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의 원조 그루폰이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루폰코리아(대표 황희승, www.groupon.kr)는 3월 14일 낮 12시부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서비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루폰코리아가 야심 차게 내놓은 첫 번째 상품은 해외상품 전문쇼핑몰 위즈위드(www.wizwid.com)의 5만원권 50% 할인 상품권이다. 그루폰코리아는 상품권 판매 개시 5시간 만에 2,500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그루폰코리아는 정식론칭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비전과 정책에 대해 소개했다. 현장에는 황희승 대표, 하동구 부사장, 맷 재피로브스키(Matt Zafirivski) 그루폰 인터내셔널 부사장이 참석했다.
늦게나마 인사드려요, 바로 그 그루폰입니다
그루폰은 현재 ‘반값할인’으로 익히 알려진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한 소셜커머스의 원조다. 2008년 11월 미국 시카고를 시작으로 서비스 시작 2년 만에 전세계 44개국, 500여 개 도시에 진출하며 소셜커머스 돌풍을 일으켰다. 2009년 그루폰이 올린 총 매출은 3,300만 달러(한화 약 379억원). 하지만 다음 해인 2010년 매출은 23배가 넘는 7억6,000만 달러(한화 약 8563억원)에 달했다. 이에 구글이 60억 달러(한화 약 6조 7600억원)를 제시하며 인수에 나섰지만 그루폰이 이를 거절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루폰의 기업가치를 47억 5000만 달러(한화 약 5조 3518억원)로 보고 있다.
그루폰의 비즈니스 모델은 공동구매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다. 매일 지역별로 하나의 상품을 24시간 동안 판매하며, 상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50% 안팎의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공한다. 구매자가 일정 수 모이지 않으면 거래가 자동 취소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자발적인 홍보에 나서게 된다. SNS에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 등 대부분의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해외에서는 소셜커머스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그루폰이지만 국내 진출은 늦은 감이 있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인수합병 방식으로 진출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2010년 10월경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고, 2011년 1월 지사를 설립해 직접 진출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황 대표는 “기존 소셜커머스 업체들과 의견이 맞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결정이 나면서 결과적으로 진출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루폰코리아는 황 대표, 윤신근 대표이사, 칼 요셉 사일런(Karl Joseph Seilern) 대표이사로 이루어진 3인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하고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그루폰 본사의 지원도 적극 이루어졌다. 구체적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총 투자액이 최소 수백 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맷 인터내셔널 부사장은 “그루폰 본사는 인터넷 인프라가 확고한 한국 시장에 굉장한 흥미를 느끼고 있다”며 “최대한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화에 주력할 것
그루폰코리아는 본사의 품질관리 시스템, 고객 서비스 시스템, 운영 시스템을 도입, 적용하기로 했다. 먼저 좋은 제휴사를 엄선한 후 1대1 상담을 통해 균일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생각이다. 최근 소셜커머스 전반에 걸쳐 문제가 되고 있는 품질 관련 고객 불만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 황 대표는 “불만 사례가 계속 불거지면 소셜커머스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수습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의 불만은 원천봉쇄 할 수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루폰코리아는 환불정책, ‘그루폰 프로미스(Groupon Promise)’, 전문콜센터 3가지를 제시했다. 환불정책은 국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구입 후 7일 이내에 100% 환불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그루폰 프로미스는 쿠폰으로 차별을 받았을 때 즉시 환불해주는 그루폰 본사의 고객관리 시스템이다. 불만을 접수하는 전문 콜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기존 업체들도 비슷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티켓몬스터와 쿠팡 등이 7일 이내 환불을 약속했으며, 티켓몬스터는 그루폰 프로미스와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티몬 프로미스’를 운영 중이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정책 진행에 있어서는 우리가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황 대표는 “국내 소비자들은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루폰코리아 홈페이지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상세 페이지를 세분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문자 위주인 그루폰 본사 홈페이지와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 본사 시스템에만 기대지 않고 현지화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에 맞추겠다는 것. 황 대표는 “한국의 SNS는 아직까지 블로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댓글문화가 발달한 만큼 댓글도 하나의 소통의 도구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안에 업계 순위권 들겠다
현재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에서는 트래픽 기준 웹사이트 순위를 보여주는 랭키닷컴을 기준으로 했을 때(2011년 3월 14일 현재),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쿠팡이 3강 구도를 형성 중이다. 그 뒤로 수백 개의 군소 업체들이 자리를 다투고 있다. 역사는 짧지만, 어느 정도 레드오션(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기존 시장)으로 진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루폰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안에 월 매출 100억원, 시장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후발주자로서는 달성이 쉽지 않은 목표다. 황 대표는 “고객과의 지속적인 신뢰를 통해 이겨나갈 예정”이라며 “올해 안에 국내 상위권의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자리잡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그루폰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은 관련 업계에서 큰 화제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비록 국내에서는 그루폰코리아가 후발주자긴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소셜커머스의 원조로 명성을 떨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업체와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생각했던 ‘깜짝쇼’는 없었다. 그루폰코리아가 장점으로 내세웠던 정책은 기존 업체들의 정책과 비슷했으며, 현지화에 있어서도 토종 기업들에 비해 부족함이 없지 않았다.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이름을 알릴 것이냐에 대한 대답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인터넷 광고만으로는 현재 TV까지 광고영역을 넓힌 티켓몬스터와 쿠팡 등의 상위 업체들을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신생 업체로서 파격적인 상품으로 눈길을 모아야 하는데 이 점에서도 미진했다. 위즈위드 상품권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첫 번째 딜(deal)로서는 조금 약하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지난 10월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위메이크프라이스가 첫 번째 딜로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60% 할인한 상품을 택해 한 순간에 지명도를 올린 것을 기억해보면, 그루폰코리아의 행보가 조금은 아쉬운 듯하다.
여담이지만, 현재 그루폰코리아의 사업자등록명은 ‘그루폰’이 아니라 ‘그룹온’이다. 이는 등록 과정에서 변호사가 ‘GROUPON’을 한국말로 잘못 번역했기 때문이다. 그루폰 변호사도 이름을 제대로 모르는 판에 일반 소비자들 중 그루폰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전세계 대표 소셜커머스일지는 몰라도, 국내에서는 신생 소셜커머스 업체일 뿐이다. 그루폰코리아가 목표치를 이루려면 좀 더 치열하게 뛰어야 한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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