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운이 여기까지인가 봐요.”
웃지만, 웃는 게 아니었다. 28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등판한 심수창(LG)은 6이닝을 5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뒤, 1-0으로 앞선 7회 마운드를 김선규에게 넘겼다. 승리가 눈앞에 있었다. LG는 3-1로 앞선 채 9회말을 맞았다. 하지만 구원투수 임찬규가 9회말 1사2루에서 넥센 강귀태에게 동점홈런을 허용해, 심수창의 승리가 날아갔다. 덕아웃에서 간절한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지긋지긋한 14연패 탈출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심수창이 마지막으로 승리를 거둔 것은 2009년 6월14일 잠실 SK전. 역대최다연패(16연패·롯데 김종석)의 불명예기록에는 2패만을 남겨두고 있다.
LG 박종훈 감독은 “강귀태에게 홈런을 맞는 순간, ‘아, 이거 어쩌지’ 싶었다. 심수창이 좋은 투구를 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한 뒤, “심수창의 연패가 쌓이면서 동료들도 부담을 안고 있다”고 걱정스러워했다. 심수창이 등판하는 경기만큼은 꼭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서동욱도 “선수들끼리 ‘꼭 이겨서 연패를 끊게 하자’고 다짐했었다”고 밝혔다.
28일 연장10회 접전 끝에 승리투수가 된 임찬규는 고개도 들지 못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하지만 심수창은 연장10회 마운드에 오르는 임찬규에게 “내 승리는 날아갔지만, 네 승리라도 챙기라”고 격려했다. 덕분에 임찬규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고, 경기를 매조지할 수 있었다. 절치부심의 심수창은 “밑바닥을 지나 지하67층(등번호67)까지 내려왔다. 이젠 마음을 비우고 던지겠다”고 밝혔다.
목동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