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 Engine’
‘부릉~ 부릉~’
자동차 시동 거는 장면이 아니다.
노트북 전원 켜는 모습이다.
아수스(Asus)가 선보인 ‘초특급-울트라-하이퍼’ 노트북, VX7 ‘람보르기니’(이하 VX7)를 켜는 모습이다.
VX7는 세계 최고의 슈퍼카인 ‘람보르기니(본명은 Automobili Lamborghini, 이탈리아)’를 모티브로 한 초호화 사양의 노트북이다.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람보르기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계승해, 현존 최고 사양의 노트북 부품을 아낌 없이 장착했다. 그렇다 보니 대중적인 제품이라 보기 어렵다. 람보르기니가 그렇듯이 ‘선택 받은’ 몇몇 VIP를 위한 노트북이다. 우리는 그저 먼발치서 동경만 할 뿐. 그나마 본 리뷰어는 잠깐이라도 사용해 볼 수 있으니 행운이라 생각한다(로또라도 사야 할까).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는 1963년 이탈리아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1916~1993)가 창립한 세계적인 슈퍼카 브랜드다. 페루치오는 농업용 트랙터 사업에서 성공한 후 스포츠카에 관심을 갖고, 또 다른 슈퍼카인 ‘페라리(Ferrari)’의 사장, 엔초 페라리와 연을 맺고자 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페루치오는 페라리를 능가하는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람보르기니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람보르기니는 독일 ‘폭스바겐’의 자회사인 ‘아우디(Audi)’에 등록되어 있다.
람보르기니는 독특한 디자인과 최고의 제원을 갖춰 ‘슈퍼카’의 대명사로 추앙 받고 있다. 2008년에 출시된 ‘레벤톤(Reventon)’의 경우 12기통 6,496cc 엔진에 650마력, 최고속도가 시속 340km에 달하는 엄청난 주행능력으로 ‘달리는 전투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모델 불문, 평균 가격은 3억원 대 이상이다.
지금부터 아수스 람보르기니 노트북의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아 본다.
람보르기니를 닮고자 한 ‘외계적’ 디자인
외형과 디자인이 분명 남다르긴 하지만, 본 리뷰어가 봤을 때 뒷면을 제외하고는 ‘람보르기니 스타일’을 한번에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물론 커버의 빗살 무늬와 굴곡 등이 람보르기니의 본넷(bonnet)과 유사하지만, 그 외 부분은 SF영화에 등장하던 외계 모선을 연상케 한다. 뒷면은 람보르기니 레벤톤의 후미등(테일 라이트)을 그대로 빼 박았다. 다만 라이트는 들어 오지 않는다(내심 바랬는데). 자세히 살펴 보면 LED 라이트의 무늬, 모양까지 똑같이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명색이 람보르기니 노트북인데 당연하다.
커버 상단에는 람보르기니의 고유 마크인 ‘황소’ 로고가 위풍 있게 박혀 있다. 여담이지만, 이 황소(싸움소) 로고는 창립자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탄생 별자리인 황소자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화면 크기는 15.6인치 16:9 와이드 형태이며, 무게는 배터리 장착 시 3kg이 넘는다. 애당초 휴대를 목적으로 한 노트북이 아니다(이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원 어댑터마저 거대하다. 막강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다.
이외의 외형 및 옵션 구성은 다른 노트북과 비슷한데, 블루레이 디스크를 구울 수 있는 ODD가 내장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블루레이 디스크를 읽을 수 있는 노트북은 많아도 구울 수 있는 노트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키보드 부분은 15.6인치 크기에 맞게 숫자 패드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키보드 키 밑으로 조명을 켤 수 있어 어두운 환경에서도 원활한 타이핑이 가능하다(밝기도 조절된다). 키보드 키감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고가의 제품이다 보니 고급 키 스위치를 적용했으리라 판단된다. 각 키의 배열, 배치, 길이 등도 모두 무난하다.
전원 버튼이 인상적이다.
‘Start Engine’.
