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토론] 이대호 일본진출 74% 찬성 “기량 검증…日서도 통한다”

입력 2011-02-2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이대호 일본진출 어떻게 생각합니까?
선수·단장 등 70명에게 물어보니…

큰무대 밟아야 국내야구 경쟁력 생겨
선수 93% “日 진출해야” 압도적 지지
이대호(29·롯데)는 이제 한국야구의 상징적인 인물로 성장했다. 올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이대호에 대해 벌써부터 일본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 중 하나인 한신 타이거스가 영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일본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대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한국대표팀 중심타자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일본 내 인지도를 높였다. 게다가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7관왕에 오르면서 일본 구단들의 관심을 더욱 부추겼다.

과연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한국에 남아 개인기록을 쌓고 한국프로야구의 흥행을 책임지는 것이 좋을까. 스포츠동아는 올 시즌 후 ‘태풍의 눈’이 될 이대호의 진로에 관해 프로야구 선수 40명(구단당 5명)과 코치, 프런트, 해설위원, KBO 관계자 30명 등 총 7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대호의 일본 진출에 대해 찬성하느냐’, ‘일본진출시 성공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 물어봤다. 이대호는 올 시즌 후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의 모든 구단과도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신분이지만 지금까지 분위기로는 해외 진출시에는 미국보다는 일본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이래서 찬성한다”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하는 데 찬성한다.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타자다.”

스포츠동아가 야구계 인사 7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본진출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와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대호의 일본프로야구 진출’ 자체에 찬성하는 의견은 70명 중 53명으로 75.7%의 지지를 얻었다. 4명중 3명꼴로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반대는 10명(14.3%)이었고, “스스로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사람은 7명(10.0%)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본에 진출한다면 충분히 통한다’는 의견도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70명 중 52명(74.3%)이 현재 이대호의 기량이면 일본에서도 통한다고 내다봤다. 일본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의견은 8명(11.4%), 유보적인 입장은 10명(14.3%)이었다. 이들 중 이대호의 일본진출에 절대적인 찬성을 보인 사람과 성공 가능성에 표를 던진 사람들의 의견을 풀어본다.


○선수들 “일본진출 찬성” 압도적 지지

일본진출에 찬성하는 부류에서도 선수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8개구단 5명씩 총 40명의 선수에게 물은 결과 3명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을 뿐 37명은 “일본진출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실상 선수들은 거의 모두 ‘찬성’에 표를 던졌다.

넥센 송지만은 “한국선수들이 자꾸 해외에 진출해야한다. 그래야 경쟁력도 생기고 후배들도 목표가 생긴다”고 말했고, SK 박정권은 “선수라면 도전을 멈추면 안 된다. 그걸 막을 수 없지 않겠는가. 조건과 환경이 더 좋은 곳에서 야구하고 싶은 마음 이해한다”며 일본진출을 지지했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를 경험하며 이대호를 알게 된 한화 데폴라도 “내가 일본에서 뛰어본 적은 없지만 지난해 한국에서 한 것 만큼만 하면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잘할 것이다. 해외에 진출해도 좋은 타자”라며 이대호를 높이 평가했다.


○스타가 해외에 나가면 다른 스타가 나온다


이대호의 해외진출에 대해 반대하는 쪽은 대부분 “최근 한국프로야구 슈퍼스타들이 줄줄이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롯데를 떠나 한국프로야구의 슈퍼스타가 된 이대호마저 해외로 나가버리면 한국프로야구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산의 팬 동원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이대호의 성공여부와는 별도로 큰 틀에서 한국프로야구 흥행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대호의 일본진출을 찬성하는 쪽은 “스타가 나가면 또 다른 스타가 탄생한다”는 생각이다. 삼성 최형우는 “선수라면 꿈을 이루고 싶은 것 아닌가. 스타는 가면 또 나온다”며 “일본진출 기회가 생기면 일본에 진출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선수뿐만 아니라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 프런트와 해설위원도 있었다. 넥센 조태룡 단장은 “개인적으로 이대호가 최종적으로 메이저리그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야구의 김연아가 돼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효봉 해설위원은 “고교를 갓 졸업한 유망주가 해외에 가는 것이 아니라 국내프로야구에서 헌신한 뒤 완성된 선수로 해외 무대를 두드리는 문화로 바뀌어 나가야한다고 본다”면서 “이대호 같은 스타가 빠져나가면 또 다른 스타를 키우면 된다. 그런 선순환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라며 스타의 유출로 국내프로야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부터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지난해까지 유니폼을 입다 올해부터 해설위원으로 변신하는 양준혁은 “선수의 해외진출을 막는 게 능사는 아니다”면서 “고교 등 아마추어 야구에 더 투자를 하고, 야구장을 개선하는 등 아마추어 야구를 활성화해 스타를 자꾸 더 키워내야 한다. 해외에 갈 사람은 가고, 밑에서 키워낼 생각을 해야한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삼성 김용국 코치는 “해외에서 야구를 배워오면 한국야구에도 좋은 일이다. 능력이 검증된 선수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이승엽이 없어도 관중석이 꽉 차지 않느냐. 젊은 선수들을 보러 오는 여성팬이 많아졌다. 팬들은 스타가 떠나면 다른 동경할 대상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대호 선구안·컨택트 능력 일본에서도 통한다


이대호의 일본진출에 찬성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KIA 김상현은 “이대호의 타격기술과 힘을 본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일본에서도 충분히 성공한다고 본다”고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LG 이진영은 “이미 국제대회에서 기량은 충분히 검증됐다”면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WBC 등에서도 진가를 발휘한 이대호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일본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염려하는 사람들은 포크볼 등 떨어지는 유인구, 투수들의 제구력, 일본 특유의 현미경 야구를 이대호가 고전할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화 류현진은 이에 대해 “이대호 선배는 스윙이 부드럽다”며 충분히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타자로 평가했다.

양준혁 해설위원은 “이대호는 무엇보다 선구안이 좋아 포크볼 등 유인구에 잘 속지 않는다. 컨택트 능력도 국내에서 최고다. 한국에서 3할7푼 이상 치는 타자가 일본에서 안 통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현재 기량만으로도 충분히 통한다고 역설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