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이 만난 사람] “10일 한일전, 압박축구로 화끈 설욕”

입력 2011-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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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감독.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onecut@donga.com

태극호 지휘봉 1년…한국축구의 선진화 주력
아시안컵 한일전, 패배보다 아쉬웠던 색깔없는 축구
압박 또 압박! 일본 세밀한 MF 플레이 맥을 끊어놓을 것
인정받는 축구 기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통과의례는 월드컵이다. 세계 최고 축제의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다는 것 자체가 큰 공부가 된다. 아울러 그 감동에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한국적인 특성을 감안하면 한일전(한국과 일본의 대표팀간 경기)은 그 다음쯤 된다. 한일전이라면 종목 가릴 것 없이 빅매치다. 그 중 일제 강점기부터 라이벌 의식이 특히 강했던 축구는 최대 관심 종목이다. 한일전의 현장은 긴장감으로 폭발할 듯 하다. 순간순간이 공포에 가깝다. 이런 경험을 통해 축구기자는 성장한다.

그 공포의 한일전이 8월10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다. 통산 75번째다. 양 팀 선수들은 물론 사령탑들은 초긴장 모드로 변했다. 취임 1년을 맞은 조광래 대표팀 감독도 입이 바짝 마른다. 승리에 대한 강한 의욕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9월 킥오프될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쿠웨이트 UAE 시라아와 한조)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이 될 한일전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조 감독을 지난 달 27일 스포츠동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1년이 지났는데요.

“계속 초심을 유지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한국 축구의 세계화 실현의 꿈을 갖고 뛰어왔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방향으로 계속 이어가고 싶네요. 1년 전 세웠던 기본 틀을 유지하며 계속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죠.”

(조광래호는 출범 이후 9승4무1패를 기록했다. 1패는 이란전이다. 축구인들은 후한 점수를 준다. 당초 예상 보다 빨리 자리를 잡았고, 결과도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1월 아시안 컵이 고비였죠.

“물론. 짧은 기간 내에 윤곽을 만들어내는 게 힘들어요. 하지만 대표팀을 그처럼(아시안컵)오랫동안 함께 만들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게 바로 대표팀이죠. 길지 않은 시간에 선수들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게 큰 소득이었어요.”


-아시안컵에서 못하면 경질될 수도 있지 않았나요.

“결과는 전혀 의식하지 않아요. 단계적으로 내 축구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발전하는 거죠. 나와 선수들이 함께. 단 한 번도 두려워해본 적이 없어요. 그동안 전 어려웠던 팀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크게 힘들지도 않았고요.”


-세련된 축구를 강조하셨죠.

“속도, 공수 전환, 템포 면에서 많이 발전했죠. 포어 체킹(fore-checking)을 시도하는 디펜스를 만들어 놓았는데요. 우리 수비가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일단 포어 체킹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해요. 일각에서는 후반 이후 체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대표팀이라면 체력은 기본 아닌가요.”


-조광래 축구를 잘 이해하는 선수는 누구입니까.

“나와 생활했던 이청용만 해도 상당히 어려워했고. 만화 축구라는 표현까지 한 건 소화하기 정말 어렵다는 의미인데, 아시안컵을 계기로 전 선수들이 플레이 패턴, 전술적 지시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얘기해요. 선수들 스스로도 자신감이 많이 붙었고요. 항상 이를 주지시키죠.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도 압도할 수 있다’ 등.

우리가 먼저 상대를 압박하며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하는 것 등. 이란과 호주 등 아시안컵에서 만난 강팀들과의 대결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죠. 짧은 시간에 꽤 많은 변화를 이룬 팀이라고 자신해요. 애초 선수들은 ‘빨리 빨리’에 어려워했지만 막상 경기장으로 들어가 보면 상대가 더욱 힘겨워 하잖아요. 재미를 느끼는 거죠.”


-스스로 점수를 메긴다면.

“세대교체라는 부분은 80점. 경기력은 70점정도. 전반적으로 70점정도 인데요. 왜 70점이냐면 하면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여지를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남은 30점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통해 한 점씩 끌어올려야죠.”


-전임 감독과 비교할 때 조 감독만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전임 감독들이 정말 많은 부분을 기여하셨기 때문에, 내 스스로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죠. 전 대표팀 감독으로서 세계 축구의 실현을 위해 빠른 압박과 다양성, 패스의 정확도, 특히 포지션 파괴 등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다소 달라진 점이 아닌가 싶네요. 변화의 부분이 다르다고 봐요. 미드필드에서 게임을 지배한다는 점도 나쁘지 않았고요. 강한 포어 체킹과 강한 프레싱을 통해 발전하는 게 차별화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2002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도 압박을 강조했죠.

