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상은 ‘심리전의 달인’

입력 2011-09-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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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싱웨어 챔피언십 치밀한 전략…박도규 잡고 우승

25일 먼싱웨어 챔피언십 경기가 끝난 뒤 기자실에서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보통은 경기 뒤 챔피언만 기자실에서 인터뷰를 갖는 데 준우승자가 함께 기자실에 들어온 건 극히 이례적이다.

먼저 우승트로피를 들고 홍순상이 들어왔고, 이어 준우승한 박도규가 뒤를 따랐다. 그러고는 박도규가 “(홍)순상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도 듣고 싶다”며 앞자리에 앉았다.

“너무 기쁩니다. 기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네요.”

홍순상의 우승 소감이 끝나자마자 박도규가 말을 이어받았다.

“홍 프로 우승 몇 번 했어. 소감을 좀 길게 말해야지 그게 뭐야.”

선배의 장난에 홍순상의 얼굴은 붉게 변했고, 기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다시 질문이 이어졌다. 홍순상은 “지난겨울 대선배 최경주와 함께 동계훈련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얻었고, 작년부터 멘탈 코치에게 지도를 받은 게 도움이 많이 됐다”며 정신적인 성숙을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계속해서 우승 뒷얘기가 나오려던 찰라, 자리를 옮겨 뒤에서 지켜보던 박도규가 다시 입을 열었다.

“홍 프로, 나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어드레스 하기 전에 캐디가 왜 자꾸 ‘형’이라고 부르는 거야? 난 그게 정말 신경 쓰이던데.”

“아, 그건 전략이라 말씀드리기가 힘듭니다.”

매치 플레이는 스트로크 플레이와 다르게 1대1로 맞붙기 때문에 실력과 함께 치열한 신경전,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게임이다. 박도규가 이번 대결에서 실력보다 신경전에서 졌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자 홍순상은 그것도 전략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프로님,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홍순상은 작년까지만 해도 뒷심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올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뒷심이 좋아졌다. 특히 심리전이 요구되는 매치 플레이에서 우승했다는 점은 그가 달라졌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홍순상과 캐디가 펼친 우승 전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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