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이 만난 사람] 한국체육학회 이종영 “스포츠영웅 찾는 일이 시대 숙명”

입력 2011-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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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육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영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교수가 스포츠 영웅 존재의 중요성과 명예의 전당 필요성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한국체육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영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교수가 스포츠 영웅 존재의 중요성과 명예의 전당 필요성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영웅 권하는 세상…잊힌 그들이 안타까워
명예의 전당 선정…이젠 제대로 대접할 것
한국의 스포츠 영웅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답을 내 놓기 위해 대한체육회와 한국체육학회가 지혜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 영웅 명예의 전당’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종목별 명예의 전당은 있어도, 한국 스포츠 전체를 아우른 적은 없다. 그래서 한국체육사에 남을 만한 역사성을 띈다.

5월20일 공동 사업추진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두 단체는 그동안 선정위원회 및 추천단 구성, 후보자 추천, 평가, 선정 등 세부적인 선정절차를 협의해 왔다. 선정위원회는 장충식 위원장을 비롯해 체육계, 학계, 언론계, 문화예술단체 주요인사 등 모두 17명으로 구성됐다. 한국체육학회 이종영(58) 회장을 만나 명예의 전당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물었다. 한국체육학회는 전국 체육과 교수, 연구원, 석박사의 총 집합체로, 15개 분과를 두고 있으며 회원은 약 8000명이다.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기획은 어떻게 나온 겁니까.


“사석에서 정부 관계자가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국가 위상을 드높인 선수에게 그 당시에만 관심을 보이고 지나고 나면 잊어버린다며 안타까워했죠. 그런데 이런 일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고 국민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는 겁니다. 이후 대한체육회와 한국체육학회가 업무협약을 맺고 일을 시작했죠. 학회에서 영웅에 대한 정의와 외국 사례를 개발해주길 원했고, 대한체육회는 선수들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어서 나섰죠.”


-스포츠영웅이 왜 중요한가요.


“외국에서는 영웅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순신 이외에는 영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죠. 영웅에 대해 너무 크게 보고 조그만 흠이 있어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동양문화의 장벽인 듯합니다. 스포츠에서는 영웅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다른 분야에서는 잘 쓰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도 연구할 필요가 있죠.

사회의 가치가 기본적으로 의식주이고, 그 다음은 사회적인 욕구,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단계가 바뀝니다. 스포츠와 문화적인 요소들은 삶의 질과 행복을 높이는데요. 사람들에게 기대하고 가슴 뛰게 하는 역할을 스포츠가 하죠. 그런 면을 보면 스포츠가 산업적 효과도 있지만 계측할 수 없는 정신적인 측면 즉, 살맛나게 만드는 역할도 큽니다. 이젠 그냥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도덕적인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미국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리틀야구를 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운동선수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운동 속에서 헌신, 규율, 협력을 배우기를 원하는 것이죠. 그렇게 시작해서 만약 기량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면 집중, 헌신, 희생해야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과 한국은 문화가 조금 다르죠.


“굉장히 다릅니다. 우리는 남이 잘 되는 것을 못 본다는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픈’ 문화가 있죠. 반면 서양문화는 성공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따라가려는 문화입니다. 조금만 잘해도 영웅이고, 부족한 게 있어도 인정합니다. 우리나라도 문화 풍토가 바뀌어야 합니다. 영웅적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닮아가야 하죠.

그래야 발전이 있고, 스포츠가 사회에서 하는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 역사가 민주주의, 경제와 마찬가지로 압축성장을 하다보니 공부하지 않고 운동기계처럼 운동만 했다는 점이 거꾸로 부각됐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포츠의 업적을 매도할 수는 없습니다. 부족한 것이 있어도 업적은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 선정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17명의 선정위원회가 결정됐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아직 용어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고요. 일단 29일 선정위원 2차 회의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듯하네요.”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되면 어떤 대접을 받게 됩니까.


“스포츠영웅을 제대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죠. 서적, 강연, 자원봉사 등 여러 선행을 통해 영웅을 알려야 합니다. 또 도덕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 등도 필요하고요. 영웅의 역할과 행동에 대한 세미나, 좌담회도 마찬가지고요. 힘든 상황을 참고 피땀 흘려서 이룬 정신력, 투지, 인내력 등은 강조되지 못했는데, 그 이면을 개발해야겠죠.”


-누가 포함되는가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데요.


“학계에서는 우려를 많이 합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학회와 대한체육회가 일방적으로 끌어간다면 우리나라 스포츠 영웅들이 오히려 묻힐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죠. 그래서 복잡한 문제가 많습니다. 프로출신 선수가 들어가야 하는지, 김일(프로 레슬러) 등을 포함시켜야하는 지 등등.”


-명예의 전당 선정을 반대 하는 의견도 있는데요.


“학자 중에서도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서워서 좋은 아이디어를 사장시킬 순 없습니다. 소신껏 잘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스포츠 영웅을 대접하겠다는 것이 왜 나쁜 일입니까. 하지만 역효과가 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진행할 것입니다. 논리적인 설득력이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준과 근거 없이 선정됐을 때 오히려 영웅들이 상처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중입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는 것은 개인으로선 엄청난 영광이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추앙 받는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일생을 바친 운동의 보람이기도 하다. 또 이런 명예의 전당을 만든다는 것은 사회적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좋은 뜻에서 시작한 일이 엉뚱한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정하는 순간 사단이 날 수도 있다. 그래서 선정 기준과 절차, 범위 등이 명확해야한다. 선정된 영웅도, 선정한 사람도 모두가 만족하는 축복받는 명예의 전당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WHO 이종영 회장?

○생년월일:1953년 6월26일(대전)
○학력:서울대-미국 일리노이대(체육학 박사)
○소속:한국체육학회장(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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