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내던져진 아이티 영안실 시체들, 아프간 소녀의 슬픔…

입력 2011-07-13 10: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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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기록하는 비평적 거울 '2011 세계보도사진전' 28일 열려

수상부문 : 일반뉴스 스토리 부문 1등 작가명 : Olivier Laban-Mattei 소속명 : France 작품소개 :아이티 지진 여파, 1월15-26일 어느 병원의 시체 안치소에서 한 남자가 사체를 던지고 있다.


"사진기자들은 왜 그 뉴스의 현장에 있는가? 역사라는 시대의 압력이 그를 본능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 같다. 기자는 사건을 만들지 않는다. 그는 시대를 기록하는 비평적 거울이다"
-세바스티앙 살가두-

2010년 1월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에 3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 십 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아이티의 한 병원 '영안실'. 시체를 화장하기 위해 내던져진 희생자들의 모습과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젊은 남자의 표정은 눈 뜨고 보기 어려울 만큼 처참하다. 냉혹한 현실, 감당하기 힘든 비극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때때로 사진 한 장은 수십 줄의 글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물과 웃음을 유발하고, 다시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무게로 되돌아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가 속한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인간사는 복잡한 그물망처럼 지구 전체와 맞닿아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숨 쉬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매년 인간과 인간을 둘러싸고 모든 것을 기록하는 '2011 세계보도사진전(World Press Photo 2011)' 서울 전시회(주최: 동아일보사, YTN, 세계보도사진재단. 후원: 주한네덜란드대사관, 한국사진기자협회)가 7월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V-갤러리에서 열린다.

45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순회 전시 중인 '2011 세계보도사진전' 은 매년 인간과 인간을 둘러싸고 기록한다. 이를 통해 현상에 대한 편중된 시각에서 벗어나 글로벌적 시각과 문제의식을 느끼고, 인간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수상부문 : 세계보도사진 2010 올해의사진 작가명 : Jodi Bieber 소속명 : South Africa 작품소개 : 비비 아이샤 (Bibi Aisha), 18세, 그녀는 아프가니스탄 중부지역 오루즈간 (Oruzgan)지방의 남편 집에서 도망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얼굴을 난자당했다.



▶'순간을 영원으로 기록'

54년 전통을 가진 세계적 권위의 '세계보도사진전'이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올해로 8번째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125개국에서 5691명의 사진기자 및 사진작가들이 10만8000여 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2011년 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9개 분야로 나눠 심사하고, 그 중 23개국 55명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수상작으로 선정 발표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수상작을 중심으로 170여 점의 엄선된 작품이 전시된다.

대상에 해당하는 '2010 올해의 사진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진작가 조디 비버(Jodi Bieber)의 작품이 선정됐다.

지난해 8월 9일 타임(Time) 표지에 게재되어 큰 이슈가 되었던 이 작품은 탈레반에 의해 코, 귀가 잘린 18세 아프가니스탄 여인의 인물사진이다.

이번 사진전에는 지난 10월에 69일간 지하갱도에 갇혀 있다 구출된 칠레 광부들이 찍은 사진이 특별상 (Special Mention)을 차지했다. 비전문가의 사진이지만 역사적 순간을 기록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수상부문 :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스토리 부문 2등 작가명 : Daniele Tamagni 소속명 : Italy 작품소개 : 프리스타일 레슬링인 리챠리브레는 볼리비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락 스포츠다. 학교 교정에서 개최된 기부금모집 행사에 참가한 카루멘 로사와 쥴리아 라 빠세냐.



▶보도사진 '목적의식을 가진 현실 반영'

올해 수상한 작품들은 기근, 난민, 분쟁 등 전통적으로 많이 다루어진 주제와 지진, 화산, 홍수 등 자연재해와 관련된 사진들이 주를 이뤘다. 여성의 인권에 관한 내용을 담은 사진을 대상 작품 이외에도 여러 작품 속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정보화와 함께 테크놀로지 발전으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 문화를 형성함은 물론 새로운 사회문화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부분 역시 이번 전시회에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참고로 세계보도사진전을 주관하는 세계보도사진재단(worldpressphoto.org)은 네덜란드 왕실의 후원으로 보도사진의 발전과 언론 및 사상의 자유정신을 고취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여 1955년 설립된 비영리재단이다.

재단은 세계보도사진전 개최를 통해 우리가 인간현상에 대한 글로벌적 시각과 폭넓은 문제의식을 느끼는데 큰 공헌을 해왔다.

수상부문 : 자연 싱글 부문 1등 작가명 : Thomas P. Peschak 소속명 : Germany/South Africa 작품소개 :케이프가넷 새가 여름 번식기에 말가스 섬에서 내려 않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서쪽해안에 있는 이 섬은 바다새의 중요한 번식지 이다. 말가스 섬.



▶사진은 끊임없이 말을 건다.

보도사진은 우리가 사는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하는 과제들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본 전시회가 주는 가치인 교육, 생명, 사회, 환경의 화두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

첫째, 교육적 가치이다. 나 이외의 존재, 즉 다른 나라, 동식물 등 자연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준다. 125개국 출신의 사진작가들이 응모함으로써 각자 자신의 문화적 토양과 정치경제적 상황에 기초한 시각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우리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사건과 각종 현상들을 접한다는 것은 세상에는 아직도 우리들 무대 위에 올려지지 않은 새로운 관점들이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시되는 작품을 통해 건강한 세계인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 관심 영역과 대상에 대한 사랑의 정신을 배울 수 있다.

둘째, 사회적 가치이다. 경제적 빈부 격차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사회문화적 격차도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대상의 영예를 받은 작품을 통해 아직도 여성이 남성 중심적 사회시스템 속에서 심하게 박해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편에 의한 폭력, 사회 관습에 의한 차별이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되고 있으며 불법 낙태 시술을 받다가 죽거나 크게 다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성별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자행되는 차별에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셋째, 생명적 가치이다. 인간의 생명권은 절대자가 주었건, 부모가 주었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침해 받아선 안 되는 소중한 권리이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거나, 타인, 혹은 사회 및 국가에 의해서 생명권이 박탈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혹은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장례식을 통해 생명의 존엄함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 쪽에서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힘들고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모습들을 작품으로 지켜보면서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질 수 있다.

넷째, 환경적 가치이다. 올해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는 자연재해가 주는 엄청난 위력 앞에서 인간의 모습은 하염없이 작아진다는 것을 느꼈다. 지구를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Geia theory)을 빌리지 않더라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화산, 지진, 홍수 사태를 다룬 작품들을 지켜보다 보면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보도사진은 세계적인 보도 사진가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으며, 세상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려고 하는지를 느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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