람보르기니 룩에 최고의 제원을 갖췄으니 ‘컴퓨터 시작’이 아니라 ‘스타트 엔진’이 적합할 것 같다. 엔진 버튼을 누르면 액셀 페달을 밟았을 때의 엔진 소리가 두 번(부릉~ 부릉~) 들린다. 분명 람보르기니의 엔진 소리일 것이다(그 후 딱히 달라지는 건 없다).
키보드 좌측 상단에는 버튼 LED를 켜고 끄는 버튼, 디스플레이 모드(소프트, 일반, 밝기 조정, 선명, 극장)를 변경하는 버튼, 성능 모드(고성능, 엔터테인먼트, 정숙, 배터리 절약)를 변경하는 버튼이 있다. 한번씩 누르면 해당 모드로 전환되니 적절하게 활용하면 되겠다.
VX7의 외형적, 디자인적 요소 중 눈 여겨 볼만 한 것이 팜레스트, 즉 손목 올려 놓은 부분이다. 먼저 팜레스트 부분은 양쪽 모두 가죽 소재를 덧대어 손목을 올려 놓았을 때 상당히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물론 사용자마다 느낌은 다르겠지만, 다른 노트북에서는 접할 수 없는 독특함인 건 분명하다. 또 손목 자국 등이 남지 않으니 외관 상으로도 깔끔하다. 또한 마치 람보르기니의 가죽 시트인 것 같은 재질감도 느껴진다.
VX7은 전반적으로 람보르기니의 독창적인 ‘카리스마’ 디자인을 무리 없이 따르고 있는 듯했다. 눈에 보이는 생김새도 그렇지만, 람보르기니라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는 감성적이고 고귀한 느낌을 충실히 전달하려는 의도로 판단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성능
앞서 언급한 대로, 람보르기니 레벤톤은 12기통 엔진을 얹어 KTX보다 빠른 시속 350km로 내달릴 수 있는 슈퍼카다. 그러한 람보르기니를 닮은 노트북이라면 사양과 성능에서 그 명성에 맞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VX7은 과연 그러할지 확인해 본다. 최고의 사양을 내장한 노트북이라 알려져 있으니, 그에 대한 예를 갖추는 의미에서 벤치마크 테스트 프로그램보다는 중고급 사양의 3D 게임을 집중 플레이하며 그 성능을 몸으로, 눈으로 확인했다. 참고로 모든 게임은 기본 설정(성능/그래픽) 이상(‘높음’, ‘High’ 등)으로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아수스 VX7의 기본 사양은, 인텔 2세대 코어 i7 2630QM(쿼드코어) 프로세서, 메모리는 ‘무려’ 16GB(4GB x 4슬롯), 하드디스크 750GB x 2, 엔비디아 지포스 GTX 460QM 그래픽(비디오 메모리 만도 3GB), 블루레이 RW ODD 등이다. 또한 15.6인치임에도 1,920 x 1,080의 고해상도를 지원한다. 이에 게임에서도 모두 이 해상도로 설정했다. 노트북에 장착되는 부품으로는 다들 범상치 않은 상위급 제품이다. 예를 들어, 2세대 코어 i7 2630QM도 노트북용 프로세서로는 거의 최상위급이며, 메모리는 16GB씩이나 넣어뒀다. 그래픽 칩셋 역시 상위급 제품군인 GTX 계열이며, 노트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460QM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데스크탑이라 해도 고급 사양이라고 판단할 텐데 노트북이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1)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Alice Madness Return)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컨셉을 딴 음침하면서도 위트 있는 독특한 게임이었다. 앨리스의 매서운 눈매에 비해 적들은 우스꽝스럽게 표현되어 누가 ‘선’이고 ‘악’인지 헛갈리기도 했다. 그래픽/성능 옵션을 높였음에도 바람에 날리는 앨리스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정확하게 출력하고, 전투 장면에서도 줄곧 초당 30 프레임 내외를 기록하여 대단히 만족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이 게임은 몽환적이며 이색적인 주변 배경이 특징인데, 색감, 화질 등의 출력 디테일 면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2) 어세신크리드2 브라더후드(Assassin’s Creed 2, Brotherhood)
