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살 필요가 없어. 죽어. 죽어. 죽어!”
고교 1학년인 A 군(16)은 지금도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무섭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어머니는 채점된 학습지를 들이밀며 야단을 쳤다. 정해준 학습지 분량을 다 풀지 못하거나 한자 급수시험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온갖 험구가 쏟아졌다. “너는 살아봤자 사회에서 쓰레기야. 아무리 주워 키운 자식도 그렇게는 안 크겠다.” 분을 참지 못한 어머니는 구타도 서슴지 않았다. 밥을 먹고 있을 때나 잠을 잘 때에도 발길질이 이어졌다. A 군은 자다가 맞을까 두려워 앉아서 잠을 자기도 했다.
A 군은 반에서 1, 2등을 다투던 누나(18)보다는 못했지만 초등학교 때에는 반에서 10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그리 나쁜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누나와 비교하며 A 군을 가혹하게 몰아세웠다. 중학교 1학년 때인 2008년 봄 성적이 떨어지자 어머니는 A 군이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입고 가야 할 교복을 노끈으로 꽁꽁 묶어 방 한구석에 처박아 놓았다. “공부를 안 하니 책상도 필요 없다”며 책상에 톱질을 해 망가뜨리기도 했다. “그 성적에 잠이 오느냐”며 잠을 못 자게 하려고 침대 매트리스를 세워 놓기도 했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말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어머니는 작은 전기제어시스템 설치 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에게 “무능력하다”며 막말을 했다. “아버지인 당신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니까 애 성적이 이 모양 아니냐.” A 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2008년 여름방학 동안 A 군을 고모 집에서 지내도록 했다. 이에 반발한 A 군의 어머니는 방학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아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딸에게만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해줬다. 그 이후 아버지와 아들은 거실에, 어머니와 딸은 각각 안방과 작은방을 쓰며 남남처럼 살았다. A 군은 아침식사는 거르거나 고모 집에서 때우고 저녁은 아버지가 준 용돈으로 사먹으며 생활했다. 결국 A 군은 올해 1월 병원에서 적응장애 및 아동학대피해자 진단을 받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부장판사 박종택)는 28일 아내의 비뚤어진 교육열로 파경을 맞게 된 남편 김모 씨(49)가 아내 김모 씨(47)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양측은 이혼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내 김 씨가 교육을 핑계로 자녀에게 인격적 모독과 구타를 하면서 자신의 훈육방식을 나무라는 남편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아들에게도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갈등을 심화시킨 점 등을 고려하면 파탄의 주된 책임은 아내에게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육 상황과 자녀 본인의 의사 등을 고려해 아들은 아버지가, 딸은 어머니가 각각 키우도록 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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