록 연기자로 살고 있는 여배우의 일상을 전하는 대목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뜻밖에 측은한 모습도 발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비교대상이 없을 만큼 탁월한 달변가였다.


● “유머코드 없던 나, 코미디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난 기회”

김혜수는 25일 개봉하는 코미디 ‘이층의 악당’(감독 손재곤)에서 불면증과 우울증을 겪으며 홀로 딸을 키우는 까칠한 성격의 연주라는 인물을 맡았다. 자신이 맡은 연주에 대해 설명하던 김혜수는 “실제로 저는 까칠하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영화에서 연주가 갖고 있는 불면증에 대해서는 수긍했다.

“저도 불면증은 오래됐어요. 어릴 때는 촬영장에서 잠이 들어 결국 스태프들이 철수한 적도 있어요. 고3때는 잠을 없애려고 인스턴트 커피를 한 스푼씩 먹고 과외를 받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보편적으로 세상에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뭘 채워 넣지 않으면 불안했고 밤을 새우면 무언가 해낸 기분이 들었어요.”

이런 점에서 ‘이층의 악당’은 실제로 불면증과 때로는 우울증도 겪는 김혜수의 모습 일부가 반영된 작품이다. 하지만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에서 연주는 이층 집 세입자이자 의뭉스러운 소설가 창인(한석규)과 미묘한 감정을 나눈다. 그 과정은 유쾌한 대사와 엉뚱한 에피소드로 완성된다.



“유머코드가 없는 스타일이라 코미디에 약간의 강박이 있었다”는 김혜수는 “일부러 과장해 표현했던 경험에서 이제는 벗어날 수 있겠다”는 욕심에 출연을 결심했다.

영화 속 김혜수의 모습은 그동안 탄력있는 몸매로 사랑을 받아왔던 화려한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 본인 조차 “너무 뚱뚱하고 너무 못생기게 나와 관객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 “촬영 직전 몸이 좋지 않아서 한약을 먹으며 세 끼를 꼬박 꼬박 챙겨먹었어요. 평소보다 몸무게가 8kg이나 찐 상태였어요. 하하.”

그래도 편하게 연기한 것은 ‘닥터 봉’ 이후 15년 만에 만난 한석규와의 호흡이 가져다주는 신뢰 덕분이다.

“어릴 때 연기를 시작하면서 생긴 허점들로 방황하던 시기에 ‘닥터 봉’을 만났어요. 당시만 해도 로맨틱 코미디에 대해 거부감이 컸죠. 너무 저를 가볍고 얄팍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상황이 싫었는데 ‘닥터 봉’과 오빠를 통해 이겨낸 부분이 있어요.”


● “옷 사지 않는 이유? 쓰레기 남기기 싫어서”

김혜수에게 ‘대중들이 모르는 슬럼프가 있었느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철들기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있었죠. 작품도 하고 광고까지 한다고 남들은 ‘부럽다’고 하지만 늘 (슬럼프가)있었어요. 원인을 찾았고 돌아보기도 했고 다 접으려고도 했는데 그래도 내버려뒀어요. 자의식이나 욕망과 연관된 문제잖아요. 현실적으로 답도 없고요.”

김혜수는 자존심이 생명인 여배우로서는 쉽게 밝히기 어려운 속내까지 자연스럽게 털어놓았다. 그건 12년 동안 맡았던 청룡영화상 진행에 대한 고백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관계자들은 제 편이잖아요. 그 사람들도 저를 영화배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왜 청룡영화상 진행을 시작한 줄 아세요? 영화에 출연하는데 아무도 저를 주목하지 않았어요. 영화인과 어울릴 수 있는 유일한 자리는 시상식이었어요. 저는 노미네이트 될 기회가 거의 없었고요.”

김혜수는 “영화인들과 소통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하다 “좀 슬프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런 속사정은 모른 채 레드카펫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의상, 당당한 걸음걸이만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시선이 한편으론 야속한 눈치다.

‘이층의 악당’에서 김혜수가 입은 의상 대부분은 그의 언니가 입던 옷들이다. 집 안에서 꾸미지 않는 주부의 모습 그대로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김혜수는 “누가 집에 있는데 비비크림까지 챙겨서 바르고 있겠느냐”며 “실제로 옷을 산지 몇 년 됐고 집에서도 옷방은 가장 어둡고 작은 방”이라고 했다. 이날 인터뷰 때 입은 털조끼도 그가 대학생 때 구입한 제품이다.

늘 화려한 옷으로 대중의 시선을 이끄는 것을 생각하면 의외로 옷에 욕심이 없는 편이다. 어릴 때 데뷔해 “사치할 것 같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옷 욕심을 없앴 던 것도 있지만, 정작 그녀의 옷쇼핑을 중단하게 했던 특별한 기억은 따로 있다.

“박경리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하신 인터뷰를 봤어요. ‘세상 모든 동물 중 인간만 유일하게 쓰레기를 남긴다’는 것이죠. 제가 옷이 없다고 사람들이 ‘김혜수 거지야’라고 하지 않을 텐데, 저라도 쓰레기 보태지 않아야죠.”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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