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손시헌. 사진제공 | 두산베어스
2. 찬스 마다 한방 터뜨리는 해결사
3. 내가 주장일 때 두산의 KS 우승두산 손시헌(31)이 2년째 완장을 차고 다시 한 번 팀 우승을 위해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른다. 21일 일본 미야자키현 사도와라시 히사미네구장. 2011시즌을 위해 혹독한 담금질 중인 그는 “사실 매년 (우승하겠다는)약속을 지키지 못해 함부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주장일 때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다”며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두산, 그리고 손시헌이 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박진만 선배처럼, 김민재 선배처럼
손시헌은 8개 구단 유격수 중 가장 안정적인 수비수로 손꼽힌다. 빠른 타구판단과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송구력이 일품이다. 그러나 올해 캠프에서 좀 더 공격적인 수비수로 거듭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박진만 선배(SK)는 타구 판단력이, 김민재 코치님(한화)은 순간대처능력이 좋아 공을 쉽게 잡고 깔끔하게 처리한다”며 “나 역시 이번 전지훈련에서 타구판단과 대처능력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비가 주를 이루되 공격적인 수비도 병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가대표 유격수로 뽑힐 정도로 주전 자리를 확고히 한 그가 변화를 꾀하게 된 이유는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다. 손시헌은 “감사하게도 주위에서 (수비에 대해)칭찬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러다보니 안전하게 수비를 하려는 성향이 생겼고 ‘나만의 수비색깔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위기의식이 들었다”며 “투수뿐 아니라 타자들의 메커니즘도 열심히 분석해서 올해 좀 더 팀에 도움이 되는 수비수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팀배팅도 솔선수범, 득점권타율에 총력
타격에 있어서는 득점권타율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득점권타율(0.339)에 중점을 뒀다. 시즌타율(0.273)은 2009년(0.289)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개인통산 최다타점(62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그는 “주자가 없을 때보다 주자가 있을 때 더 집중력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던 게 사실”이라며 “개인성적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찬스 때 한 방이 더 중요하다. 3할 타자보다는 팀에 도움이 되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손시헌이 후배들에게도 특별히 주문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3∼4명의 선수가 팀배팅에 솔선수범하면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을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주장일 때 우승하고 싶다
손시헌은 2년째 차는 완장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주장은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을 두루두루 아우르는 어려운 자리. 매사에 적극적인 그도 “생각은 많은데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지켜봐야할 정도”로 역할이 가지는 무게감이 크다.
그러나 그는 올해도 주장 제안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년보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에 차 있다. 그는 “주장에 대한 부담은 작년에 비해 줄었다. 후배들에게 내 생각을 좀 더 확고하게 밀어부칠 수 있게 됐고, 선수들도 내 판단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선배들도 나에게 힘을 실어줘서 밸런스가 잡힐 수 있었다”며 “개인적인 욕심일지 몰라도 내가 주장일 때 우승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포기와 안주는 없다
손시헌은 어릴 때부터 포기와 안주를 모르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시절 타구가 코를 정통으로 강타한 적이 있었다. 보통 아이들은 코피가 흐르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게 마련이지만 그는 달랐다. 볼을 잡아 1루에 던진 뒤 쓰러졌다. 이가 부러졌을 때도 넥스트플레이를 한 후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당시 손시헌을 맡고 있던 화곡초등학교 감독도 “근성이 보통이 아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어릴 때 한 번 버릇을 들였더니 커서도 넥스트플레이는 반드시 하게 되더라”며 웃고는 “나 뿐만 아니라 우리 팀에는 승부근성이 남다른 선수들이 많다. 내 역할은 그 선수들의 기질을 끄집어내는 도우미가 아닌가 싶다. 팀의 주장으로서, 타자로서, 유격수로서 모두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도와라(일본 미야자키현)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