달리고, 기어오르고, 매달리고, 떨어지는 ‘체험, 삶의 현장’형 액션 게임으로, 한 편의 영화처럼 스토리에 따라 진행되는 점이 흥미를 유발했다. 전반적인 그래픽 품질을 고려하면 이 게임 역시 만만치 않은 사양을 요구함에도, VX7은 1,920 x 1,080 해상도에서 안정적인 성능과 화질을 보여줬다. 스케일이 큰 게임답게 다양한 환경이 등장하는데, 밀림과 도시, 성곽 등의 배경 품질과 대규모 전투로 인한 폭발 섬광, 자욱한 연기, 먼지 등이 섬세하고 정확하게 출력됐다. 요즘 게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새삼 갖게 됐다. 물론 그런 성능을 발휘하는 VX7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3) 피어3 (F.E.A.R 3)
총쏘기(FPS) 게임인지 공포 게임인지 구분이 안 가는 밀리터리 호러 게임이다. 적군보다는 순간순간 튀어 나오는 괴물체에 깜짝 놀라면서 상당히 오랜 시간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은 특히 강렬한 색감이 기억에 남는다. 불타오르는 하늘에서는 너무나도 강렬한 붉은색이, 탄환을 맞아 몸부림치는 괴물체의 몸에서는 음산한 회색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이러한 색감을 정확히 표현해 내는 엔비디아 그래픽 칩셋이, VX7 디스플레이가 대단하게 느껴진 건 당연하다. 적군을 향해 무작정 탄환을 뿌려대는 단순한 구성보다는 괴기스럽고 오싹한 장면까지 삽입하여 몰입을 유발하는 게임 전개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4) 홈프런트 (Home Front)
남한과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시아를 제패한 북한을 상대로 맞서 싸운다는 흥미로운 주제를 골자로 하는 이 게임은, 2009년 한 게임쇼에서 공개된 후로 ‘요주의’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게임 역시 최고 성능 옵션으로 플레이해도 초당 최소 20프레임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이고 매끈한 성능을 발휘했다. 우리말(물론 북한말)을 쓰는 상대에게 총구를 겨냥한다는 게 좀 안타깝긴 했지만, 게임 자체의 실행 품질과 성능 면에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 했다.
5) 메트로2033 (Metro 2033)
게임 이름만 봐서는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인 듯하지만 실제는 괴물 소탕형 총쏘기 게임이다. 테스트로 플레이한 6개의 게임 중에 성능 상에서 약간의 머뭇거림을 보인 유일한 게임이었다. 특히 괴물이 집단으로 등장해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초당 10프레임 수준으로 떨어져 멈칫멈칫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준은 됐다. 물론 이 게임 역시 성능 옵션은 ‘High’로, 해상도는 1,920 x 1,080으로 설정했다. 노트북에서 이 옵션과 해상도로 이 정도의 성능을 발휘한다면 크게 불편하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6) NBA 2K11
컴퓨터끼리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본 다른 기자가 실제 NBA 경기 중계를 보는 줄 알았다고 착각할 정도로 이 게임은 디테일이 매우 정교하다. 게임 자체의 덕이기도, VX7의 사양 덕이기도 하다.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으면 정말 실제 NBA 경기인 듯하다. 초당 프레임도 100을 넘는다. 일반적인 영화가 보통 초당 25~30프레임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부드럽고 안정적인 성능을 낸다 볼 수 있다. 역시 성능 옵션은 ‘High’로 설정했다. 관중석의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눈치채지 않는다면 웬만해서는 실제 중계 방송이라 여길 만하다.
