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베이스볼] “류현진 데뷔전때 사인, 100억 줘도 안바꿔”

입력 2011-0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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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보물1호가 될…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선수들의 사인볼 하나, 사인 유니폼 하나가 모두 소중한 ‘보물’이 된다. 선수들이 팬들의 쏟아지는 사인 요청을 쉽게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스포츠동아DB

여성야구팬 “내 재산목록 1호는?”
누구에게나‘재산목록 1호’는 있다.

특히 열혈 야구팬이라면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에 대한 추억이 담긴 애장품 하나쯤은 고이 보관하고 있게 마련.

‘미 스 베이스볼’에 참여한 8개 구단 여성팬 여덟 명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풀어놓은 나의 ‘베이스볼트레저(Baseball Treasure)’이야기. 그리고 더불어 앞으로 꼭 한 번 손에 넣고 싶은‘미래의 야구 보물 1호’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괴물’ 친필 적힌 다이어리 보물처럼 간직

○한화팬 구율화=제 재산목록 1호는 다이어리에 받은 류현진의 사인이에요.

흔하디 흔한 사인 하나가 무슨 1호씩이나 되냐고요? 그 날짜가 2006년 4월 12일, 바로 류현진 선수가 데뷔한 날이거든요. 이 경기는 중계방송이 되지 않아서 야구장에 있던 관중들만 역사적인 괴물 탄생을 목격할 수 있었어요.

풀카운트 끝에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던 순간 어찌나 감격했던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니까요. 프로야구 역사를 바꿔 놓은 류현진의 데뷔전. 그날 받은 사인은 억만금을 줘도 바꾸지 못할 제 재산목록 1호입니다.

그리고 전 받고 싶은 것보다 제가 만들고 싶은 야구 기념물이 하나 있어요. 한화 이글스 우승 기념 대형 우산이요. 아주 큰 골프 우산을 이글스의 상징인 주황색으로 만든 다음에 ‘V2 한화 이글스’라고 크게 새길 거예요. 그날이 언젠가는 오겠죠?


작년 PO후 구단·팬 릴레이 광고 뭉클

○두산팬 최선경=저의 보물 2위는 지금 제 스크랩북에 붙어 있어요. 지난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두산 구단과 우리 팬들이 신문에 냈던 광고 말이에요.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못 했지만 팬들이 격려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광고를 냈고, 그걸 본 우리 팬들도 십시일반으로 ‘투혼을 발휘해 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광고를 준비한 거죠. 저도 적은 돈이지만 모금에 참여했고요.

베어스 홈페이지에 광고 두 개가 동시에 팝업창으로 뜨는 걸 보니 정말 뭉클하던걸요. 스포츠에선 승자만이 빛날 수 있다는 저의 편협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죠.

그럼 1위는 뭐냐고요? 바로 ‘V4’ 달성 후에 나오게 될 감사 광고! 그 날을 기다리며 1위 자리를 비워 둘게요.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우리 팀의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볼을 꼭 갖고 싶어요!


최희섭과 찍은 휴대폰 사진 절대 못지워

○KIA팬 김은경=야구 관련 재산목록 1호라…. 제가 응원하는 KIA와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소중하지만, 굳이 그 중에 꼽으라면 유니폼 두 장이에요. 한 장은 제가 처음 단체 관람을 시작하면서 친구에게 받은 건데요.

처음 야구팬으로서 갖게 된 응원 도구이기도 하고, 제 생일 선물이기도 해서 당연히 소중할 수밖에요. 작년에는 그 유니폼을 꼭 들고 다니면서 정말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다른 한 장은 KIA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유니폼이에요. 시즌이 끝난 후 KIA 선수들과 팬들이 만나는 ‘2010 호랑이 가족 한마당’에 갔는데, 새 유니폼 한 장을 들고 가서 앞뒤로 빽빽하게 선수들 사인을 받았거든요.

지금도 이 두 장의 유니폼이 나란히 제 옷장에 소중하게 걸려 있답니다. 아! 하나 더 있어요. 제 휴대폰에 고이 저장된, 최희섭 선수와 함께 찍은 사진! 세상에 단 한 장밖에 없거든요.

미스베이스볼 '베이스볼 트레저' 편 - LG팬 송주현씨가 보낸 케이크



통해 알게된 소중한 인연들에 감사

○LG팬 송주현=저는 물질적인 것보다 야구를 보면서 알게 된 제 인연들이 재산이에요. ‘야구’, 특히 ‘LG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알게 된 지금은 야구장에 가서 아무한테나 “어디야?”라고 전화하면 될 정도로 가까워졌죠.

특히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만나게 된 많은 인연들이 오랫동안 알아 왔던 지인들 만큼이나 소중해요. 제 야구 인연들과 함께 한 2010년 시즌 마무리 파티. ‘66685876’을 모두 함께 겪어 온 소중한 그들. 케이크(사진) 가운데 꽂혀 있는 숫자 ‘1’의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고 바라려고요.

그리고 LG의 2011시즌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 정규 시즌 우승볼을 꼭 한 번 받아 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요. 케이크에 우승 ‘기원’이 아니라 ‘축하’라는 글자를 적고 파티를 할 수 있기를.


