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유럽] ‘샬케의 기적’ 뒤엔 돌아온 킬러 라울 있었다

입력 2011-04-2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작년 트레블 달성한 인터밀란 격파 파란
분데스리가 10위 샬케04 4강 돌풍 주역
현재 5골 … 챔스리그서 통산 최다 71골
4강서 맨유 꺾으면 친정 레알과 빅매치
스페인 축구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라울 곤잘레스(34)가 독일 분데스리가 샬케04에서 위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10∼2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샬케04는 예상을 깨고 당당히 준결승까지 올랐다. 4강전 상대는 박지성이 속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깜짝 돌풍의 주인공이 된 샬케04. 그 중심에는 라울이 있다.


○챔스리그 사나이

국제 무대와 자국 무대의 상황이 대조를 보인다. 샬케04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는 위용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승점 3을 확보한 기억보다 패배의 순간이 많다.

11승7무12패(승점 40)로 전체 18개 클럽 가운데 10위를 마크하고 있다. 우승 경쟁은커녕 다음 시즌 챔스리그 티켓 확보마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와 반대로 챔스리그에선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샬케04가 인터 밀란(이탈리아)을 격침시키고 4강 대열에 합류하자 독일 스포츠 언론들과 축구 팬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인터 밀란은 지난 시즌 세리에A, FA컵, 챔스리그까지 석권하며 ‘트레블(3관왕)’에 올랐던 전통의 강호다.

샬케04가 챔스리그 4강에 오른 건 클럽 역사상 올해가 처음이다. 유럽 대회 타이틀 획득도 1997년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을 차지한 게 유일하다.

독일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는 샬케04의 선전이 이어지자 ‘챔스리그 최대 이변, 최고 반란’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샬케04는 3월 리그 성적 부진으로 펠릭스 마가트(현 볼프스부르크 감독) 전 감독을 경질하고 랄프 랑닉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등 홍역을 경험한터라 의미는 더욱 값졌다.

물론 라울의 힘이 컸다.작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독일행을 결심한 라울은 챔스리그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발휘해왔다.

이번 시즌에도 대회 조별리그에서 두 골을 뽑았고, 16강 라운드 이후 세 골을 추가해 모두 5골을 기록했다.

라울은 현재 챔스리그 통산 71골을 성공시켰다. 이는 대회 최대 득점 기록. 여기에 출전 횟수도 140회로 이탈리아의 전설 파울로 말디니(전 AC밀란)를 밀어내고 당당한 1위에 올라 있다. 물론 출전 티켓 확보가 전제돼야 하지만 라울은 출전할 때마다, 공격 포인트를 추가할 때마다,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위대한 도전은 샬케04에서 계속된다

당초 레알 마드리드는 라울에게 영원한 클럽처럼 비쳐졌다. 하지만 전설은 또 다른 도전을 택했다.

라울이 처음 축구를 시작한 곳은 레알 마드리드가 아닌, 지역 앙숙인 애틀레티코 마드리드 유스 클럽이다. 하지만 유스 팀의 해체로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야 했고, 17세였던 1994∼1995시즌 레알 마드리드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라울은 프로 데뷔 골을 애틀레티코 마드리드전에서 달성했다.

이후부터는 승승장구. 첫 시즌에 10골을 뽑아내며 두각을 나타난 라울은 16시즌을 보내는 동안 228골을 작렬했다. 리그 트로피도 6회, 챔스리그 우승도 3차례나 경험했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는 스페인대표팀 무적함대에서 활약하며 A매치 102경기에서 44골을 넣었다. 이는 역대 스페인 선수 중 최다 득점이다.

레알 마드리드를 떠날 때는 영광스럽지 못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곤살로 이과인 등 창창한 신예들에게 벤치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라울이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열렬한 환호와 갈채를 보냈지만 ‘한 물 간 퇴물’이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에 결단을 내려야했다.

당연히 샬케04는 라울의 입단을 반겼다. 고유의 등번호였던 ‘7’도 선물했다. 그는 챔스리그의 사나이답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클럽에 성적으로 보답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레알 마드리드 역시 올 시즌 챔스리그 4강에 올랐다는 점. 같은 리그에 속한 FC바르셀로나를 꺾는다면 샬케04가 맨유를 제압한다는 가정 하에 친정 팀과의 운명적인 승부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라울은 다음 시즌에도 샬케04에 남을 전망이다. 마가트 감독이 떠났을 때 이적설이 불거졌지만 라울은 “독일 무대에 잘 적응하고 있다.

팀이 원한다면 이별을 선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잔류의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라울이 주축이 된 샬케04호의 도전이 어떤 종착점에 다다를지 궁금하다.

남장현 기자(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