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 북한산 마약에 뿔났다

입력 2011-07-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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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기수출 막히자 中안방서 대규모 밀거래한국과 단속 공조… 지난해 645억원어치 압수

중국 당국이 지난해 압수한 북한산 마약이 약 6000만 달러(645억 원)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한국 수사당국과 비밀리에 공조해 중국에서 밀매되고 있는 북한산 마약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4일 압수한 마약의 규모를 밝히며 “적발된 것만 그 정도일 뿐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북한 마약의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적발한 북한산 마약 규모가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산 마약 밀매 증가를 위협적이라고 여기면서도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것을 꺼려 왔다. 중국이 한국과 협력해 단속에 나선 것은 중국이 북핵 문제 등 외교적으로는 북한을 비호하고 있지만 동북3성 지역을 위협하는 북한산 마약의 심각성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당국이 압수한 북한산 마약의 질은 민간 차원에서 제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최상급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공장에서 마약을 생산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상당히 열 받았다”며 “특히 지난해부터 북한 마약 문제가 심각해진 것으로 중국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마약 단속을 강조하며 ‘북한산’이라는 말을 내세우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북한 마약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압수한 북한산 마약의 규모는 지난해 5·24 대북 제재조치로 북한이 매년 피해를 볼 것이라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밝힌 3억 달러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적발되지 않은 전체 유통 규모를 고려하면 북한은 5·24조치로 입은 피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액수의 마약을 중국에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일각에서는 중국 내 북한산 마약 유통 규모가 약 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 北 3명→조선족 3명→韓 3명 ‘3·3·3 밀매루트’ ▼
5·24 대북조치로 돈줄막히자… 피해 벌충위해 작년부터 유통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매년 무기수출로 약 10억 달러를 벌어들이다가 대북제재로 인해 그 규모가 최근 1억 달러로 줄었다는 분석이 있다. 북한 정부가 제재에 따른 피해를 상쇄하기 위해 마약 수출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큰 문제는 이 마약 밀매 커넥션에 한국인들이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중국 공안에 체포된 한국인 마약사범 대부분이 북한산 마약을 운반하다 적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중 수사당국이 공조 수사에 나서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산 마약은 중국 내에서 이른바 ‘3-3-3’ 밀매 시스템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밀매에 9∼10명이 한 조가 되는데, 북한인 3명이 북-중 국경지대로 마약을 가지고 나오면 조선족 3명이 중국 동북3성 지역에서 운반하고 이를 한국인 3명이 넘겨받아 한국과 일본에 유통시킨다는 것이다. 북한의 국가적 범죄에 한국인이 가담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해 12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산 메스암페타민(히로뽕)은 중국 동북지방으로 밀매된 뒤 톈진(天津) 베이징(北京) 등 다른 중국 지방으로까지 퍼져가고 있다.

중국 지린(吉林) 성의 옌볜(延邊)조선족자치구와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 랴오닝(遼寧) 성의 단둥(丹東) 시는 북한산 마약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핵심 운송로다. 정부 소식통은 “동북3성에서 거래되는 마약은 다 북한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2008년 10월 지린 성 바이산(白山) 시 공안은 창바이 현에서 순도 100%의 히로뽕 5.4kg을 압수했다. 지난해 7월 옌볜 공안은 히로뽕 1.5kg을 압수했다. 앞서 단둥 공안은 2004년 12월 암페타민이 주성분인 MaGu 1만3775알을 압수하고 3명을 체포했다. 단둥 공안은 2005년 2월에도 북한산 엑스터시 2000알과 MaGu 300알을 압수하고 7명을 체포했다.

옌볜에서 유통되는 히로뽕 대부분이 북한에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옌볜 수도 옌지(延吉)에서 1991년 마약 중독자는 44명으로 집계됐으나 2010년에는 그 수가 2090명으로 늘어났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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