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볼트 쇼크’ 런던까지 흔들었다

입력 2011-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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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올림픽서도 재연되면 흥행에 찬물”
영국 언론들 한목소리로 규정완화 주장
“완화땐 경쟁자 방해 악용” 반대 주장도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출발로 실격을 당한 여파가 만만치 않다. 현역 최고의 스프린터로 각광 받으며 ‘단거리 레전드’의 길로 들어서던 볼트가 단 한번의 실수로 허물어지자 세계육상계가 발칵 뒤집혔다.

볼트 주변으로 안타까움의 탄식이 쏟아지고 있는가 하면, 가혹한 규정을 완화하자는 여론도 즉각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대회 3일째인 29일에도 대구스타디움 안팎은 온통 볼트의 부정출발 실격에 따른 후폭풍으로 소란스러웠다.


○의연한 볼트, 그러나…

볼트는 28일 실격 직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피해 스타디움을 빠져나간 뒤 인근의 보조경기장에서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트랙을 마구 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붙던 일부 취재진에게 “내 눈물을 기대했는가. 천만에. 난 괜찮다. 200m 때 보자”며 의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부정출발 원인에 대해선 함구로 일관했다. 29일 에이전트 리키 심스를 통해 발표한 공식성명에서도 실격에 따른 유감의 뜻과 더불어 남은 200m, 400m 계주에서의 선전을 다짐했을 뿐이다.


○불붙은 규정 완화 논쟁

볼트가 실격 당하자 해외 유력 매체들은 앞다퉈 규정 완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볼트의 사례처럼 단 한 번의 부정출발만으로 해당선수를 실격시키는 규정은 지난해 1월부터 적용돼왔는데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종전까지는 ‘1번 레인의 선수가 처음 부정출발로 걸리면 구제하고, 뒤이어 8번 레인의 선수가 부정출발로 적발되면 곧바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지금보다는 관대했다. 볼트의 실격 속에 이번 대회 1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킴 콜린스(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는 “부정출발을 한 번 정도는 봐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동정론에 입각한 규정 완화에 동조했다.

그러나 부정출발 요건을 종전처럼 완화시킬 경우 다른 종목에서처럼 부정출발을 경쟁자의 사기를 꺾는 데 악용할 수도 있음을 들어 현상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영국으로 튄 불똥

2012년 런던올림픽을 개최하는 영국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을 실감하고 있다. 흥행을 위해선 스타가 필요한 법인데, 자칫 내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이번 대구세계육상대회와 같은 불상사가 재연될까 염려하는 눈치다.

게다가 2008베이징올림픽 여자 400m 금메달리스트인 자국의 크리스틴 오후루구가 이미 이번 대회에서 부정출발로 실격을 당한 터라 영국 언론은 한 목소리로 규정 완화를 촉구했다. 공영방송 BBC는 “100m 올림픽 챔피언이자 세계선수권자인 볼트가 (2010년 1월의) 규정 변경 때문에 경기를 하기도 전에 퇴출당했다”며 규정의 원상 복구를 주문했다.

데일리 메일은 “우리는 대구에서 볼트에게 일어난 일이 내년 런던올림픽에서 되풀이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며 한층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규정 완화를 주장했다.

대구|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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