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팀에 따라 내용은 매번 다르지만 불변인 두 개의 문구가 있다.
칠판 맨 위에 적혀 있는 ‘우리는 포항이다(자긍심)’와 ‘스틸러스 웨이’다.
두 문장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포항의 지향점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스틸러스 웨이’는 공격 축구의 계승을 뜻한다. 포항은 파리아스 부임 3년째인 2007년부터 빠른 전진 패스로 팬의 눈길을 끌었다. 성적과 재미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았다. 황 감독이 추구하는 바도 비슷하다. 매 경기 유기적인 패스와 압박을 통한 미드필드 장악을 강조한다. 이런 플레이가 안 나오면 골이 터지거나 이겨도 웃지 않는다. 포항 선수들도 “감독님은 백패스보다 전진을 원하신다”고 입을 모은다.
황 감독은 동시에 ‘우리는 포항이다(자긍심)’를 통해 희미해진 팀 컬러 살리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팀 스피릿(Team Spirit). 포항 선수라는 자부심이다.
파리아스-레모스로 이어지는 6년의 외국인 감독 체제 아래서 팀 정신이 옅어졌다. 포항은 K리그 최고 명문이지만 현재 뛰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이 개념이 다소 생소한 게 사실.
황 감독의 선수시절 포항은 무서운 팀이었다. 어느 팀을 만나도 두려울 게 없고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팀이 포항이라는 걸 황 감독은 선수들에게 알려주려 한다.
“작년 부산에서 결승전을 두 번 치르며 팀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이 경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깨달았다. 선수들이 포항에서 뛰고 있다는 것에 더 큰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생각의 차이일 뿐일 수 있지만 좀 더 당당해지고 그걸 그라운드에서 보여줬으면 좋겠다.”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