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승엽.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그러나 표정은 밝았다. 자리가 없던 요미우리에서와 달리 오릭스 오카다 감독은 자신을 계속 믿어주고 밀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오카다 감독의 신뢰를 더욱 굳힐 수 있는 홈런포를 선사했다.
이승엽은 6일 나고야돔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원정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홈런과 2루타 1개씩을 뿜어내며 3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리는 해결사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홈런은 0-0으로 팽팽히 맞선 4회 터졌다. 선두타자로 나서 외국인 우완투수 멕시모 넬슨을 상대로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유인구인 포크볼(시속 132km)을 걷어 올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정도로 빠르게 비행하던 타구는 5m 높이로 외야를 둘러싼 오른쪽 담장을 넘었다. 추정 비거리 110m. 선취타점을 올린 이승엽은 다음 타석인 5회에도 2타점 2루타로 좋은 기분을 이어갔다. 1사 2·3루 찬스. 역시 볼카운트는 2-1로 몰렸지만 이번에는 몸쪽으로 붙는 직구를 통타해 우익선상 펜스를 원바운드로 때렸다.
4회 홈런 직전 2구째를 친 타구가 오른쪽 무릎 부위를 때려 이승엽은 5회 3번째 타석으로 이날 경기를 마감했다. 단순타박상으로 밝혀졌지만 오카다 감독은 “무리하지 말라”며 교체를 지시했다. 오카다 감독의 이승엽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
특히 이날 시범경기 첫 홈런은 의미가 있었다. 지난달 22일 오키나와에서 요미우리를 상대로 홈런을 날리긴 했지만 당시는 연습경기였다. 그 이후 시범경기 들어 부진에 빠졌다.
전날 주니치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는 등 앞선 시범경기 3게임에서 타율이 1할에 그쳤다. 첫 시범경기인 지난달 26일 한신전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뒤 이날 첫 타석(좌익수 플라이)까지 11연타석 10연타수 무안타의 부진을 날리는 한방이었다.
특히 첫 타석에서 속아서 헛스윙을 했던 넬슨의 포크볼을 완벽하게 받아놓고 친 부분이 고무적이다. 최근 3년간 포크볼에 속절없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곤 했기 때문이다. “컨디션은 좋지만 안타가 안 나와 문제”라던 이승엽의 표정이 경기 후 더욱 밝아진 이유였다.
오카다 감독도 경기 후 “시범경기 첫 홈런으로 그동안 잘 안 맞았던 부분에 대해 기분전환이 됐을 것이다. 감각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고 기뻐하면서 “상대투수가 인코스(몸쪽)를 노리고 들어오니까 스스로 잘 알아서 대처할 것으로 본다”며 이승엽의 부활에 더욱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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