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발굴-지도자 후배 길 터줄 적기”
박태환 “참스승과의 이별 마음 아프다”
박태환(22·단국대)을 발굴해 세계적 수영스타로 키운 노민상(55) 경영대표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다.박태환 “참스승과의 이별 마음 아프다”
노 감독은 13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수영연맹이 주최한 2010광저우아시안게임포상식 직후 “한국수영을 열렬히 응원해 주신 분들 덕에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박태환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나 혼자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고 싶다”고 밝혔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이미 2009년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기간부터 “노 감독님께서 ‘이제 지도자로서 이룰 것들을 다 이뤘다. 아시안게임 직후 명예롭게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내놓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대한수영연맹도 “일단 노 감독의 결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용퇴’의 분위기는 감지하고 있었다.
당시 노 감독은 “건강도 많이 안 좋아졌고, 대표팀 밖에서도 유망주 육성 등 할일이 많을 것 같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머리를 식히는 동안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마침내 아름다운 퇴장을 택했다.
노 감독은 “마음이 아프지만 훌륭한 후배들을 위해 이쯤에서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좋은 일 아닌가 생각한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며 잠시 눈가를 적시기도 했다.
대한수영연맹 이기흥 회장은 “당분간 경영대표팀은 안종택 수석코치가 감독직을 대행하고 연맹은 경기력 향상위원회를 열어 새 감독을 영입할지, 내부에서 뽑을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감독은 “제2의 박태환을 어디든 쫓아가서 발굴해내겠다”며 꿈나무 육성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노 감독은 수영명문 오산중을 거쳐 오산고에 진학했지만, 지독한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1980년 군 복무를 마치고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빛을 봤다. 특히 박태환을 7세 때부터 지도해 세계적인 선수의 반열에 올렸다.
노 감독 밑에서 유년기를 보낸 선수들은 모두 지구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데, 이는 노 감독이 감각적으로 터득한 지구력훈련 프로그램 덕이다. 운동생리학적으로도 지구력은 남자선수의 경우 16세 이전에 대부분 완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감독은 2006년 8월 캐나다에서 열린 팬퍼시픽선수권대회 직전 처음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4년 넘게 태릉을 지켰다. 박태환의 아시안게임 2회 연속 3관왕(2006년 도하·2010년 광저우)과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자유형 400m 금메달 등이 그 성과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포상식에 참석한 박태환은 “감독님께 어렸을 때부터 기술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배웠다. 마음이 아프다. 감독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신다고 생각하겠다. 감독님이 어린 꿈나무들을 키우신다면 나도 힘을 보태고 싶다”면서 고마움과 아쉬움의 마음을 동시에 전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