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아이돌은 노래 못해, 이 편견이 날 살렸다”

입력 2011-04-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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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2일 발표한 첫 정규앨범 ‘T-스쿨’로 또 한번 음악 차트 점령을 예고한 가수 김태우. 그는 아이돌 그룹 출신 솔로 가수로 후배 아이돌의 희망이 되고 있다.

■ 아이돌계의 큰형님 김태우, 아이돌의 희망이 되다
가창력 뛰어난 건 아닌데
아이돌 음악성 평준화 수혜

아이돌 수명 길어야 4년
대중의 함성 속 장수하려면
처음의 음악 열정 되찾아라

김태우는 아이돌 그룹 출신 중 가장 성공한 보컬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god 시절 탄탄한 가창력과 독특한 음색으로 팀을 음악적 성공으로 이끌었다. 더없는 인기를 누리다가도 팀 해체와 동시에 존재감마저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다른 아이돌 그룹 멤버와 달리, 중량감 있는 보컬리스트로 다시 태어났다.

김태우는 2009년 제대 후 발표한 ‘사랑비’가 빅히트를 기록해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2년 만인 3월22일 발표한 첫 정규앨범 ‘T-스쿨’ 타이틀곡 ‘메아리’로 또 다시 음악차트를 강타하면서 후배 아이돌의 희망이 되고 있다.


● 성공한 아이돌에서, 아이돌의 카운슬러로

김태우는 후배 아이돌 가수들로부터 고민상담 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했다. 작년 제대 후 KBS 2TV ‘청춘불패’에 함께 출연했던 걸그룹 멤버들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해주고 음악방송에서 만나는 후배들에게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해 조언을 해주다 보니 어느새 아이돌 후배들의 카운슬러가 됐다.

“서른이 넘어서도 과격한 춤을 추고, 군무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결국 가수는 음악이다. 가수를 꿈꿀 때 가졌던 음악의 열정, 그 마음만 가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의 시스템이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잘 해보라’고 조언해준다.”

김태우는 현재 가요계 시스템 때문에 아이돌 가수들이 진심어린 음악을 하고 싶어 했던 초심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기획사가 정해준 노래를 한 번 듣고 각자 여덟 마디씩만 부르면 녹음은 금세 끝나버린다. 또 음악보다 춤 연습에 더 열중하고, 어떤 음악을 하느냐 보다 머리 모양과 의상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우리 아이돌의 현실”이다.

“아이돌이 대중의 함성 속에 인기를 향유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3,4년이다. 앞으로 10,20년 활동하려면 음악으로 승부해야 한다. god 시절, 내가 외모 콤플렉스로 고민할 때 (박)준형이 형이 한 ‘사람들은 너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이란 말이 내게 큰 울림이 됐다.”


● “내 가창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다”

김태우는 자신이 보컬리스트로서 성공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단지 “‘아이돌은 노래를 잘 못할 것’이라는 대중들의 편견이 만든 운 좋은 결과일 뿐”이고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다”고 겸손해 했다.

81년생인 그는 어려선 70,80년대 노래를 듣고 자랐고, 2000년, 2010년엔 흑인음악과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젖어 있으면서 다양한 음악적 자양분을 가슴과 귀로 흡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입대와 컴백의 타이밍도 좋았다. 지난 몇 년간 아이돌 음악이 평균치였기 때문에 내 가창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됐을 뿐이다. 내가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보컬리스트도 아닌데 가창력을 높이 평가받는 건 좀 안타까운 일이다. 과대평가된 듯해서 사실 창피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 한다.”

그의 말처럼 컴백 시기도 운이 따랐다. 애초 지난해 가을 컴백하려고 했지만 성대폴립 수술을 받으면서 음반이 6개월가량 미뤄졌다.

컴백이 늦춰질수록 마음은 조급해졌지만, 공교롭게도 ‘세시봉’ 열풍과 ‘슈퍼스타K’(Mnet), ‘나는 가수다’(MBC) 등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 화두로 떠오른 것과 맞물려 오히려 그의 음악성은 더욱 부각됐다.

김태우는 트렌드에 중점을 뒀던 지난 음반과 달리 이번엔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담기 위해 목소리를 강조하는 음악 위주로 구성했다.

“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 어느 한 장르에 내 음악이 한정되는 것이 싫다. 다음번엔 또 어떤 음악을 할지 모르는 의외성의 가수가 되고 싶다.”

김원겸 기자 (트위터 @ziodadi)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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