땀내음 흠뻑 밴 롯데 배팅장갑 완전 소중

○롯데팬 박현수=작년에 오랜만에 부산을 찾은 저에게 삼촌께서 ‘서프라이즈 선물’을 건네셨어요. 받아 보니 배팅 장갑이더라고요.

손바닥 부분이 허름해질 정도로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어요.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장갑의 원래 주인이 불분명했다는 거예요. 몇 개의 장갑을 여러 사람을 거쳐 전달 받는 과정에서 이름을 표시해 두지 않아 섞이게 된 거였어요.

물론 전 누구의 것이든 선수들이 직접 쓴 장갑을 갖고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주인이 궁금한 건 사실이죠.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처럼 직접 끼워 보며 확인을 할 수도 없고 말이죠.

이렇게 100% 완벽하지 않은 제 보물 1호는 바로 사연 많은 배팅 장갑입니다. 전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1일 롯데 홍보팀 체험권’이라는 쿠폰을 갖고 싶네요.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하루 동안 가까이에서 야구를 알고 배울 수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야신 직접 써준 ‘일구이무’ 보며 하루 반성

○SK팬 박다해=제 야구 보물 세 가지 중 첫 번째는 바로 김성근 감독님이 직접 쓰신 ‘일구이무(一球二無)’ 글씨예요! 자서전 출간 후 서점에서 저자 사인회 할 때 받았거든요.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감독님의 좌우명. 야구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곱씹어 보면 제 삶의 하루하루를 반성하게 하는데도 도움이 돼요.

게다가 감독님 필체는 또 어찌나 멋들어지는지! 나머지 두 가지는 현대 유니콘스 배트와 ‘캐넌 히터’ 김재현 선수의 LG 시절 사인볼이에요. 배트는 어린 시절 인천에 살 때 부모님이 사 주신 건데, 정명원 김경기 위재영 선수의 사인도 함께 있어서 더 좋아요.

이제는 SK 유니폼이 더 잘 어울리는 김재현 선수 사인볼 역시 어렸을 때 친척 오빠에게 선물 받았고요. 그리고 전 경기 중에 홈런볼을 한 번 받아 보고 싶어요. 그동안 파울볼 한 번 받아 본 적이 없거든요. 한 번쯤은 제 주위로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단연 카메라…내 사진으로 넥센 달력 제작

○넥센팬 황선하=카메라가 ‘야구 관련’ 재산 목록 1호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이 카메라, 야구장 갈 때만 갖고 나가거든요. 렌즈까지 합하면 2kg이 넘어요.

요즘은 여자분들이 야구장에 DSLR을 많이들 갖고 오시지만, 제가 2007년에 처음 카메라를 들고 갔을 땐 그런 거대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여자가 저밖에 없었어요.

덕분에 주목도 많이 받았죠. 카메라를 두개 들고 다닐 때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도 찍혀 봤는데 정작 TV에 나오진 않더군요. 헤헤. 3년 넘게 모은 야구 사진 파일은 어느새 용량이 150GB가 넘어갑니다. 장수로는 5∼6만장 되는 것 같고, 경기 수로는 120경기쯤 되겠네요.

사진은 인화해서 선수분들 드리기도 하고, 사진책을 만들기도 해요. 지난 시즌에 찍은 사진으로는 넥센 달력을 만들었고요. 올 시즌 목표는 제 소중한 ‘엄마백통’ 렌즈에 가장 좋아하는 선수분의 사인을 받는 거예요. 좋은 추억이 되겠죠?

미스베이스볼 '베이스볼 트레저' 편 - 삼성팬 김빛나 씨가 보낸 야구장 입장권



부모님
첫 데이트 친선경기 티켓 ‘가보’

○삼성팬 김빛나=우리 가족 앨범 제 1호의 첫 번째 장에는 1982년 10월 17일자 잠실야구장 야구표 2장이 붙어 있어요. 삼성 야구광이었던 엄마와 아빠가 첫 데이트 날 함께 보러 가셨다는, 삼성과 메이저리그 애틀란타의 친선경기 티켓(사진). 지금 보면 촌스러운 디자인이나 삼성의 옛 로고가 낯설어 웃음이 나지만, 우리 가족의 시작을 증명하는 만큼 이 티켓은 저의 야구 재산목록 1호가 되기 충분하죠.

또 티켓 뒷장에는 당시 메이저리그 역대 홈런 1위였던 강타자 행크 에런이 한국 야구팬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사인이 인쇄돼 있는데, 이걸 볼 때마다 엄마와 아빠가 에런의 홈런 레이스를 보며 처음 손을 잡았다는 일화도 생각나곤 해요.

아, 그리고 저 역시 아쉽게도 파울볼이나 홈런볼을 잡아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치킨을 먹을 때조차 파울볼 캐치용 글러브를 끼고 있을 정도로 열성적이었는데도 말이죠. 투수의 손에서 나와 타자의 배트를 거쳐 날아오는 공엔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그대로 배어 있을 것 같잖아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요.
정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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