위와 같은 최신 게임을 테스트하면서 게임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그리고 그 게임 기술을 하드웨어가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깨닫게 됐다. 게임이 아니라 이미 한 편의 영화였다. 이러한 고사양, 고품질의 게임을 접하면, ‘흥미롭다’, ‘재미있다’는 생각보다 ‘이런 게임을 만드느라 개발자/개발사가 얼마나 고생했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테스트한 게임 모두 아주 만족스럽게, 그리고 충분히 즐길 만큼 즐겼다.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VX7을 리뷰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이들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할애할 정도였다. 그만큼 VX7은 한치의 의심도 없을 만한 높은 성능을 발휘했고, 이는 게임에 몰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늘 강조하던 대로, 괜히 비싼 게 아니었다. 그리고 비싼 만큼 제 값, 제 성능은 한다고 판단됐다.
극소수 만을 위해 ‘엔진’을 켜는 람보르기니
물론 위와 같은 최신 게임을 즐기기 위함이라면 노트북보다는 데스크탑을 구매하는 게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아마도 VX7의 가격이라면 ‘람보르기니+페라리+포르쉐’ 수준의 데스크탑을 조립, 구성할 수 있다. 중요한 건 VX7이 가지고 있는 ‘감성적 특징’이다. 이러한 제품을 그저 사양, 성능, 가격 만을 고려하여 가치를 판단한다는 건, 람보르기니를 연비와 편의성 만을 따져 평가절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수스도 그러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 제품을 생산한 게 아닐 것이다. 대중적인 판매가 불가능할 것이 명확함에도 VX7과 같은 컨셉형 노트북을 생산, 정식 출시한 점을 본 리뷰어는 높게 사고 싶다. 300만원을 호가하는 노트북을 구매할 수 있는 극소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끝으로, 아수스 VX7는 고가 제품임을 증명하듯 패키지 박스와 가방에서도 프리미엄이 물씬 풍긴다. 패키지 박스는 마치 고급 와인 선물세트 박스처럼 단단하고 꼼꼼하게 제작됐다. 때문에 물품 수납/정리용 공간박스로도 훌륭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 노트북이 크니 가방도 크다. 개인적으로 이 가방도 대단히 맘에 들었다. 크기가 큰 만큼 수납 공간도 많고 어깨에 매보니 예상보다 편했기 때문이다. 본체와 함께 들어 있는 무선 마우스 역시 람보르기니가 새겨 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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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 부릉~’
자동차 시동 거는 장면이 아니다.
노트북 전원 켜는 모습이다.
아수스(Asus)가 선보인 ‘초특급-울트라-하이퍼’ 노트북, VX7 ‘람보르기니’(이하 VX7)를 켜는 모습이다.
VX7는 세계 최고의 슈퍼카인 ‘람보르기니(본명은 Automobili Lamborghini, 이탈리아)’를 모티브로 한 초호화 사양의 노트북이다.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람보르기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계승해, 현존 최고 사양의 노트북 부품을 아낌 없이 장착했다. 그렇다 보니 대중적인 제품이라 보기 어렵다. 람보르기니가 그렇듯이 ‘선택 받은’ 몇몇 VIP를 위한 노트북이다. 우리는 그저 먼발치서 동경만 할 뿐. 그나마 본 리뷰어는 잠깐이라도 사용해 볼 수 있으니 행운이라 생각한다(로또라도 사야 할까).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는 1963년 이탈리아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1916~1993)가 창립한 세계적인 슈퍼카 브랜드다. 페루치오는 농업용 트랙터 사업에서 성공한 후 스포츠카에 관심을 갖고, 또 다른 슈퍼카인 ‘페라리(Ferrari)’의 사장, 엔초 페라리와 연을 맺고자 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페루치오는 페라리를 능가하는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람보르기니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람보르기니는 독일 ‘폭스바겐’의 자회사인 ‘아우디(Audi)’에 등록되어 있다.
람보르기니는 독특한 디자인과 최고의 제원을 갖춰 ‘슈퍼카’의 대명사로 추앙 받고 있다. 2008년에 출시된 ‘레벤톤(Reventon)’의 경우 12기통 6,496cc 엔진에 650마력, 최고속도가 시속 340km에 달하는 엄청난 주행능력으로 ‘달리는 전투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모델 불문, 평균 가격은 3억원 대 이상이다.
지금부터 아수스 람보르기니 노트북의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아 본다.