“압박 축구는 세계적인 추세였죠. 한국 축구가 그간 압박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거였죠. 상대 진영에서부터 포어 체킹을 하는 게 불안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래도 이젠 의식 전환이 많이 이뤄졌죠. 측면에 있을 때 과감한 포어 체킹을 시도하라고 주문해요. 한 쪽으로 몰아붙이는 형태죠. 다만 넓은 지역(중앙)에 있을 때는 포어 체킹을 상대적으로 덜 해야죠. 우리 선수들이 잘 소화하고 있어요. 우리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선을 통과한 뒤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나가면 정말 충분히 대단한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을 자신이 있어요.”

지난해 7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조 감독은 그동안 일본과 2차례 맞붙었다. 지난해 10월 상암에서 열린 친선전에서는 득점 없이 비겼고, 올 1월 아시안컵에서는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졌다. 이번엔 설욕전인 셈이다.


-다시 한일전이 기다리고 있네요.

“두려움은 없어요. 일단 한국 축구가 세계 속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왔고요. 특히 일본은 라이벌이란 점에 특별한 관심이 있지만 우리 준비와 훈련의 일환으로 대비하는거죠. 한일전이라고 해서 아주 특별한 건 아니에요.”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1월 아시안컵 일본전이라고 하셨는데요.

“무엇보다 아시안컵 4강전 일본전에서 좀 더 화끈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호주와 이란전도 잘 극복했고. 한국 축구의 색채를 분명히 보여주고 싶었는데, 사실 원하는 축구를 제대로 풀어줬어야 했는데. 내가 원하는 축구를 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과정이 좋으면 결과도 좋지 않겠어요? 항상 선수들에게 이러한 부분들을 주입시키고 있고요.”


-일본 축구가 꽤 강하죠.

“섬세하고 세밀하고, 솔직히 유럽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아요. 게임 운영과 패싱 플레이는 분명 우리보다 낫지 않느냐란 생각이 들어요. 우리도 예전보다 많이 패스를 강조하며 향상돼 왔지만 일본은 정교한 부분에서 우리보다 앞서고 있어요. 세밀한 일본의 미드필드를 어떻게 공략할지 코치들과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일단 상대 미드필드가 강하면 패스가 이어지는 리듬을 끊어놓아야 해요. 여유가 없도록 해야죠. 더욱 영리하고 적절 타이밍에서의 압박 등이 필요해요. 측면에서의 포어 체킹이 특히 중요하죠.”


-감독님 현역시절 한일전은 어땠나요.

“관심이나 분위기는 뜨거웠지만, 우리가 매번 이겨 라이벌이라고 하긴 좀 그랬어요. 하지만 그 이후 일본은 무섭게 성장했죠. 최근 여자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남자도 해보자는 의욕이 넘친다고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축구협회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조심스러웠다. 한 때 이회택 기술위원장과 불협화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는 “기술적인 파트에서 올림픽, 청소년, 성인대표까지 두루 도움을 주는 (대한축구협회) 기술국이 됐으면 해요. 좀 더 세밀한 분석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죠. 일정이 정해졌을 때 철저히 상대를 대비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줘야합니다. 한 나라의 축구가 강하려면 기술 파트가 강해야 해요. 상근 직원도 꼭 필요하고요.

일본축구협회는 CD 영상까지 전반적인 데이터를 제공해 주는데, 어찌나 부러운지. 우리도 많이 신경을 써주셨으면 해요”라고 축구협회에 부탁했다.

[스포츠동아]

★조광래?

○생년월일 : 1954년 3월 19일

○학력 : 봉래초-진주중-진주고-연세대

○A매치경력 : 94경기15골(1975∼1986년·1986 멕시코월드컵 출전)

○선수 경력

포항제철(1978년)-상무(1979∼1981년·이상 아마추어)-대우 로얄즈(1982∼1987년·프로·46경기 3골4도움)

○지도자 경력

대우 코치(1987∼1992년)-대표팀 코치(1992년)-대우 감독(1992∼1993년)-부산 감독(1993∼1994년)-수원 코치(1995∼1997년)-안양 감독(1998∼2003년)-서울 감독(2004년)-경남 감독(2008∼2010.7) 대표팀 감독(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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