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신 기자
다음 날인 19일 쑨양은 매우 바빴다. 자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20일 항저우로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스케줄이 빡빡했다. 그러나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직접 만난 쑨양은 예의바른 청년이었다. 질문의 3분의 2 이상을 박태환과 관련지어 대답했다. 한국 언론을 배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시아경기를 마친 소감에 그의 첫마디는 “박태환이 있어 이번 대회는 나의 미래에 많은 도움을 줬다”였다.
쑨양에게 박태환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2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19세의 한국 선수가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따는 것이 동기 유발이 됐다고 한다. 박태환은 쑨양에게 희망이자 목표였다. 그러고 보니 쑨양이 1500m 시상식에서 보인 오성홍기를 두른 모습은 전날 박태환이 400m 우승 후 보여준 세리머니와 닮았다.
촉박한 인터뷰에 다 못한 말이 있어서일까. 인터뷰를 마치고 1시간 뒤 쑨양은 “박태환은 나의 영웅 중 한 명이었다. 그와 대화하고 싶어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두 살 차이인 한중 수영 스타들이 재회할 날이 기다려진다. 21세와 19세, 나이도 참 좋다.―광저우에서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