람보르기니를 닮고자 한 ‘외계적’ 디자인
외형과 디자인이 분명 남다르긴 하지만, 본 리뷰어가 봤을 때 뒷면을 제외하고는 ‘람보르기니 스타일’을 한번에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물론 커버의 빗살 무늬와 굴곡 등이 람보르기니의 본넷(bonnet)과 유사하지만, 그 외 부분은 SF영화에 등장하던 외계 모선을 연상케 한다. 뒷면은 람보르기니 레벤톤의 후미등(테일 라이트)을 그대로 빼 박았다. 다만 라이트는 들어 오지 않는다(내심 바랬는데). 자세히 살펴 보면 LED 라이트의 무늬, 모양까지 똑같이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명색이 람보르기니 노트북인데 당연하다.
커버 상단에는 람보르기니의 고유 마크인 ‘황소’ 로고가 위풍 있게 박혀 있다. 여담이지만, 이 황소(싸움소) 로고는 창립자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탄생 별자리인 황소자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화면 크기는 15.6인치 16:9 와이드 형태이며, 무게는 배터리 장착 시 3kg이 넘는다. 애당초 휴대를 목적으로 한 노트북이 아니다(이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원 어댑터마저 거대하다. 막강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다.
이외의 외형 및 옵션 구성은 다른 노트북과 비슷한데, 블루레이 디스크를 구울 수 있는 ODD가 내장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블루레이 디스크를 읽을 수 있는 노트북은 많아도 구울 수 있는 노트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키보드 부분은 15.6인치 크기에 맞게 숫자 패드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키보드 키 밑으로 조명을 켤 수 있어 어두운 환경에서도 원활한 타이핑이 가능하다(밝기도 조절된다). 키보드 키감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고가의 제품이다 보니 고급 키 스위치를 적용했으리라 판단된다. 각 키의 배열, 배치, 길이 등도 모두 무난하다.
전원 버튼이 인상적이다.
‘Start Engine’.
람보르기니 룩에 최고의 제원을 갖췄으니 ‘컴퓨터 시작’이 아니라 ‘스타트 엔진’이 적합할 것 같다. 엔진 버튼을 누르면 액셀 페달을 밟았을 때의 엔진 소리가 두 번(부릉~ 부릉~) 들린다. 분명 람보르기니의 엔진 소리일 것이다(그 후 딱히 달라지는 건 없다).
키보드 좌측 상단에는 버튼 LED를 켜고 끄는 버튼, 디스플레이 모드(소프트, 일반, 밝기 조정, 선명, 극장)를 변경하는 버튼, 성능 모드(고성능, 엔터테인먼트, 정숙, 배터리 절약)를 변경하는 버튼이 있다. 한번씩 누르면 해당 모드로 전환되니 적절하게 활용하면 되겠다.
VX7의 외형적, 디자인적 요소 중 눈 여겨 볼만 한 것이 팜레스트, 즉 손목 올려 놓은 부분이다. 먼저 팜레스트 부분은 양쪽 모두 가죽 소재를 덧대어 손목을 올려 놓았을 때 상당히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물론 사용자마다 느낌은 다르겠지만, 다른 노트북에서는 접할 수 없는 독특함인 건 분명하다. 또 손목 자국 등이 남지 않으니 외관 상으로도 깔끔하다. 또한 마치 람보르기니의 가죽 시트인 것 같은 재질감도 느껴진다.
