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하늘이 내린 ‘200·400m용 근육’ 눈물이 키운 근성…챔프가 보인다

입력 2011-07-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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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 박태환의 기승전결 성장스토리

신화학자들은 동서양의 영웅 신화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해 낸다. 비범한 탄생과 재능, 시련과 박해, 조력자의 등장, 목적 있는 여행과 회귀가 그것이다. 단순한 수영스타를 넘어 ‘한국 스포츠 사상 최고의 영웅’ 반열을 향해가는 마린보이도 마찬가지다.


○비범한 탄생·재능-하늘이 내린 200·400m용 ‘타입2A근육’

박태환(22·단국대)은 아버지 박인호(62) 씨와 어머니 유성미(54) 씨의 늦둥이다. 박태환이 태어났을 때 아버지의 나이는 마흔. 걱정도 많았지만, 이미 뱃속부터 건강하기만 했다. “애 엄마 배가 얼마나 불러 오는지 그 때부터 장군감이라고 했다니까. 하도 족발이 먹고 싶다고 해서, 밤늦게 사러 다녔던 기억이….”

폐활량이 좋았던 섹소폰 연주자 아버지의 심폐기능은 아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무용을 했던 어머니에게서는 리듬감을 물려받았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에 따르면, 박태환은 속근(단거리용)과 지근(중·장거리용)의 중간형태인 ‘타입2A근육’을 타고났다. 200·400m 선수로서의 재능은 천부적인 것이다.


○시련과 박해-로마의 악몽과 질타

박태환은 대청중 3학년시절 참가했던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실격을 당했다. 라커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를 물었다. 성공가도만 달렸던 그에게 첫 번째 시련이었다. 하지만 그 때의 충격은 2009년 로마참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 한 종목에서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훗날 박태환은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나도 모르게 나태해졌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당시 여론의 질타는 20세 청년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도 꺼려서 크리스마스 때도 집에 혼자만 있었다”고 할 정도다.


○조력자의 등장과 목적 있는 여행-마이클 볼의 선택과 집중

나락에 빠진 마린보이에게 마이클 볼(호주)은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이미 올림픽금메달리스트로 성장한 그에게 한국의 지도시스템은 ‘권위’를 잃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지도자인 볼은 박태환을 컨트롤할 수 있는 존재였고, 고된 훈련에 대한 동기부여도 할 수 있었다.

낯선 타국(호주)에서의 훈련을 통해 그는 다시 단단해졌다. 그 결과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의 부활이다. 200·400m에 대한 선택과 집중 역시 볼의 결단이 큰 몫을 했다. 2007멜버른세계선수권부터 모든 기록들은 박태환이 1500m에서는 세계정상에 오르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누구도 선뜻 “1500m에 대한 포기”를 선언하지 못했다.

그러나 볼은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박태환은 200m에서 세계정상에 가깝다”며 박태환이 갈 길을 명확히 했다. 이제 마린보이의 영웅 신화는 웅장한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그것은 2008년 베이징의 영광에 이은, 올림픽(2012런던) 챔피언으로의 ‘회귀’다.

상하이(중국)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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