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현재 컴퓨터와 외부기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USB 방식이다. 용도도 다양해서 키보드나 마우스, 휴대용 저장장치 및 프린터 등, USB가 적용된 기기의 종류를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컴퓨터 및 주변기기들의 성능이 점차 향상되면서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USB 2.0’ 방식의 기술로는 고성능 컴퓨터 기기들이 원하는 만큼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낼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 등장한 것이 ‘USB 3.0’ 규격이다.
USB 3.0 인터페이스는 기존의 USB 2.0 인터페이스와 비교했을 때 포트의 모양은 같지만 데이터 전송속도가 초당 480Mbit에서 초당 5Gbit로 10배 이상 빨라졌다. 그리고 USB 3.0은 기존의 USB 2.0과 하위 호환이 된다는 장점도 있다. USB 3.0 포트를 갖춘 컴퓨터에 USB 2.0 주변기기를 꽂아도 작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다만, 작동은 하지만 속도는 USB 2.0 수준이 된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USB 3.0의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은 순조롭게 세대 교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USB 3.0을 지원하는 외장 하드나 USB 메모리 등의 관련 제품도 조금씩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Intel)에서 이러한 흐름에 반기를 들었다. 2월 24일, USB 3.0 보다 성능 및 기능이 뛰어난 새로운 인터페이스인 ‘썬더볼트(Thunderbolt)’를 정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썬더볼트는 2009년에 개발 코드명 ‘라이트 피크(Light Peak)’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되었는데, 공개 당시부터 USB 3.0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썬더볼트 기술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속도인데, USB 3.0의 2배인 초당 10Gbit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게다가 데이터만 전달 가능한 USB 시리즈와 달리, 썬더볼트는 고품질의 디지털 영상과 음성도 함께 전달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USB와 달리 썬더볼트는 키보드나 마우스 외에도 모니터나 TV, 스피커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주변기기를 지원할 수 있다. 기존의 컴퓨터를 제대로 쓰려면 USB 포트 외에도 DVI나 D-Sub와 같은 영상 포트, S/Pdif나 3.5mm잭 같은 음성포트 등 다양한 포트가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썬더볼트 포트만 있으면 이 모든 주변기기의 사용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썬더볼트가 나오자마자 당장 USB를 모두 퇴출시키고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USB 3.0을 집중적으로 지지하는 업체들도 상당히 많은데다가 이미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USB에 매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휴대용 저장장치 이름의 대명사가 ‘USB 메모리’가 되어버렸을 정도이니 이러한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썬더볼트 기술은 이제 막 발표된 단계이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컴퓨터나 주변기기는 아직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다. 2월 현재, 썬더볼트 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확정된 제품은 썬더볼트 기술의 발표일과 같은 날 공개된 애플의 노트북인 ‘맥북 프로’ 신형이 고작이다.
인텔은 본래 USB 1.1과 USB 2.0의 개발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USB 3.0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였다. 특히, 인텔은 자사의 주력 CPU인 ‘코어 시리즈’의 메인보드 칩셋에 USB 3.0 지원 기능을 넣지 않았으며, 2011년에 출시한 2세대 코어 시리즈(코드명 샌디브릿지)의 메인보드 칩셋에도 USB 3.0 기능을 넣지 않았다. 메인보드 제조사의 설계에 따라서 별도의 외부 칩을 탑재해 USB 3.0기능을 메인보드에 부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옵션’에 불과하다.
인텔은 2012년 이후에나 자사의 메인보드 칩셋에 USB 3.0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텔의 움직임이 개발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사에서 개발한 썬더볼트의 보급을 위해 경쟁 규격인 USB 3.0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CPU 및 메인보드 칩셋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인텔의 지원이 없다면 그만큼 USB 3.0의 보급은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텔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 적이 있다. 2000년 당시, 업계에서는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컴퓨터 메모리인 ‘DDR-SDRAM’이 많이 보급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텔은 자사의 최신 CPU인 ‘펜티엄4’와 짝을 이루는 메모리로 당시 자사와 연합 관계에 있던 ‘램버스’사에서 개발한 고가의 ‘RDRAM’을 채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RDRAM과 함께 펜티엄4의 보급율까지 함께 하락하는 부작용을 겪었다. 2년 후 인텔은 DDR-SDRAM을 지원하는 펜티엄4 및 칩셋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미 시장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DDR-SDRAM을 일찍부터 지원했던 경쟁사들에게 빼앗긴 뒤였다.
물론, 이러한 일을 이미 경험한 인텔이기 때문에 이번 차세대 인터페이스 경쟁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으려 할 것이다. 다소 늦게나마 USB 3.0에 대한 지원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일종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에 대해 인텔의 한 관계자는 "썬더볼트와 USB 3.0은 각각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지원이 늦어지는 것은 다른 업계와의 단계를 맞추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인텔이 썬더볼트를 위해 USB 3.0을 견제한다는 소문은 오해라는 것이다.
