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뚱 상큼 깜찍 발랄 4차원녀? 최강희, 그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예능울렁증 오해…첫만남 어색해서 주절주절
영화 ‘쩨쩨한…’찍으며 올핸 ‘여자짓’ 좀 했죠
“이선균!”예능울렁증 오해…첫만남 어색해서 주절주절
영화 ‘쩨쩨한…’찍으며 올핸 ‘여자짓’ 좀 했죠
선배이자 연상인 동료 배우 이선균을 최강희는 이렇게 부른다. 이선균은 최강희가 자신에게 ‘언니’ 혹은 ‘오빠’ 등 호칭을 붙이지 않더라고 말했다.
최강희에게 이 사실을 확인하자 그녀는 “맞다”며 웃었다. “싫어하는 사람은 아예 이름도 부르지 않는다”면서. 그녀에게 호칭은 “사람의 관계를 막는 것”일 뿐이다. 이미 이선균과는 2008년 SBS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으니 최강희가 이름을 부르는 것은 가장 각별한 “친근감의 표시”이다.
두 사람이 이번에 또 다시 카메라 앞에 함께 섰다. 12월 개봉하는 영화 ‘쩨쩨한 로맨스’(감독 김정훈·제작 크리픽쳐스). 섹스 칼럼니스트 역을 연기한 최강희는 성인만화가 역의 이선균과 성인만화 공모전에 응할 작품을 함께 만들며 아웅다웅 ‘섹시한’ 설전을 벌여나간다. 그 만큼 대사의 수위도 높고 최강희는 처음으로 베드신을 연기하기도 했다. “베드신? 맞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칫 과한 연기는 창피함을 가져오기도 한다. 왜 있지 않나? 나는 한다고 했는데 오버하는 것처럼 보여 무안하고 어색해지는….”
‘4차원녀’라고 불리며 한때 화제를 모았던 최강희는 그 별칭의 핵심이 바로 ‘어색함’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사람이나 일과 관련해 낯선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는 그녀지만 “어색함은 숨길 수 없다”고도 했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거나 어미도 없는, 무의미한 단어의 나열”인데, 헛말이 나오거나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면전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곤 한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단지 “어색해서 이상하게 들리는 말을 한 것일 뿐”인데 사람들은 이를 ‘4차원’으로 부른다.
- 그럼 출연하지 않으면 되지 않나.
“해야 한다. 내가 얼굴이라도 드러내야 사람들이 영화 제목이라도 알지 않겠나. 물론 티켓을 사는 건 그들의 몫이지만.”
- 그들의 몫에 충분히 선택을 맡길 만큼 느낌은 좋은가.
“이제 곧 크리스마스인가보다. 아니, 로맨틱 코미디여서 그런가? 사랑하고 싶어서? 아니면 내 나이 탓인가? 멋있게 쩨쩨한 두 남녀의 조연 같은 사랑이다. 멜로영화 속 주연과는 또 다른, 자신들만의 재미난 연애 같은 것.”
- 당신은 쩨쩨한가.
“여자는 삐칠 수 있지만 남자는 삐치지 못한다. 절대. 왜? 남자다움이라는 데 얽매이니까. 남자에게 ‘삐쳤다’고 하면 기분 나빠하지 않나? 그래서 남자가 더 쩨쩨하다.”(웃음)
- 지난해 인터뷰에서 ‘남들이 따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 정말 누군가 따라준다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그렇게 된 느낌이다.
“요즘 트위터를 하는데, 팬들과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다. 팬들이 멘토나 롤모델이라는 말을 많이 해주기는 한다. 이제는 그 말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 그 ‘워너비’(wanna-be)의 실체는 뭘까.
“음…. 자유로움?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그들이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것 같고 나 또한 그렇다. 사람은 기억하고 싶은 대로만 기억하려 하는 것 같다. 누가 그러더라. 검은색 선이 있고 그 안에 동그라미가 있어도 일직선이라고만 생각하면 그렇게 보인다고. 연예인도 그렇고,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이 늘 (연예인을)좋지 않게 보는 것 같고 또 우리도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런 시선과 선입견에서 이젠 편해져야 한다.”
- 지나간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컸던 것 같다.
“최근까지 미니홈피에 ‘가장 외로운 사람은 자신의 진심을 말하려는 사람’이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한때 주변에선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만큼 말이 오해를 일으키고 와전된다는 것인데, 한 두 사람에게는 무언가를 말해야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더라. 그게 전부가 아닌데 말이다. 그때 느꼈다. 그저 물 흐르는 것처럼 시간이 지난 뒤에 내 진심을 알게 될 사람은 알게 될 거라고. 그리고 아예 비밀도 만들지 않는다. 나 역시 타인을 괜히 나쁜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으니까. 내 미니홈피도 전체공개로 되어 있다. 하하!”
- 비밀도 만들지 않는다면, 연애는.
“역시 남자친구가 없다. 연애는 남들 아는 만큼 안다. 하하!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 진짜 조언을 잘 하는데 나도 그런 편? 연애하면 정신 못 차리지 않나.”
- 2010년도 이제 한 달 가량 남았다. 어떤 해였나.
“날 여자로 만들어준 해. ‘쩨쩨한 로맨스’ 촬영하면서 캐릭터를 닮아간 건지는 모르지만, 주변에선 ‘이제 여자의 향기가 난다’고 하더라. 하하! ‘여자짓한다’는 건데, 귀여운 척도 좀 하고 애교도 좀 생기고….(웃음) 주변에 인기가 많아졌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내가 주인공이 된 해이다.”
- 지난해 당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을 펴냈다.
“수익금을 미혼모 단체에 기부했고 올해도 환경단체에 기부할 생각이다. 책에 담긴 건 지난 10년 동안 써온 이야기다. 또 책을 내려면 앞으로도 10년이 더 흘러야 하지 않을까? 하하!”
최강희는 사뭇 진지함 속에서도 시원하고 따스한 웃음을 전할 줄 아는 여자다. ‘4차원녀’라는 별칭에 담긴 핵심을 알아버린 바, 그것은 우리네 일상의 것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친근함과도 같으니, 이제 이 여자, 새로운 별칭으로 불려야 마땅하다.
더욱 사랑스러운 그 무엇으로.
● 최강희 프로필
1995년 KBS ‘신세대보고 어른들은 몰라요’ 1기로 데뷔
1998년 MBC 청소년 드라마 ‘나’와 영화 ‘여고괴담’으로 대중적 명성
1999년 KBS 2TV ‘학교’와 ‘광끼’를 거치며 청춘스타로 거듭
2000년 ‘행복한 장의사’ 이후 본격적인 스크린 활동
2006년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 스크린 주역으로 부상
2007년 MBC 드라마 ‘고맙습니다’와 SBS‘달콤한 나의 도시’, 영화 ‘애자’ 등 출연
2010년 12월2일 ‘쩨쩨한 로맨스’ 개봉 예정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