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반복… 한반도 ‘극한기후증후군’

입력 2011-07-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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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스트레스 호소 늘어

대학생 고모 씨(24·서울 관악구)는 폭염 때문에 외출 횟수가 크게 줄었다. 고 씨는 “독한 날씨 때문에 성격이 변한 것 같다”란 말도 자주 한다. 고 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장기 한파 때도 추운 날씨가 싫어 수업에 빠질 때가 많았다. 최근에는 폭염과 폭우로 약속을 취소하기도 했다. 고 씨는 “날씨가 하도 널뛰기를 하니 신경질이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날씨 때문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 노점상에서 양말을 판매하는 황모 씨(50)는 “폭우나 폭염 때문에 사람들이 물건을 보지도 않고 지나쳐 아예 밤에만 나온다”며 “날씨 때문에 짜증 내보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날씨로 인한 짜증은 기상청의 ‘불쾌지수’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기상청은 “25일 전국 80곳의 기온과 습도를 분석한 결과 불쾌지수가 75 이상인 곳이 71곳(88.7%)이나 됐다”고 밝혔다. 불쾌지수는 기온 30도 이상, 습도 80% 이상일 때 발표되는데 75를 넘으면 해당 지역인구의 절반이 짜증을 느낀다. 80이 넘으면 대다수가 불쾌감을 표출한다.

특히 기록적인 폭우가 끝나자마자 무더위가 찾아왔고 다시 비가 내리면서 ‘날씨 스트레스’도 평년보다 더욱 컸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22일부터 16일까지 평년보다 7일 많은 19.3일이나 비가 내렸고 17일부터는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여름뿐이 아니었다. 1월 내내 아침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에 머무르는 한파가 극성을 부렸고 2월 초에는 동해안에 폭설이 쏟아져 날씨 스트레스를 키웠다.

계속되는 이상기후로 생활패턴이 변했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학생 장세희 씨(24·여)는 “너무 덥거나 추운 날씨 탓에 나도 모르는 사이 게을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전문가들은 한반도 온난화로 ‘폭설→폭우→태풍→폭염→한파’의 극한기후 사이클이 갈수록 심해지고 스트레스도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청 분석 결과 2000년대 전국에서 폭염(30도 이상)이 관측된 곳은 1970년대에 비해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집중호우(하루 100mm 이상)는 67% 늘었다.

환경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 자신에게 위협적일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어 같은 환경 속의 개인 스트레스는 ‘집단 스트레스’로 확산된다.

서울대 김명언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이 격심한 기후변화를 자주 경험하면 생각이나 행동, 지각이 경직된다”고 말했다. 부산대 이진환 심리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 생활고 때문에 냉난방을 못하는 사람일수록 극한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날씨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유하늘 인턴기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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