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남자’는 안성기가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일본 영화에 출연한 작품이다. 당시는 일본영화가 아직 국내에 개방되지 않았던 시기. 따라서 안성기가 일본영화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잠만 자는 남자’는 오구리 고헤이 감독의 연출로 삶과 죽음, 그 순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안성기는 말 그대로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잃은 사람의 다양한 ‘감정’을 미세한 표정을 통해 연기해야 했다. 오구리 고헤이 감독은 “안성기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라며 캐스팅했다. 안성기는 “일본영화가 아직 개방이 되지 않은 시점에 출연한다는 것뿐 아니라 잠만 자는 역할인 점 등 출연 여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훗날 털어놓기도 했다.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열연에 힘입어 ‘잠자는 남자’는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식 상영된 영화로 남았다. 안성기는 1997년 일본의 스포츠 닛폰이 주는 스포니치 문화예술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1998년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문호를 열었다. 일본영화와 비디오, 출판만화와 만화잡지 등을 개방했다. 영화의 경우 ▲한국과 일본이 공동제작한 영화 ▲일본 배우가 출연한 한국영화 ▲칸·베니스·베를린 등 3대 국제영화제 감독상 및 작품상, 아카데미상 수상작을 개방한다는 조치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