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1위하던 날 폭탄주 파티 벌였죠”

입력 2011-06-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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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막내 감독 류중일의 소회

그날은 홀가분한 마음에 잠도 푹자
검증 안된 배영섭·2군서 온 모상기
선수들·코치들이 열심해 해준 덕분
마지막에 웃어야 진정한 승자 된다
“아직 시즌은 절반이나 남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삼성은 28일 잠실 LG전에서 승리해 1위로 올라섰다. 69경기를 치르면서 40승27패2무(승률 0.597)로 SK(38승26패)를 반경기차로 밀어내고 선두로 도약했다. 시즌 초반을 제외하고 12경기 이상을 치른 시점에서 보면 삼성으로선 2006년 페넌트레이스 최종일인 10월 2일 이후 무려 1730일 만에 정규시즌 1위가 됐다.

반면 SK는 지난해 4월 18일 이후 436일 만에 정상에서 내려왔다. 삼성도 감격스러운 1위였지만, 초보 감독이자 프로야구 8개 팀 사령탑 중 막내인 류중일 감독(사진)으로서도 황홀한 밤일 수밖에 없었다.

류 감독은 경기가 취소된 29일 잠실구장에서 나와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했다. ‘어제 1위에 오른 기분이 어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류 감독은 “이러다 내일이라도 떨어지면 어쩌냐?”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좋지. 좋은데, 정말 좋은데, 뭐라 말해야 하나?”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밤에 지인을 만나 소주와 맥주를 섞어 폭탄주 3잔 마시고 잤다. 밤 12시 반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며 웃었다.

승부사의 길은 고독하다. 류 감독도 “감독이 되면 항상 최악을 본다고 하더라. 막상 올해 감독이 되고 보니 그 말이 맞네. 실감하고 있다”면서 “경기에 져서 속상해서 못 잔 적은 없는데 ‘오늘 졌는데 내일 경기 지면 어떡하지?’, ‘선발투수가 못 던지면 어떡하지?’ 이런 최악의 상황들을 자꾸 가정하고 고민하다 밤을 꼴딱 새운 적은 있다”고 털어놨다.

결국 1위에 오르는 날, 자정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잠자리에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도 일단 마음이 홀가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류 감독은 삼성이 1위로 올라선 데 대해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다. 그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선수들이 열심히, 그리고 잘 해줬다. 배영섭은 검증되지 않았던 친구인데 정말 잘 해주고 있고, 가코는 늦은 감은 있었지만 2군에 내리는 결단을 내렸는데 대신 올라온 모상기가 몇 경기를 잘 해줬다. 신명철이 부진할 때는 손주인이, 채태인이 없을 때는 조영훈이 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류 감독도 “사실 어제 1위 올라서면서 이 경기가 시즌 133번째 경기였으면 싶었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아직 시즌 반이나 남았다. 내일 순위가 내려갈지도 모른다. 갈 길이 구만리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SK하고 3연전 2번이 있고, KIA하고도 붙어야 한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첫 상대도 KIA다. 모든 팀이 쉽지 않다. 내가 볼 땐 우리 팀이 가장 약해 보인다. 마지막에 웃어야 진정한 승자가 된다”며 긴장의 끈을 조였다.

잠실|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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