아무튼 성능은 우수하지만 아직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썬더볼트, 그리고 성능은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보다 친숙하게 접근이 가능한 USB 3.0의 경쟁 구도는 인텔의 기술과 시장 장악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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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3.0 인터페이스는 기존의 USB 2.0 인터페이스와 비교했을 때 포트의 모양은 같지만 데이터 전송속도가 초당 480Mbit에서 초당 5Gbit로 10배 이상 빨라졌다. 그리고 USB 3.0은 기존의 USB 2.0과 하위 호환이 된다는 장점도 있다. USB 3.0 포트를 갖춘 컴퓨터에 USB 2.0 주변기기를 꽂아도 작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다만, 작동은 하지만 속도는 USB 2.0 수준이 된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USB 3.0의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은 순조롭게 세대 교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USB 3.0을 지원하는 외장 하드나 USB 메모리 등의 관련 제품도 조금씩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Intel)에서 이러한 흐름에 반기를 들었다. 2월 24일, USB 3.0 보다 성능 및 기능이 뛰어난 새로운 인터페이스인 ‘썬더볼트(Thunderbolt)’를 정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썬더볼트는 2009년에 개발 코드명 ‘라이트 피크(Light Peak)’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되었는데, 공개 당시부터 USB 3.0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썬더볼트 기술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속도인데, USB 3.0의 2배인 초당 10Gbit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게다가 데이터만 전달 가능한 USB 시리즈와 달리, 썬더볼트는 고품질의 디지털 영상과 음성도 함께 전달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USB와 달리 썬더볼트는 키보드나 마우스 외에도 모니터나 TV, 스피커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주변기기를 지원할 수 있다. 기존의 컴퓨터를 제대로 쓰려면 USB 포트 외에도 DVI나 D-Sub와 같은 영상 포트, S/Pdif나 3.5mm잭 같은 음성포트 등 다양한 포트가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썬더볼트 포트만 있으면 이 모든 주변기기의 사용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썬더볼트가 나오자마자 당장 USB를 모두 퇴출시키고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USB 3.0을 집중적으로 지지하는 업체들도 상당히 많은데다가 이미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USB에 매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휴대용 저장장치 이름의 대명사가 ‘USB 메모리’가 되어버렸을 정도이니 이러한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썬더볼트 기술은 이제 막 발표된 단계이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컴퓨터나 주변기기는 아직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다. 2월 현재, 썬더볼트 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확정된 제품은 썬더볼트 기술의 발표일과 같은 날 공개된 애플의 노트북인 ‘맥북 프로’ 신형이 고작이다.
인텔은 본래 USB 1.1과 USB 2.0의 개발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USB 3.0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였다. 특히, 인텔은 자사의 주력 CPU인 ‘코어 시리즈’의 메인보드 칩셋에 USB 3.0 지원 기능을 넣지 않았으며, 2011년에 출시한 2세대 코어 시리즈(코드명 샌디브릿지)의 메인보드 칩셋에도 USB 3.0 기능을 넣지 않았다. 메인보드 제조사의 설계에 따라서 별도의 외부 칩을 탑재해 USB 3.0기능을 메인보드에 부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옵션’에 불과하다.
인텔은 2012년 이후에나 자사의 메인보드 칩셋에 USB 3.0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텔의 움직임이 개발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사에서 개발한 썬더볼트의 보급을 위해 경쟁 규격인 USB 3.0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CPU 및 메인보드 칩셋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인텔의 지원이 없다면 그만큼 USB 3.0의 보급은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텔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 적이 있다. 2000년 당시, 업계에서는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컴퓨터 메모리인 ‘DDR-SDRAM’이 많이 보급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텔은 자사의 최신 CPU인 ‘펜티엄4’와 짝을 이루는 메모리로 당시 자사와 연합 관계에 있던 ‘램버스’사에서 개발한 고가의 ‘RDRAM’을 채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RDRAM과 함께 펜티엄4의 보급율까지 함께 하락하는 부작용을 겪었다. 2년 후 인텔은 DDR-SDRAM을 지원하는 펜티엄4 및 칩셋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미 시장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DDR-SDRAM을 일찍부터 지원했던 경쟁사들에게 빼앗긴 뒤였다.
물론, 이러한 일을 이미 경험한 인텔이기 때문에 이번 차세대 인터페이스 경쟁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으려 할 것이다. 다소 늦게나마 USB 3.0에 대한 지원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일종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에 대해 인텔의 한 관계자는 "썬더볼트와 USB 3.0은 각각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지원이 늦어지는 것은 다른 업계와의 단계를 맞추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인텔이 썬더볼트를 위해 USB 3.0을 견제한다는 소문은 오해라는 것이다.
아무튼 성능은 우수하지만 아직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썬더볼트, 그리고 성능은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보다 친숙하게 접근이 가능한 USB 3.0의 경쟁 구도는 인텔의 기술과 시장 장악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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