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 “울고 불고 악쓰고…탈진해 병원까지 갔었죠”

입력 2011-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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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욕망의 불꽃’을 끝낸 서우는 “지금은 무거웠던 마음을 덜어내는 시기”라고 했다. 지난해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와 영화 ‘하녀’까지 잇따라 묵직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는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욕망의 불꽃’서 연기의 불꽃 피운 서우
전작서도 악녀 연기
“늘 나만 힘드냐” 푸념도
성장할 수 있는 작품 만나
연기변신 가능성 봤어요


“촬영 끝나자마자 헤어숍으로 달려갔어요.”

어깨를 덮을 정도로 길었던 머리카락은 이제 상큼한 단발로 변했다. 그는 “더 자르고 싶었는데 매니저 오빠가 절대 안 된다고 말려서 참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서우(26)는 지난 1년 동안 마음 속에 아픔을 숨기고 있는 강한 인물을 잇따라 연기하며 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드라마를 마치고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깊게 몸에 배어 있던 드라마의 잔향도 털어내는 듯 보였다.

그는 시청률이 30%까지 올라가며 인기를 모은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을 막 끝내고 7개월 만에 처음으로 휴식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서우는 모처럼 여유를 즐기는 지금을 “무거운 마음을 덜어내는 시기”라고 했다. 최근 맡은 역할이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라서 그렇지, 실제로 만나보면 서우는 밝고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20대다.


● 원형탈모에 탈진까지…녹록치 않았던 지난 7개월

‘욕망의 불꽃’에서 서우는 엄마(신은경)에게 버려진 뒤 혼자 힘으로 톱스타에 오른 주인공 백인기를 맡았다. 고아원을 오갔고 과거에 찍은 비디오 탓에 협박까지 받는 인물이다.

“처음엔 ‘이런 역을 왜 나에게 하라고 하는 걸까’ 어리둥절했어요. 제가 여배우의 대변인도 아닌데 부담스럽잖아요.”

‘욕망의 불꽃’에서 그는 웃는 연기보다 우는 장면이 더 많았다. 매 회 평균 한 두 번은 눈물을 흘렸다. 얼마 전 집 앞 슈퍼마켓에서 만난 아주머니 팬들로부터 “인기야, 그만 울어”라는 말까지 들었다. “쉬운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그동안 말 못했지만 촬영하면서 원형탈모도 생기고 탈진해서 응급실에 실려 간 때도 있어요. 조금만 느슨해지면 금방 망가지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니 쉽게 할 수가 없었어요.”

‘힘든 캐릭터’와의 인연은 지난해 3월 KBS 2TV ‘신데렐라 언니’부터 시작됐다. 그때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고 이어 개봉한 영화 ‘하녀’에서는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하녀’에서 상대 배우 전도연에게 맞서 전혀 기죽지 않는 표독한 연기로 눈길을 끌었고, 곧바로 ‘욕망이 불꽃’을 시작했다. “‘왜 늘 나한텐 힘든 것만 시켜?’ 매니저 오빠들한테 물어보기도 했죠, 하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저를 설득했는데 결과적으론 맞았어요.”

아직은 젊은 연기자지만 그는 참 명민하다. 한 편의 작품을 끝내고 난 뒤에 그 역할이 자신에게 남긴 것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남다른 습관도 있다. 이런 그가 연기를 마치고 나름대로 평가한 ‘욕망의 불꽃’은 “한 이미지로 굳어질 수 없는 연기자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있는 작품이다.


● 또래보다 선배들과 호흡이 잘 맞아요

서우는 2008년 영화 ‘미쓰 홍당무’로 연기를 시작해 이제 햇수로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주목받는 기대주라면 대개 대작 드라마의 조연으로 출발해 다음 작품에서 주연으로 도약하고 이어 영화로 눈을 돌리는 수순을 밟는다. 이에 비해 서우는 저예산 영화와 소규모 드라마를 오가며 기본기를 닦았다. 영화 ‘파주’, MBC 드라마 ‘탐나는 도다’는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작품들이다.

그는 특히 또래 연기자들보다 선배들과 더 자주 호흡을 맞추었다. 전도연 신은경, 공효진까지 경력 차이가 꽤 있는 선배들과 주로 호흡했다. ‘욕망의 불꽃’에서는 대선배인 이순재, 이효춘과 상대했다. 서우는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인터뷰 내내 신은경을 ‘엄마’라고 불렀다. “누군가를 잘 챙기고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는 법은 엄마한테 배웠어요. 엄마와 공유한 게 정말 많아서 아마 그 관계는 끝까지 계속될 것 같아요.”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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