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무대 한국인 두 거포 ‘잔인한 4월’

봄이 한창이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두 한국인 거포 이승엽(35·오릭스)과 김태균(29·롯데)에게는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던 이승엽도, 팀의 붙박이 4번 타자를 선언했던 김태균도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승엽은 20일 니혼햄과의 경기에서 2회 우중간 안타를 쳐 5경기 만에 안타를 신고했다. 하지만 이날도 삼진 2개를 당하는 등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4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했던 19일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급기야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볼에만 방망이가 나간다. 자기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두 거포에게 무슨 일이
시범경기에서 타율 0.188에 1홈런, 3타점으로 부진했지만 이승엽은 그리 걱정스러운 얼굴이 아니었다. 지난 3년간 출장 기회가 적었던 만큼 적응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진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지자 얘기가 달라졌다. 20일 현재 8경기에 출전한 이승엽의 타율은 1할이 조금 넘는 0.107(28타수 3안타)이다. 삼진은 14개나 당했다. 라쿠텐의 랜디 루이즈(13개)를 넘어 퍼시픽리그 1위에 해당하는 불명예 기록이다. 병살타는 2개로 김태균과 함께 공동 1위.
무엇보다 삼진을 당하는 내용이 좋지 않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방망이가 자신 있게 나오지 않는다. 투스트라이크로 카운트가 몰린 이후에는 포크볼이나 체인지업 같은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타격 폼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 타석에서 위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김태균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타율은 0.154(26타수 4안타). 4개의 안타 중 2루타 이상 장타는 1개도 없다. 개막 이후 줄곧 4번을 치던 그는 19일 세이부전에서는 8번 타자로 내려갔고 20일 경기에선 7번에 배치됐다.
○ 벤치의 신뢰는 언제까지
둘의 부진 속에 오릭스와 롯데도 하위권으로 처져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벤치의 신뢰가 식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미우리 같은 팀이었다면 진작 2군행을 각오해야 했겠지만 오릭스와 롯데에서는 충분히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오카다 감독은 19일 “겨우 일곱 경기를 치른 것 아닌가. 뭔가 스스로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김태균을 하위 타선에 기용한 니시무라 노리후미 감독도 “김태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진에 시달리던 김태균은 19일 상대 에이스 와쿠이 히데아키로부터 깨끗한 중전안타를 쳤고, 20일 경기에선 3번 타석에 들어서 1안타와 2볼넷으로 100% 출루에 성공하며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둘에게 봄다운 봄은 언제쯤 올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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