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배삼룡 주연으로 1975년 개봉한 영화 ‘애처일기’ 포스터. 스포츠동아DB
코미디의 대부 배삼룡이 생전 멜로영화이자 비극에 출연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75년 오늘, 그가 주연한 영화 ‘애처일기’가 촬영을 시작했다. 김응천 감독이 연출한 ‘애처일기’는 배삼룡이 코미디언으로 대중과 만난 지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비극 주인공을 맡은 작품. 박남옥, 여수진 등과 함께 출연한 ‘애처일기’는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살리려는 남편의 순애보를 그린 영화다.
배삼룡은 말단 샐러리맨이자 남편 역을 맡아 처음으로 정극 그것도 정통 멜로 연기로 관객을 만났다. 스러져가는 아내를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니다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결국 아내를 떠나보낸 뒤 고독한 인생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배삼룡의 코믹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그해 5월 개봉한 영화는 배삼룡의 생전 회고에 따르면, 4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선전했다.
짧지 않은 시간 팬들에게 웃음을 안겨주며 ‘비실이’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얻은 배삼룡은 영화계의 쏟아지는 러브콜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자신도 코미디 무대와 방송을 떠나 새로운 무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터였다. 그래서 배삼룡은 1970년대에 무려 14편의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다. 물론 거의 대부분 코미디 영화였다. 이제 배삼룡의 모습은 그 영화 필름 속에 남은 모습으로 추억되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