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종훈-정민철-송진우.
35, 23, 21. 대전구장 외야에 커다랗게 붙어 있는 영구 결번 세 개.
이글스 최고의 스타였던 홈런 타자 장종훈(35번)과 에이스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의 옛 등번호다. 그들의 땀이 묻은 이 숫자들을 영원히 비워 놓겠다는 약속의 의미다.
하지만 올해 한화 유니폼에 이 번호가 다시 새겨질 지도 모른다. 구단이 영구 결번을 해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 번호의 주인들이 나란히 독수리 둥지 안에 모인 덕분이다.
한화 장종훈 타격코치는 최근 “송진우 형까지 코치를 맡게 되면서 자꾸 ‘안 그래도 남는 등번호가 별로 없으니 셋 다 코치 번호를 반납하라’는 농담을 많이 듣는다”면서 “우리가 지도자로서도 예전 등번호를 달면 의미 있을 것 같지 않나”라고 제안했다.
한화 홍보팀 관계자 역시 “어차피 35·23·21번을 장종훈·정민철·송진우의 번호로 영원히 남겨 두기 위해 영구 결번을 한 것이다. 번호의 주인들에게 다시 돌아간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장 코치는 85번, 정 코치와 송 코치는 각각 71번과 84번을 달고 있다.
유난히 ‘레전드’를 많이 배출한 한화로서는 세 스타의 옛 등번호 복구가 마케팅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한화 마케팅팀 관계자는 “지난해 세 명의 영구 결번 기념 유니폼을 한정 판매했는데 순식간에 동이 났다”면서 “세 코치의 선수 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팬들이 많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서도 득이 될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세 코치에게도 새로운 의욕과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장 코치는 “팀의 전성기를 이끈 선수들이 같은 시기에 이렇게 코치로 모이는 게 쉽지 않은데, 우리는 운이 좋은 것 같다”면서 “우리가 나란히 지도자로 있는 동안 꼭 한화의 부활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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