VX7은 전반적으로 람보르기니의 독창적인 ‘카리스마’ 디자인을 무리 없이 따르고 있는 듯했다. 눈에 보이는 생김새도 그렇지만, 람보르기니라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는 감성적이고 고귀한 느낌을 충실히 전달하려는 의도로 판단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성능
앞서 언급한 대로, 람보르기니 레벤톤은 12기통 엔진을 얹어 KTX보다 빠른 시속 350km로 내달릴 수 있는 슈퍼카다. 그러한 람보르기니를 닮은 노트북이라면 사양과 성능에서 그 명성에 맞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VX7은 과연 그러할지 확인해 본다. 최고의 사양을 내장한 노트북이라 알려져 있으니, 그에 대한 예를 갖추는 의미에서 벤치마크 테스트 프로그램보다는 중고급 사양의 3D 게임을 집중 플레이하며 그 성능을 몸으로, 눈으로 확인했다. 참고로 모든 게임은 기본 설정(성능/그래픽) 이상(‘높음’, ‘High’ 등)으로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아수스 VX7의 기본 사양은, 인텔 2세대 코어 i7 2630QM(쿼드코어) 프로세서, 메모리는 ‘무려’ 16GB(4GB x 4슬롯), 하드디스크 750GB x 2, 엔비디아 지포스 GTX 460QM 그래픽(비디오 메모리 만도 3GB), 블루레이 RW ODD 등이다. 또한 15.6인치임에도 1,920 x 1,080의 고해상도를 지원한다. 이에 게임에서도 모두 이 해상도로 설정했다. 노트북에 장착되는 부품으로는 다들 범상치 않은 상위급 제품이다. 예를 들어, 2세대 코어 i7 2630QM도 노트북용 프로세서로는 거의 최상위급이며, 메모리는 16GB씩이나 넣어뒀다. 그래픽 칩셋 역시 상위급 제품군인 GTX 계열이며, 노트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460QM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데스크탑이라 해도 고급 사양이라고 판단할 텐데 노트북이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1)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Alice Madness Return)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컨셉을 딴 음침하면서도 위트 있는 독특한 게임이었다. 앨리스의 매서운 눈매에 비해 적들은 우스꽝스럽게 표현되어 누가 ‘선’이고 ‘악’인지 헛갈리기도 했다. 그래픽/성능 옵션을 높였음에도 바람에 날리는 앨리스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정확하게 출력하고, 전투 장면에서도 줄곧 초당 30 프레임 내외를 기록하여 대단히 만족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이 게임은 몽환적이며 이색적인 주변 배경이 특징인데, 색감, 화질 등의 출력 디테일 면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2) 어세신크리드2 브라더후드(Assassin’s Creed 2, Brotherhood)
달리고, 기어오르고, 매달리고, 떨어지는 ‘체험, 삶의 현장’형 액션 게임으로, 한 편의 영화처럼 스토리에 따라 진행되는 점이 흥미를 유발했다. 전반적인 그래픽 품질을 고려하면 이 게임 역시 만만치 않은 사양을 요구함에도, VX7은 1,920 x 1,080 해상도에서 안정적인 성능과 화질을 보여줬다. 스케일이 큰 게임답게 다양한 환경이 등장하는데, 밀림과 도시, 성곽 등의 배경 품질과 대규모 전투로 인한 폭발 섬광, 자욱한 연기, 먼지 등이 섬세하고 정확하게 출력됐다. 요즘 게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새삼 갖게 됐다. 물론 그런 성능을 발휘하는 VX7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3) 피어3 (F.E.A.R 3)
총쏘기(FPS) 게임인지 공포 게임인지 구분이 안 가는 밀리터리 호러 게임이다. 적군보다는 순간순간 튀어 나오는 괴물체에 깜짝 놀라면서 상당히 오랜 시간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은 특히 강렬한 색감이 기억에 남는다. 불타오르는 하늘에서는 너무나도 강렬한 붉은색이, 탄환을 맞아 몸부림치는 괴물체의 몸에서는 음산한 회색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이러한 색감을 정확히 표현해 내는 엔비디아 그래픽 칩셋이, VX7 디스플레이가 대단하게 느껴진 건 당연하다. 적군을 향해 무작정 탄환을 뿌려대는 단순한 구성보다는 괴기스럽고 오싹한 장면까지 삽입하여 몰입을 유발하는 게임 전개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4) 홈프런트 (Home Front)
남한과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시아를 제패한 북한을 상대로 맞서 싸운다는 흥미로운 주제를 골자로 하는 이 게임은, 2009년 한 게임쇼에서 공개된 후로 ‘요주의’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게임 역시 최고 성능 옵션으로 플레이해도 초당 최소 20프레임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이고 매끈한 성능을 발휘했다. 우리말(물론 북한말)을 쓰는 상대에게 총구를 겨냥한다는 게 좀 안타깝긴 했지만, 게임 자체의 실행 품질과 성능 면에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 했다.
