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원짜리 휴대전화가 15만원!

입력 2011-04-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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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짝퉁 시장에는 아이폰4화이트와 아이폰 미니 등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IT제품을 베낀 가짜 상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유리관에 전시된 각종 짝퉁 휴대전화.

‘짝퉁시장의 중심’ 중국 상하이 통양상사에 가다
스마트폰 모조품 활개…진품과 엇비슷
아이폰 앱 이용불가·문자·통화만 가능
짝퉁 명품시계 하루만에 분침 느려져


출시되지 않은 ‘아이폰4화이트’, 루머만 양산되고 있는 ‘아이폰 미니’, 초고가 브랜드 노키아의 버튜 제품이 한 자리에 모두 모였다.

글로벌 IT전시회나 돈 많은 얼리어답터 수집광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의 일명 ‘짝퉁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짜 상품 얘기다. 상하이에 위치한 유명 짝퉁 상가에서는 전 세계 IT업계의 핫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인기 스마트폰들이 관광객들에게 뽐을 내고 있었다.


● 짝퉁 스마트폰 유통

최근 상하이 한인촌 룽바이에 위치한 유명 짝퉁 상가 ‘통양상사’를 가볼 기회가 생겼다. 평일인데다가 중국 정부가 상하이 엑스포를 전후로 짝퉁 상품 판매를 억제하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짝퉁 하면 여성용 고급 가방이나 시계, 선글라스 등을 먼저 떠올린다. 상가에 들어서자 어눌한 한국말로 “시계 있어요” “가방 있어요”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하는 것으로 봐서는 유독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상가를 구경하던 중 고가의 가방이나 시계를 판매하는 곳보다 더 눈에 띄고 재미있는 매장이 보였다. 예전 같았으면 짝퉁 게임기와 게임CD를 주로 판매했을 것으로 보이는 전자제품 판매점이었다.

중국의 짝퉁 시장도 애플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IT 광풍을 빗겨갈 수는 없었나보다. 당당히 Phone이라고 적힌 간판을 내건 매장에서는 국내 이동통신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스마트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4화이트(왼쪽)와 노키아의 버튜 짝퉁 휴대전화.



● 아이폰 미니가 진짜 있다?

짝퉁 휴대전화 매장에는 국내 일반 이동통신 매장과 마찬가지로 유리관에 리서치인모션과 HTC, 애플의 상표가 선명하게 찍힌 다양한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었다. ‘짝퉁 휴대전화을 파는 것 자체도 신기하지만 제품을 개통해주는 이동통신사가 있다는 것도 참 괴이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몇 가지 제품이 눈을 사로잡았다.

출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아이폰4화이트는 물론 개발 여부조차 논란이 되고 있는 아이폰 미니, 10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화제를 모은 노키아의 버튜 브랜드 휴대전화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짜냐고 묻자 매장 주인은 한국말로 당당히 “모두 다 가짜”라고 얘기했다.

아이폰4화이트는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진품과 엇비슷했다. 매끈하게 빠진 옆 라인과 뒷면에 새겨진 선명한 애플 로고 모두 진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제품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20만원(1200위안)이란다. 짝퉁 시장에서 처음 부르는 가격이 실제 판매가의 5배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약 4만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아이폰 미니의 경우 애플이 실제로 개발하고 있는지 조차 확인되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아이폰이 가진 이미지를 잘 살려 낸 명품 짝퉁이었다. 노키아가 고급 브랜드로 내놓은 버튜 휴대전화도 화려한 자태로 손님을 맞았다. 부르는 가격은 아이폰4화이트보다도 싼 900위안. 1200만원이 넘는 휴대전화가 단돈 15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 제품 기능과 수명은 복불복

전자제품 매장에는 유명 스마트폰 외에도 각종 액세서리는 물론 거치대 등 주변기기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각종 최신 게임기와 주변기기 및 게임CD도 있었다. 닌텐도 위(Wii)와 유사품 우(Wuu)가 나란히 있었다. Wii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360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신비로운 주변기기와 게임CD도 진열돼 있었다.

아이폰과 게임기의 기능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매장 주인은 제품의 전원을 켜는 것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스마트폰의 핵심 서비스인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는 이용할 수 없고 문자와 통화만 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은 들을 수 있었다.

사진 촬영도 몇 가지 제품을 구입하고 나서야 허락했다.

하지만 제품 성능이 짝퉁 상품답게 조잡할 것이란 예측은 가능했다. 함께 매장을 둘러봤던 지인이 산 짝퉁 고급 시계가 하루도 되지 않아 초침과 분침에 힘이 빠지며 시간이 느려지는 것을 보면 제품의 성능과 수명을 담보하기는 어려웠다. 간혹 질 좋은 제품을 건졌다며 행복해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복불복의 선택으로 제품을 구입하기는 기회보다는 위험이 더 커보였다.

상하이(중국)|글·사진 김명근 기자 (트위터 @kimyke76)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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