5) 메트로2033 (Metro 2033)
게임 이름만 봐서는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인 듯하지만 실제는 괴물 소탕형 총쏘기 게임이다. 테스트로 플레이한 6개의 게임 중에 성능 상에서 약간의 머뭇거림을 보인 유일한 게임이었다. 특히 괴물이 집단으로 등장해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초당 10프레임 수준으로 떨어져 멈칫멈칫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준은 됐다. 물론 이 게임 역시 성능 옵션은 ‘High’로, 해상도는 1,920 x 1,080으로 설정했다. 노트북에서 이 옵션과 해상도로 이 정도의 성능을 발휘한다면 크게 불편하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6) NBA 2K11
컴퓨터끼리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본 다른 기자가 실제 NBA 경기 중계를 보는 줄 알았다고 착각할 정도로 이 게임은 디테일이 매우 정교하다. 게임 자체의 덕이기도, VX7의 사양 덕이기도 하다.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으면 정말 실제 NBA 경기인 듯하다. 초당 프레임도 100을 넘는다. 일반적인 영화가 보통 초당 25~30프레임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부드럽고 안정적인 성능을 낸다 볼 수 있다. 역시 성능 옵션은 ‘High’로 설정했다. 관중석의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눈치채지 않는다면 웬만해서는 실제 중계 방송이라 여길 만하다.
위와 같은 최신 게임을 테스트하면서 게임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그리고 그 게임 기술을 하드웨어가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깨닫게 됐다. 게임이 아니라 이미 한 편의 영화였다. 이러한 고사양, 고품질의 게임을 접하면, ‘흥미롭다’, ‘재미있다’는 생각보다 ‘이런 게임을 만드느라 개발자/개발사가 얼마나 고생했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테스트한 게임 모두 아주 만족스럽게, 그리고 충분히 즐길 만큼 즐겼다.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VX7을 리뷰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이들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할애할 정도였다. 그만큼 VX7은 한치의 의심도 없을 만한 높은 성능을 발휘했고, 이는 게임에 몰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늘 강조하던 대로, 괜히 비싼 게 아니었다. 그리고 비싼 만큼 제 값, 제 성능은 한다고 판단됐다.
극소수 만을 위해 ‘엔진’을 켜는 람보르기니
물론 위와 같은 최신 게임을 즐기기 위함이라면 노트북보다는 데스크탑을 구매하는 게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아마도 VX7의 가격이라면 ‘람보르기니+페라리+포르쉐’ 수준의 데스크탑을 조립, 구성할 수 있다. 중요한 건 VX7이 가지고 있는 ‘감성적 특징’이다. 이러한 제품을 그저 사양, 성능, 가격 만을 고려하여 가치를 판단한다는 건, 람보르기니를 연비와 편의성 만을 따져 평가절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수스도 그러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 제품을 생산한 게 아닐 것이다. 대중적인 판매가 불가능할 것이 명확함에도 VX7과 같은 컨셉형 노트북을 생산, 정식 출시한 점을 본 리뷰어는 높게 사고 싶다. 300만원을 호가하는 노트북을 구매할 수 있는 극소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끝으로, 아수스 VX7는 고가 제품임을 증명하듯 패키지 박스와 가방에서도 프리미엄이 물씬 풍긴다. 패키지 박스는 마치 고급 와인 선물세트 박스처럼 단단하고 꼼꼼하게 제작됐다. 때문에 물품 수납/정리용 공간박스로도 훌륭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 노트북이 크니 가방도 크다. 개인적으로 이 가방도 대단히 맘에 들었다. 크기가 큰 만큼 수납 공간도 많고 어깨에 매보니 예상보다 편했기 때문이다. 본체와 함께 들어 있는 무선 마우스 역시 람보르기니가 새겨 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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